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무한대전2’ 10억, ‘놈투’ 8억, ‘드래곤 크로니클’ 15억. 게임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이 아니다. 게임 개발에 소요된 제작비다. 1억원 이상 투입된 모바일 게임을 블록버스터라 부르던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이제는 2∼3억원도 블록버스터 축에 끼기 어렵다. 버금간다는 의미의 블록버스터급이라면 모를까. 짧은 역사만큼 모바일 게임 개발비 최고액은 1년 단위로 무섭게 급상승하고, 어느새 10억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영화 및 온라인 게임에 버금가는 100억원대 개발 시대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전망까지 흘러 나온다.
# 양적 성장 넘어 질적 성장 기대
투자대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 상품에 대한 개발 비용이 높아질리 없다. 더구나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은 그 어느때보다 어렵다고 얘기되는 시점이다. 그래서 10억대 개발비가 투자된 모바일 게임의 등장은 더욱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현재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모바일 게임을 영화 또는 온라인 게임과 비교하면 여전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 영화와 온라인 게임 시장은 이미 한 작품에 백억원대의 개발·제작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작품들은 수십개월 동안 수천명을 동원해 수백억원을 쏟아붓는다.
주목할 부분은 국내 영화는 물론 온라인 게임 산업 부흥의 중심에는 당시로서는 무모하다할 정도의 과감한 투자가 선행됐다는 사실이다. 국내 영화산업 흥행의 기폭제가 됐던 ‘쉬리’가 그랬고, 온라인 게임이 산업으로 확대되며 유망산업으로 불린 배경에는 ‘리니지’의 출현과 성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두 작품의 뒤를 이어 수십, 수백억원이 투자된 블록버스터급 영화와 온라인 게임이 줄을 이었다.
그런 면에서 모바일 게임 개발비 10억원대 시대는 모바일 게임이 양적인 성장을 넘어 질적으로 한단계 도약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산업 전체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해 시장 성장의 매개체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개발비 10억 안팎 게임 쏟아져
개발비 10억 시대의 첫 테이프는 ‘삼국지 무한대전2’가 끊었다. 개발사 엔텔리젼트는 게임 론칭 전부터 개발비 10억 이상에 16명의 인원이 장장 1년 반 동안 공들여 나온 최고의 블록버스터 모바일 게임이라고 자찬했다. 개발비만 10억 이상이면 출시 후 마케팅 비용까지 합해 총 투자 비용은 10억원대를 훨씬 상회한다.
여전히 모바일 게임 하나로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 ‘대박’이라 불리는 시장이다. 현재까지 단일 게임으로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게임은 의외로 많지 않다.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려면 싱글게임의 경우 건당 다운로드 요금을 2000원으로 했을 때 최소 50만 이상의 다운로드는 나와야 가능하다. 10억이 지닌 의미를 남다르게 보는 또 하나의 이유다.
지난 2003년 등장해 당시로서는 억대 비용이 투자된 블록버스터 게임으로 화제를 모았던 전작 ‘삼국지무한대전’과 비교하면 개발비의 급상승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 전작의 경우 5명의 개발 인원이 투입돼 8개월 동안 총 2억원 정도가 쓰였다. 당시에는 2억이라는 개발비도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으로 ‘삼국지 무한대전’만 본다면 1년 반만에 개발비 5배, 투입 인원 3배, 개발 기간은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또한 개발비로만 1억원 이상 쓰인 게임을 블록버스터급이라 칭했던 시기는 불과 2년전이다. 올 들어선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1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했다고 해서 블록버스터 게임이라고 말 하기기 부끄러울 정도가 된 것이다. 1억원은 성의있게 만든 게임의 기본 비용 정도가 됐다. 개발비 10억원에 육박하는 게임이 속속 등장하다보니 2∼3억원 정도도 오히려 약하게 느껴진다.
게임빌 정성은 이사는 “금액과 기간이 중요 척도가 되겠지만 용량과 게임 스케일, 그리고 이슈를 불러일으킬만한 요소와 마케팅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 수준에서는 모든 것을 포함한 총 비용이 5억원 이상 들었다면 블록버스터급으로 부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 개발 인원 및 기간 3배 확대
모바일 게임 제작비는 2003년 후반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2004년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주된 이유는 휴대폰 사양이 고급화 되고, 모바일 게임 유저의 눈높이와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이른바 대작 RPG 붐이 일기 시작한 것과 때를 같이한다.
‘삼국지무한대전’을 비롯해 ‘카오스블레이드’, ‘페노아전기2’, ‘에픽크로니클’ 등 지난해 등장한 대작 RPG는 개발비로만 수억원이 투입됐으며 인원과 개발 기간도 종전에 비해 두세배 늘어나면서 대작 모바일 게임 개발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이어 올초 ‘히어로즈’, ‘삼국쟁패 패왕전기’ 등이 5억에서 10억원에 육박하는 개발비로 신기록을 경신했다. 급기야는 10억원이 넘게 투입된 ‘삼국지 무한대전2’의 등장으로 향후 10억원이 넘는 모바일 게임이 다수 등장할 것임을 예측케 하고 있다.
평균 3∼5명 정도 투입되던 개발 인원은 블록버스터급에 이르면 10명 이상 더 많게는 20명에 육박한다. ‘무한대전2’는 16명, ‘놈투’ 12명, ‘삼국쟁패’ 10명 등 블록버스터는 10명 이상이 기본적으로 투입된다. 또한 개발 기간은 기존 3∼6개월 정도에서 최소 8개월 내지 보통 1년을 공들이고, 길게는 2년 가까이 걸린다.
제작비 상승은 게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높아진 인건비가 가장 큰 이유지만 더불어 사운드 제작, 웹 사이트 제작, 동영상 제작 등에 투입되는 비용의 급상승도 주된 요소다. 일례로 ‘놈투’의 경우 ‘테크노국악’이라 불리는 사운드 제작에 2000만원이 들었고 자체 사이트 제작 및 관리에도 많은 인원이 투입되고 있다.
# ‘로맨스소드’ ‘드래곤크로니클’ 등 하반기 줄줄이
올 하반기에 선보일 블록버스터 게임으로는 게임빌의 ‘로맨스소드’, 이쓰리넷의 ‘드래곤 크로니클’, 컴투스의 ‘문명’, 엔텔리전트의 ‘에픽크로니클2’ 등 10여편에 이른다.
이달 8일에 나올 ‘문명’은 제작 기간만 1년 이상으로 PC버전의 ‘문명’ 느낌을 최대한 살려 모바일로 이식한 컴투스의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다.
9월 출시 예정인 액션 RPG ‘로맨스소드(Romance Sword)’는 게임빌이 하반기를 겨냥해 내놓는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로 용량 500KB에 3D 동영상까지 제작해 게임폰용으로 함께 나온다.
중세 팬터지를 배경으로 방대한 세계관을 기본 베이스로 별도의 사건이 집합 형식으로 전개되며 10억원 가까운 개발비를 들여 하반기 모바일게임 시장에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개발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개발비 약 12억원에 마케팅 비용으로 3억원이 책정된 이쓰리넷의 대작 ‘드래곤 크로니클’은 오는 8월에 선보인다. 개발기간은 1년 걸렸고 클라이언트 개발자 3명, 네트워크 서버 개발자 2명, 기획자 1명, 그래픽 3명 등 총 9명이 투입됐다.
‘동전쌓기 신화’를 이룩한 이쓰리넷이 RPG 시장에 본격 도전하는 첫 작품이며, 팬터지 세계의 주인공이 돼 드래곤을 습득 육성한 후 탑승해 전투를 벌이는 액션형 롤플레잉 게임이다.
이외에도 구멍가게타이쿤 수준을 넘어 서울시를 경영하는 대규모 스케일로 개발비 3억원에 개발인원 12명이 6개월 간 투입된 ‘서울타이쿤’, 차세대 모바일 액션RPG를 표방한 라이온로직스의 ‘카샨’ 등이 블록버스터 게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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