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북경에서 중국시장 진출과 관련해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사와 중국 SP간 수출 상담회가 열렸다. 아직까지 모바일게임 이용자수가 많지 않고 단말기 보급도 제한적이어서 당장에 많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중국시장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중국 SP 중 몇몇 업체는 나스닥에 상장해 있을 만큼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중국업체들이 한국업체를 보는 시각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콘텐츠의 질적, 양적인 면에서 여전히 한국 모바일게임이 중국보다 몇 걸음 앞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해 훨씬 고압적인 자세다. 중국이야말로 시장과 자본을 틀어 쥔 자가 협상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자본주의적 논리가 철저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중국시장 진출에 있어 애로사항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용량 문제다.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높은 자바게임의 경우 60KB 미만으로 서비스되고 BREW게임도 200KB를 넘지 않는다.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은 보통 적게는 120KB에서 많게는 500KB 이상이다. 이런 게임들의 용량을 줄여가며 비슷한 퀄리티를 내기란 쉽지 않다. 기획단계부터 새롭게 시작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사정은 중국 뿐 아니라 서구 쪽에 수출하는 경우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렇듯 용량에 있어 해외시장과 차이가 큰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국내에서 개발자들이 코딩하는데 있어 용량 문제를 고민하기 보다 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현실이 가장 큰 원인이다.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의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해외 바이어들이 국내게임을 보고 난 후에는 게임의 장르를 무엇인지 묻는 경우가 많다. 슈팅, 아케이드, 보드, 스포츠 할 것 없이 대부분 스토리라인이 있고, 중간중간 에피소드와 미니게임이 들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실 RPG나 전략게임 등 특정 장르 외에는 스토리가 반드시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슈팅은 슈팅, 스포츠는 그저 스포츠면 그만이다. 특정 장르의 게임은 단순하고 쉽다는 고유함이 없으면 게임성 자체가 무의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게임들은 이러 저러한 장르가 혼재된 잡탕이 되고 말았다. 장르를 넘어 모두가 비슷한 류의 게임이 되고 만 것이다.
퓨전은 단순한 잡탕이 아니다. 나름대로 독창성을 지닐 때 그 가치가 인정된다. 우리 모바일게임이 잡탕이 되고 만 것은 게임 서비스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특정 집단에 의한 평가시스템에 그 한 원인이 있다. 모바일게임 산업의 저변확대와 해외시장에서의 범용성을 위해서는 개별 게임마다의 독창성과 고유성을 훼손하지 않고 시장에서 평가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오성민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회장·나스카 사장 smoh@nazc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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