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등위의 `그들만의 리그`

권상희

 14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8개 분과 소위원회 위원을 확정했다. 이 위원들은 내년 7월 14일까지 1년간 영화·비디오·게임 등에 대해 등급분류의 중책을 담당한다. 지난해 일부 위원의 뇌물수뢰사건으로 얼룩졌던 영등위가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그러나 이번 소위원회 위원 선정 결과를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교체 대상 위원 46명 중 절반이 넘는 25명이 해당 위원회에 남거나(23명) 타 위원회로 말을 바꿔 타면서(2명) 자리를 ‘보전’했기 때문이다.

 영등위 사무국은 이에 대해 등급분류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위해 절반 가량의 위원만 교체하는 것은 역대 관례였다고 해명했다.

 올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업무 연속성을 위해서라는 말은 부분적으로 수긍할 만하지만 대폭 개편을 기대했던 기자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업계에서도 이번 소위 위원 선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한 인사는 “그동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지적돼 왔는 데도 관례라는 이유로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이제는 기대도 하지 않으며 누가 되든지 관심밖”이라고 잘라 말할 정도다.

 위원회를 아예 해체하고 자율규제로 가야 한다는 각계의 요구가 세를 확산해 가고 있을 정도로 영등위에 대한 불신이 도를 넘어선 듯한 느낌이다.

 이처럼 불신을 받고 있다는 것을 영등위도 잘 알 것이다. 그 원인은 영등위가 업계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급분류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도 영등위는 아무런 대책없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등위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기관이다. 영등위가 잇단 악재로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관례를 고수한다면 이러한 투명성과 공정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번 소위 위원 선정은 그런 불명예를 던져 버릴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었다.

 모든 공공기관이 구태를 벗고 변혁을 모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례를 내세워 그들만의 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영등위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디지털문화부·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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