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최전방 GP에서 발생한 유혈사태의 주범 김모일병이 평소 게임을 즐겨 했으며, 이것이 이번 사건의 한 원인이 됐을 것이란 얘기가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사이버 세계를 혼돈해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란 분석이다. 일부에선 만약 김일병이 FPS(1인칭슈팅)게임을 즐겨했다면, 순간적으로 그런 충동에 빠졌을 수도 있을 것이란 비약적인 얘기까지 서슴없이 한다.
만약 이런 분석이 맞는다면 정말 큰일이다. 군생활을 하는 수 십만의 젊은이들이 대개는 게임을 좋아할 것이며, FPS 인기가 최근 가파르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군대 내에 수 십만의 잠재적 범죄자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요즘 나오는 온라인 게임은 리얼리티가 무척 뛰어나고 기본적으로 다른 유저나 컴퓨터와 상호작용을 근간으로 한다. 때문에 몰입성과 중독성이 강해 게임과 현실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착각에 빠질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이머들을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돼 현실화하지 못하는 문제의 본질은 ‘게임’에 있는게 아니라 게이머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임은 단지 게임으로 봐야한다.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로그아웃’과 동시에 현실 세계에 잘 적응하는 보통의 젊은이들이란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추리소설 광이었다고 해서 책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중독성과 폭력성을 이유로 이처럼 게임이 마녀사냥식으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를 때마다 게임과 게임산업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되고,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때마침 청소년위원회가 청소년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강도 높은 게임 규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러나, 이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할 때가 됐다. 굳이 게임산업이 미래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이자 수출의 첨병이란 사실까지 거론하며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
게임은 이미 미래의 우리 사회를 짊어지고 나갈 10∼20대 꿈나무들에겐 없어선 안되는 생활의 일부이며, 많은 기성세대들에게도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인류가 창조한 모든 문명의 이기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약이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게임은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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