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요금 "반값 혹은 공짜"…윈백 전방위 확산

경쟁사 고객을 자사 고객으로 전환하는 극단적 영업 마케팅인 ‘윈백’ 경쟁이 컴퓨팅 업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시장 침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업계에서 촉발된 윈백 경쟁은 해를 넘기면서 전사자원관리(ERP), 서버 및 운용체계(OS) 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윈백 전방위 확산=DBMS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치열한 윈백 경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국내 DBMS 시장이 2000억원을 정점으로 정체 현상을 보이자, 한국IBM·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이 1위 업체인 한국오라클 고객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윈백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한국오라클의 DBMS를 걷어낼 경우 DBMS 가격을 50% 할인해주는 등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시하거나, 무료로 자사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업체까지 나왔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호웅기 부장은 “DBMS 시장의 정체가 장기화하자 업체들이 신규 고객 확보보다는 경쟁사 고객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혁신적인 기술 진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DBMS 업계의 윈백 마케팅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DBMS의 윈백 경쟁이 ERP 업계로 확대됐다. 오라클이 세계적인 ERP 업체인 피플소프트를 인수하자 ERP 업계가 피플소프트 고객 쟁탈전에 돌입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오라클에 서둘러 피플소프트 고객 유인책을 내놓았지만, SAP코리아·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ERP 업체들이 파격적인 할인 가격을 제시하며 국내 피플소프트 고객을 대상으로 윈백 작업이 한창이다.

 급기야 한국오라클은 최근 SAP코리아 고객을 대상으로 라이선스 비용을 50∼100% 인하해주는 윈백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는 ERP 업계가 하반기 윈백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음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서버 업계와 OS 업체들이 윈백 경쟁에 가세했다. 한국IBM은 최근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겨냥해 레드햇과 손잡고 썬의 솔라리스 플랫폼을 사용하는 고객들을 리눅스 서버로 전환해주는 ‘솔라리스-투-리눅스’ 마이그레이션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IBM 이진수 차장은 “세계적으로 솔라리스 환경에서 리눅스 환경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번 마이그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에서도 솔라리스 마이그레이션 고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둔화가 주요 요인=컴퓨팅 업계의 윈백 경쟁은 시장 침체에서 기인한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신규 고객 발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경쟁사 고객이라도 빼앗아야 할 만큼 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것이다.

 특히 컴퓨팅 시장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서버를 비롯해 DBMS, 고객관계관리(CRM) 등 기업용 솔루션 시장마저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SMB) 시장을 중심으로 일부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만 대형 프로젝트들이 실종되면서 시장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컴퓨팅 업계에 불어닥친 인수합병(M&A)도 윈백 경쟁에 불을 지폈다. M&A가 일어날 경우 피인수 기업의 고객들은 사실상 무주공산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RP 업계가 대표적이다. 경쟁 업체들은 하나라도 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피인수 기업 고객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유혹하고 있다.

 ◇역효과도 크다=하지만 윈백 마케팅은 남는 게 없다. 할인율도 할인율이지만, 경쟁사 고객을 자사 사이트로 만들기 위해 들이는 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광고는 물론이고, 영업·마케팅 인력 대부분이 한 사이트에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HP 전인호 상무는 “윈백은 마케팅 효과는 클지 모르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라며 “윈백 경쟁이 장기화하면 서로가 손해”라고 밝혔다.

 실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오라클 이교현 팀장은 “지난 1년간 경쟁사들의 윈백 공세에 시달렸지만, 한국오라클 DBMS 고객 중에서 실제로 경쟁사 제품을 도입한 고객은 극히 드물었다”며 “윈백 마케팅에 돌입하기 전에 손익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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