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열전]파이컴-멤스 전문기업을 향해

 ‘멤스하면 떠올리는 전문 기업을 목표로’

 이달 1일로 26살을 맞은 파이컴(대표 이억기 www.phicom.com)은 반도체 및 LCD 검사 부문 장비/장치 제조 업체로, 국내 최초로 멤스(MEMS)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기업이다.

 반도체 부문에선 전공정 마지막에서 완성된 웨이퍼를 검사하는 검사 장치인 ‘프로브카드’와 ‘멤스카드’를, TFT LCD 부문에선 셀 공정의 마지막 부문을 검사하는 장비인 ‘프로브스테이션’과 이 장비에 장착되는 소모성 검사 장치인 ‘프로브유닛’과 ‘멤스유닛’을 생산하고 있다.

 멤스(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초소형 미세공정 시스템) 기술은 반도체 공정 기술과 미세 가공 기술을 조합해 수㎛(100만분의 1) 이하 초미세 구조물이나 장치 등을 제작하고 시스템화하는 기술이다.

 기존 제품인 프로브카드는 한번에 최대 32칩의 검사가 가능하지만, 멤스카드(MEMS CARD)는 128개 칩까지 일괄 검사가 가능하다. 또 정밀도도 매우 높아, 차세대 반도체 웨이퍼 검사 장치로 분류된다. 멤스카드는 기존 프로브카드에 비해 점차 고집적화하는 반도체 칩을 효율적으로 테스트하여 수율을 향상시키고 테스트 시간을 단축하는데 크게 기여함으로써 반도체 생산 업체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파이컴은 궁극적으로 한번에 1장의 웨이퍼를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는 멤스카드 개발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멤스유닛(MEMS UNIT) 역시 신개념의 멤스 기술을 이용한 세계 최초의 차세대 LCD 패널 검사 장치이다. 완성된 LCD 패널에 영상 신호와 전원을 보내 패널의 불량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 장치로, 기존 제품(프로브 유닛:60㎛피치까지 대응)에 비해 미세한 범위(25㎛피치)까지 검사가 가능하며, 내구성 및 안정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이억기 대표이사 부회장은 파이컴을 멤스 전문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멤스 기술은 반도체, LCD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나 다른 산업 분야에도 응용될 수 있는 기반 기술로 앞으로 그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멤스 기술을 반도체 검사 장치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처음 하려던 당시를, 이억기 대표는 이렇게 떠올린다.

 “국산화도 이룩하고 시장도 개척하고 기업도 성장하고 있었지만 안주할 수 없었습니다. 후발 업체들의 추격이 있었고, 손재주가 아닌 첨단 기술력으로 승부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죠. 그때 한 세미나에서 멤스 기술에 첫 눈에 반하게 된 것이 현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세계적으로 첨단화·고도화 되고 있는 반도체 기술에 비해, 이를 검사하는 장비는 여전히 수작업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던 차에, 모든 전자 제품을 작고 미세하게 만드는 멤스 기술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브카드를 이 멤스 기술로 만들게 된다면 신뢰성, 생산성, 비용 면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 부회장이 처음 구상에 들어간 것은 1998년. 그러나 반도체처럼 일관가공시설(팹)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멤스 사업은 중소기업이 함부로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주변에서도 다들 가능성이 희박했다고 만류했다.

 기업 공개를 통해 자금을 마련한 이 부회장은 결국 멤스에 ‘올인’ 했고 2004년 멤스카드 개발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올해 초 파이컴의 멤스카드와 멤스유닛은 산자부가 정한 ‘세계 일류 상품’과 ‘차세대 일류상품’으로 각각 선정된 바 있다.

 “모두가 말렸던 사업을 추진했던 3년은 제게 있어서 가장 고독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결실에 대한 보람은 남달랐습니다. 로열티를 단 1센트도 지불하지 않고 순수 우리 기술로 멤스카드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수익이나 매출을 넘어 큰 자긍심을 느낍니다”

◆이끄는 사람들

 ‘각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하모니를 이룬다’

 파이컴은 이억기 부회장을 필두로 연구개발·생산·영업·경영지원 등 네개의 분야로 조직이 구성돼 있다. 이 부회장은 79년 파이컴의 전신인 ‘백현전자’를 설립한 후, 26년간 줄곧 회사를 경영해왔으며, 현재는 CEO로써 파이컴의 경영을 지휘 총괄하고 있다.

 파이컴의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희길 사장은 LG전자 출신으로 지난 99년 영입되었다. 상황 판단이 빠르고 문제 해결시 중재 능력이 뛰어나며, 친화력과 직원들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로 정평이 나있다.

 멤스 제품 개발 및 생산 등 파이컴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연구소 수장은 하이닉스반도체 출신 이한무 상무가 맡고 있다. 2003년 영입된 이 상무는 70여명의 연구 인력들과 함께 휴일도 반납할 정도로 주야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완벽한 제품 개발에 대한 열정이 최대의 장점이다.

 또 파이컴연구소 주요 인력들은 구 대우전자 멤스사업부 출신들로 국내에서 멤스 기술을 가장 잘 아는 인력으로 알려져있다.

 파이컴 제품 생산을 총괄하고 있는 이규홍 부사장은 오랜 기간 삼성전자·삼성SDI에서 생산을 담당하여, 원가 절감 및 공정 개선 등을 통한 생산 능력 향상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파이컴 관리 부문을 맡고있는 CFO 이형우 상무는 93년 합류해 지난 2000년 코스닥 상장을 총괄하는 등 파이컴 성장을 뒤에서 지원한 인물이다. 오랜 근무를 통해 누구보다 파이컴 내외부 사정에 밝다는 평이다.

 이밖에도 파이컴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한 이정훈 상무는 구매를, 이기석 상무는 마이크로사업부를 담당하고 있다.

 또 끊임없이 개선하고 새로운 것을 도입 전개하는 업무의 책임자는 이치형 상무다. 그는 현재의 파이컴 시스템사업부의 산증인이다. 오랫동안 국제 금융통이었던 김현민 전무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감각을 살려 영업마케팅 본부장으로 뛰고 있으며 시장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파이컴의 야전사령관으로 주야에 대한 개념이 없다.

 파이컴은 자기 분야를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인재들을 각 부문에 배치해 최대한의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경영이념

 ‘최고 기술, 수출 사업화, 특허 경영’ 이는 파이컴이 창업부터 현재까지 견지해 온 기업 이념이다. CEO의 경영 원칙이기도 하다.

 ‘세계적 기술이 아니면 시작하지 않는다’ 이억기 부회장은 항상 세계적 기술은 기본, 시장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는 멤스에 ‘올인’ 한다는 결정도 훗날 최상의 선택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특히 멤스 기술은 비단 반도체, LCD 검사장치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과 산업 전분야 등 그 시장이 광범위하다는 선견지명에 기초를 두고 있다.

 ‘세계적 시장이 아니면 시작하지 않는다’ 현재 파이컴 주력사업인 프로브카드 시장은 멤스(MEMS CARD) 및 유사 기술 등 진보된 형태의 시장규모가 매년 늘고 있다. 해외 시장은 2004년 8000억원에서 2005년 1조원으로, 국내 시장은 2004년 800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파이컴은 멤스카드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2.5%(200억)에서 올해 약 10%(938억)로 잡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ST마이크로·중국 비오이 OT 등의 신규 매출처를 확보하는 등 해외 매출처 다변화로 2003년에는 20% 정도에 불과했던 수출비중이 올해 40%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허가 없으면 시작하지 않는다’ 파이컴은 또 기초 특허 없이는 도전하지 않는 기본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100% 국산화 품목만을 생산하며, 단 1센트로 해외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부회장은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의 ‘특허’에 대한 열정은 유난하다. 실제 본인이 발명하고 회사와 공동 출원인으로 되어있는 특허만도 100여건이 넘고, 최근에는 이를 모아 ‘특허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제목의 특허집도 펴낸 바 있다.

 “진정한 세계 일류는 원천 기술을 확보했을 때라야 가능합니다. 특허는 진정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회사 대표이사의 이같은 확고한 원칙이 강소기술 기업 ‘파이컴’의 26년에 녹아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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