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이산가족 `영상상봉`에 거는 기대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고 그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통일대축전에 참가한 우리 측 대표단은 뜻밖의 풍성한 선물 보따리를 안고 돌아왔다. 조심스럽게 가능성만 점쳐지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이 성사되면서 지구촌의 시선이 다시 한 번 한반도에 집중된 것이다.

 물론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설득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였지만, 회담의 실질적 성과는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남북경제협력을 비롯해 이산가족 상봉 실시, 장성급 군사회담 재개, 농·수산분야 협력 등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통일 실현을 위한 구체적이고 건설적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회담 결과는 지난 6월 21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을 통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남북 간 협의를 통해 12개 항의 합의사항을 공동보도문으로 발표하는 등 실무 차원에서 적극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합의사항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은 오는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남과 북에 떨어져 사는 이산가족의 재회를 위해 남북 상호 간 광케이블 연결 혹은 위성통신망을 이용한 ‘영상상봉’이 추진된다는 것이다. 이번 이산가족 ‘영상상봉’의 성사는 우리 측의 제안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매우 흥미 있고 흥분되는 제안”이라며, “정보화시대에 좋은 아이디어이며 지금부터 남북이 경쟁적으로 준비해서 8·15를 맞아 상봉해 보자”고 흔쾌히 찬성함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9차례에 걸쳐 6000명 가량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적십자에 대기하고 있는 인원만 무려 12만 명이 넘는다. 대부분이 고령자로 금강산과 남한을 오가며 실시되는 현재의 부정기적 방식으로는 이들이 모두 생전에 그리운 가족과 재회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산가족이 겪는 이러한 슬픈 현실에 비춰볼 때 정보기술(IT)을 활용, 비용과 시간 그리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영상상봉’의 추진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남북한은 실무자 접촉을 통해 기술현황에 대해 논의하고 점검하는 등 발빠르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한 첫 조치로 지난 6일에는 문산∼개성 간 광케이블 연결식을 가졌다. 남북 간 광케이블망이 연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철도·도로·항로 등을 이용한 인적, 물적 교류에 이어 IT교류를 위한 직접 인프라를 확보하게 돼 실질적 남북 IT교류의 길이 열린 셈이다. 이제는 수많은 남북의 이산가족이 금강산 면회소에 직접 찾아갈 필요 없이 광케이블망 네트워크를 활용, 전국에 설치된 이산가족 상봉 스튜디오에서 헤어졌던 혈육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아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송망이 연결됐다고 해서 ‘영상상봉’이 당장 실현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전송장비와 단말장비 등 하드웨어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그리고 기술교육 등 남북의 기술수준 격차를 좁히기 위한 현실적 지원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 남북 간 설치된 장비의 성능 차이 및 운용 프로그램의 호환성 문제, 기술진의 수준 등 분단 반세기만큼이나 벌어진 상호 IT 수준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이산가족 ‘영상상봉’ 성공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를 극복하고 남북 IT교류의 길을 여는 첫 단추를 꿴다는 점에서 이번 남북 이산가족 ‘영상상봉’에 거는 우리의 기대가 자못 크다. ‘영상상봉’의 성공을 기점으로 남북 IT교류를 더욱 확대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상봉’으로 이산가족의 가슴에 맺힌 한(恨)을 모두 풀 수야 없겠지만 IT를 통해 분단의 현실 속에서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통일을 향한 디딤돌을 놓았다는 점에서 그 어떤 회담 결과보다도 값진 성과라고 생각한다.

◆백원인 (현대정보기술 사장) wonin@h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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