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저그의 숙원이 풀렸다. 박성준이 드디어 결승전에서 테란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동안 결승전에서 벌어진 총 6차례의 테란 대 저그전에서 저그는 단 한번도 테란을 이긴 적이 없었다. 세트 스코어도 15대 5로 크게 밀렸다. 저그는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결승전에서 테란만 만나면 어이없이 무너져온 것이다.
그래서 이번 결승전이 박성준과 이병민의 대결로 압축됐을 때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대부분의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박성준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막상 결승전 당일의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경험과 맵상 저그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6차례나 테란이 저그를 눌러온 역사는 사람들의 뇌리에 강한 암시를 걸고 있었다.아무리 박성준이라지만 5전 3선승제로 펼쳐지는 결승전의 특성상 전략이 단조로운 저그는 테란을 이기기 힘들다는 분석과 예측에 이르기까지, ‘테란이 이길 거야’라는 분위기가 경기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1경기는 정말 징크스라는 유령이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이병민이 예측하기 힘든 멋진 전략과 심리전으로 훌륭한 경기를 펼친 것은 사실이지만, 박성준의 모습은 누가봐도 평소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무엇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박성준의 주력 유닛, 뮤탈리스크가 제멋대로 움직이며 마구 죽어나갔다. 하지만 이미 결승전에서 0대 3으로 완패해본 경험이 있는 박성준은 2경기와 3경기를 무난하게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4경기는 결승전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6배럭스 전략을 들고나온 이병민의 기세에 밀려 5경기까지 가야했고, 5경기에서도 무려 3번이나 GG를 쳐야할 정도의 위기를 맞았지만 결국 박성준은 마지막에 화끈한 역전으로 치열했던 전투를 마무리 지었다.
저그가 오랜 굴레를 끊어내고 테란 상대로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날, 그것도 최종 5차전에서 이런 경기가 나왔으니 실로 그 긴장감과 짜릿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로써 박성준은 ‘저그는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에 이어 ‘저그는 결승전에서 테란을 이기지 못한다’는 징크스 등 온게임넷의 3대 징크스 가운데 2개를 깨버렸다. 이제 마지막 남은 하나는 ‘우승자 징크스’다. 그가 과연 저그의 징크스에 이어 모든 종족의 징크스 마저 깨버리며 징크스를 깨는 사나이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을지, 다음시즌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게임해설가 next_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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