임요환, 서지수 등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어지간한 스타 연예인 저리가라다. PC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쌈장’으로 시작한 프로게이머의 등장은 현재 ‘카트라이더’, ‘피파’ 등 온라인과 비디오 게임으로까지 확대됐고, 독자적인 여성리그도 치뤄질만큼 대중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더불어 모바일 게임도 방송을 통한 리그전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모바일 프로게이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각광받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인기 수준에는 못미치지만 참가 열기나 실력만큼은 스타리그 부럽지 않은 분위기다.
“요즘 우리 또래들 사이에서 무선통신 프리 요금제를 쓰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네이트나 멀티팩을 인터넷 하듯 매일 들락거리고 저도 그렇죠. 그러다가 ‘배틀동전판치기’ 게임리그가 열린다는 내용을 보게 됐죠. 재미삼아 나가보자는 것이 MVP까지 먹게 됐네요.”
지난 5월말부터 한달간 열린 ‘배틀동전판치기 챔피언스리그’의 MVP 김진만 군(19)은 차칭 타칭 모바일 프로게이머다. 이 대회에서 그는 소속 SK텔레콤 팀을 막판 역전우승으로 이끌며 개인 최고 영예인 MVP를 차지했다.
# 배틀동전판치기 리그 MVP
결선 3회까지 16대 14로 KTF 팀이 앞서 나가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결선 4회. SK텔레콤팀에서는 한 게임이라도 지면 우승이 어려운 상황에서 김진만 선수가 나왔다. KTF팀 역시 예선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를 내보냈고 게임은 손에 땀을 쥐게하는 명승부로 이어졌다.
김진만은 “당시 우리팀의 마지막 선수로 내정돼 있었고 KTF팀에게 승점에서 뒤지고 있었기에 꼭 승점을 보태 우승을 차지하고 MVP까지 받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기억했다.
이 대회는 개인 우승자를 가리는 토너먼트가 아닌 우승팀을 가리는 리그전 형태이기에 개인 성적보다는 팀에 얼마나 많은 승점을 보태느냐가 승부의 열쇠다. 게임당 포인트가 걸려 있고 이기는 사람이 그 포인트를 획득해 소속팀에 보탠다. 이번 리그전은 3분 동안 많은 포인트를 획득한 선수가 승리하고, 만약 획득 포인트가 같으면 원빵(한 번에 동전을 다 넘김) 횟수가 많은 선수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그는 각종 스킬을 이용해 초반 기세를 잡아나가려 했으나 상대 선수 또한 착실히 포인트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해 3분 동안의 경기 결과는 동점에 원빵 횟수까지 같아 무승부. 축구의 승부차기처럼 먼저 원빵에 실패하는 선수가 지는 방식의 서든데스에 들어갔다.
더욱 놀라운 것은 두 선수 모두 치열한 승부근성으로 무장해 무려 7번씩이나 원빵을 주고 받는 손에 땀을 쥐는 서든데스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사실 원빵은 리그전에 출전한 배틀동전판치기 전문 게이머들이 평균 3~4번에 한 번 기록할 정도로 그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 기술이다.
8회차 상황에서 상대 선수의 동전 하나가 랜덤 상황에 처하더니 결국 결국 넘어가지 않았고 게임은 그의 승리였다. 김진만 선수의 선전에 힘입어 SK텔레콤팀은 21대 19로 역전승했고 그에게 MVP의 영예도 돌아갔다.
# 휴대폰 장점 살려 하루 300판씩 게임
“게임이 출시됐을 때부터 꾸준히 해오던 것이라 딱히 언제부터 연습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요. 지난 달에는 네트워크 랭킹에서 종합 3위를 차지해 PS2를 받기도 했죠. 굳이 말하자면 대회 개최 공지를 보는 순간부터 연습량을 늘렸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가 지금까지 올린 게임랭킹 화면을 보니 1만8000판이 조금 넘었다. 싱글모드에서만 기록한 것이니 네트워크 모드까지 합치면 2만판이 넘는 수치다. 불과 두 달만에 하나의 게임을 2만판이나 했다니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온라인 게임과 비교할 수 없죠.
온라인 게임은 PC가 있는 곳에 가야만 할 수 있지만 모바일게임은 핸드폰을 항상 갖고 있기 때문에 학교 가는 길이나 쉬는 시간 등 생각나면 언제든지 할 수가 있잖아요. 대략 하루에 300판 이상 연습한 것 같아요. 이 게임이 판당 플레이 타임이 짧은 것도 있지만 모바일 게임 마니아라면 보통 하루에 그 정도씩은 할걸요.”
이쯤되니 마니아가 아닌 학교 공부는 안중에도 없는 중독자는 아닐까 의심스러워졌다. 이에 대해 그는 “어차피 버리는 시간에 하는 거라 공부할 시간을 뺏긴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요. 스트레스 푼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고 정말로 성적도 나쁜 편은 아니에요.”라고 잘라 말했다.
# 모바일 게임광이자 전도사
모바일 프로게이머에 대한 그의 동경은 아직이다. 스타리그 프로게이머처럼 체계적으로 자리잡혀있다면 모를까 현재까지는 직업으로 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동전판치기 때문에 모바일게임을 시작하긴 했지만 프로게이머를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요. 일단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해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요. 모바일을 할지 온라인을 할지는 좀더 생각해봐야겠고요.”
친구 사이에서 그는 모바일 게임광이자 전도사로 통한다. 게임도 잘하지만 귀찮을 정도로 같이 하자고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처음에는 싱글모드로 혼자하다가 나중에는 주위 친구들을 유혹해 끌어들였다. 하지만 지겨워서 끌어들인 주위 연습상대들에게 지금은 곧잘 패배의 아픔을 당하기도 한다며 미소 짓는다. 여자 친구의 경우 10판 하면 두세판은 질 정도로 실력이 높아졌다.
“좋아하는 친구와 배틀모드에서 함께 게임을 하면 연습은 그냥 되고 함께 놀 수 있으니 더욱 좋다”고 말하는 그는 게임광답게 벌써부터 새로운 실력을 발휘할 다음 게임 리그를 찾기 시작했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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