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이 된 회계부정, 끊임없는 뇌물시비, 개발경쟁에 따른 불완전한 제품의 생산, 환경오염 물질의 불법배출 등 기업범죄로 인한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대사회일수록 기업범죄는 더욱 은밀하고 전문적으로 이뤄진다. 기업범죄로 인한 피해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업범죄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일반 범죄와 구별된다. 사안이 전문적이고 복잡해 수사가 어려울 뿐 아니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심각하게는 반기업 정서를 초래하고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린다.
최근 기업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민사회 등의 적극적인 감시로 기업범죄의 다양한 사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학연과 지연으로 지배계층이 점점 동질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수행해야 할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준법감시인 등 독립적인 기구의 역할이 거의 무력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에서는 기업범죄 사례를 국내와 국외로 나눠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보여준다. 기업범죄가 발생하게 된 배경과 전개과정 그리고 사건이 남긴 교훈을 친절하게 짚어준다. 해외 사례로 기업의 도덕 불감증이 범죄로 이어진 메릴린치사의 투자자 오도 사건, 불완전한 제품을 출시해 500여명의 사망자를 낸 포드자동차의 핀토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장기 경쟁력보다 단기 실적에 연연하다 결국 파산의 길로 들어선 에너지 기업 엔론을 통해 기업 회계제도의 한계도 보여준다.
이 책은 또 기업범죄를 막기 위해 정부와 사회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예방책도 제시한다. 정부가 일관된 수사와 조사를 통해 예측 가능성을 심어줘야 하고 범죄행위가 밝혀졌을 때 강하고 확실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또한 기업범죄를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효과적인 윤리경영을 추진하려면 자율과 감시,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기업범죄를 예방하는 방안인 동시에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라는 게 저자의 전언이다.
김영헌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5000원.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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