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또 술렁이고 있다. 다름아닌 넥슨을 상대로 한 PC방업주들의 불매 운동이 또다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죽하면 불매운동까지 들고 나왔겠나 싶지만 그것은 상대방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 그대로 극약 처방이다.
불매운동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그 무기는 아껴써야 한다. 비상이라는 것이다. 비상을 자주 쓰면 몸이 상하고 먹히질 않는다. 불매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PC문화협회가 이같은 비상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외형적으로 보면 끄떡 하면 불매라는 무기를 쓴다고 보여질 수 있다. 그렇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들 나름대로 절박함이 묻어있다. 최근들어 채산성이 말이 아니라는 그들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가격정책만큼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 없다. 그 것을 거둬 들이라고 하는 것은 영리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집단이다. 그 포인트는 가격정책이다. 가격은 그래서 늘 제품성과 수요에 맞춰 결정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값이 비싸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점적 위치에서 내 권리이니까 내 맘대로 가격을 책정해 판매하겠다는 주장은 어폐가 있다. 마치 내 권리이니까 불매하겠다는 논리와 같다. 특히 채산성 문제를 단순히 PC방 업계의 책임이라고 돌리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발언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역할과 책무가 막중하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넥슨의 협상능력과 타이밍이다.
넥슨은 올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올해 매출목표도 초과달성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PC방업계를 자극할 수 있는 가격 정책을 불쑥 들고 나온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또 다른 한가지는 협상 카드를 거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막혀 있다는 얘기일 수 도 있다. 윗선에서 현재의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고 대처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많다. 특히 본사까지 찾아와 삭발을 하고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보여준 넥슨의 대응 태도는 우려 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만의 하나 불상사가 발생했다면 그 책임은 그 누가 감당할 것인가. 그에 대한 댓가는 넥슨도, PC방업자들도 아닌 게임업계가 치러야 함을 양쪽은 왜 외면하고 있는가.
마주 보고 달려서는 곤란하다.
서로 마음을 열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더 시간을 미뤄선 안된다. 지체해 봤자 서로에게 앙금만 깊게 파이고 그 파국의 편린은 결국 양쪽 뿐 만 아니라 유저들의 몫으로 남을 게 뻔 하기 때문이다.
<편집국장 inm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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