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잊는 데 호러영화 만한 것이 없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화면에 넋을 잃고 빠져 있다보면 미처 덥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게임에도 호러라는 장르가 뚜렷이 자리를 잡고 있다. 게임이 무서워봤자 얼마나 무섭겠냐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게이머라면 이번에는 영화 대신 게임으로 여름을 나보는 것은 어떨까.
호러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가급적 늦은 시간에 어두운 조명 아래 남몰래 즐기는 것이 좋다. 또 음향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냥 스피커보다는 헤드셋을 끼고 볼륨을 키우고 즐기는 것을 권한다.
호러 게임도 알고보면 제법 선택의 폭이 넓다. 호러게임의 양대 산맥이라는 ‘바이오하자드’와 ‘사일런트힐’을 비롯해 동양적 공포를 주는 ‘붉은나비’ ‘구원’, 한국의 자존심 ‘화이트데이’, 온라인호러 게임 ‘다크에덴’ 등 다양한 게임이 존재한다.
‘사일런트힐’ 등 대부분의 공포 게임은 시리즈의 스토리가 이어지기 때문에 원작부터 순서대로 즐기는 것이 좋다.‘바이오하자드’는 호러게임의 대명사다. 캡콤이 지난 96년 첫 작품을 발표한 이후 PC와 게임큐브, PS2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발매돼 수많은 게이머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라쿤시의 아크레일 산맥근처에서 원인 모를 살인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는 내용의 이 게임은 피가 난무하는 섬뜩한 화면이 끝모를 공포를 불러온다.
이 게임은 처음에는 완전한 호러물로 나왔으나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놀랍고 무서운 느낌보다는 액션게임의 성격을 띄게 됐다. 따라서 정통 호러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이전 작품을 해보는 것을 권할만하다.
1편은 출시가 오래돼 현재 거의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지만 2편이나 3편은 현재도 주얼CD로 유통되고 있어 비교적 쉽게 싼 가격에 구할 수 있다. 1편이 가장 재미있다는 마니아들도 많지만 일반 게이머라면 1편은 그래픽 등이 최근의 게임들과 비교할 때 많은 차이가 있어 2편과 3편이 무난하다.
이 게임은 PC용 이외에도 ‘바이오하자드 리버스(게임큐브)’ ‘코드명 베로니카(게임큐브·PS2)’ 등의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됐고 외전에 해당하며 건콘을 지원하는 슈팅게임인 ‘바이오하자드 건서바이버(PS2)’ 시리즈도 인기를 끌고 있다.사일런트 힐’은 ‘바이오하자드’와 함께 손꼽히는 유명한 호러게임이다. 코나미의 ‘사일런트 힐’도 ‘바이오하자드’처럼 호러로 출발해 액션이 강화되다 결국에는 다시 정통 호러물로 돌아섰다.
이 게임은 1편에서 휴가를 가던중 야간의 산길에서 사고를 당해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남자 해리 메이슨이 같이 있다 사라진 딸 쉐릴을 찾아나서면서부터 게임의 스토리가 시작된다.
이 게임 역시 ‘바이오하자드’와 마찬가지로 잔인하게 피가 튀며 끔찍하게 생긴 괴물들이 플레이어를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시리즈 특유의 흐릿한 시야 처리와 특유의 잡음이 언제 어디서 괴물이 튀어나올지 몰라 막연한 공포감을 유발하며 게임내내 긴장을 놓지 못하도록 한다.
이 게임은 PS와 PC 등의 플랫폼으로 4편까지 나왔는데 3편이 게임성이나 완성도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사일런트힐 1편, 2편, 4편은 스토리를 중시하고 있는데 구성이 탄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제로 붉은나비’는 지난 2002년 8월 국내에 첫 출시돼 높은 인기를 끌었던 PS2 공포 게임 ‘제로’의 후속작이다.
테크모가 제작한 이 게임은 영혼을 찍는 카메라인 ‘사영기’를 이용해 혼령과 맞서 싸우며 여러 의문을 풀어나가는 독특한 방식의 호러물. 연약한 미소녀 스타일의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며 서정적인 그래픽이 독특하다. 특히 한국판에는 4명의 한국 귀신도 등장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인간 내면의 공포심리를 교묘히 자극하는 작품이어서 선혈이 낭자한 서양식 호러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이 게임이 무섭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명확이 갈리고 있다.
프롬소프트의 호러 액션게임인 ‘구원’도 동양적인 공포를 잘 표현한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 헤이안 시대의 낡은 저택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혼령과 싸움을 벌인다는 것이 게임의 줄거리.손노리가 제작한 ‘화이트데이’는 ‘바이오하자드’ 등과 같은 주류 호러게임들이 혐오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거나 갑자기 무엇인가가 튀어나와 사람을 놀라게 하는 등 식상한 공포에 매달린 것과 달리 차별화된 공포를 주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배경은 학교다. 보통의 호러 게임이 좀비나 몬스터와 피 튀기는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귀신에 들린 수위를 만나면 대항할 방법이 없고 무조건 도망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공포감을 유발한다. 조용하게 울려퍼지는 발걸음, 정적을 깨는 문여는 소리 등은 더욱 게이머를 긴장하게 만든다.
이 게임은 2001년에 출시돼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지만 마니아들은 작품성이 해외 유수의 호러게임 못지 않다고 평하고 있다.온라인 게임에도 호러물이 존재한다. ‘다크에덴’은 15세기 동유럽의 가상국가를 무대로 만든 호러게임이다. 흡혈귀와 흡혈귀 사냥꾼 간의 전쟁이 소재다.
갑자기 연기가 피어오르며 괴물이 솟아오르거나 아무것도 없던 곳에 괴물이 스르륵 나타나 오싹하게 만든다.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은 사용자가 원하는 몬스터와 전투를 벌일 수 있는데 비해 이 게임은 인간의 피와 심장을 노리는 몬스터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무조건 달려들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게이머들 간에도 피케이가 전면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게임 속에서 다른 게이머를 만나는 것도 공포가 될 수 있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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