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룡
국제적인 표준기관에서 일하는 김모 박사는 중국 관련인사를 자주 만난다. 중국이 최근 자국 표준 입지 강화를 위해 활발한 활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표준활동은 아주 단순하다. ‘중국 인구가 13억명이다. 이들만이 사용해도 세계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식이다.
정보가전업체인 K사 사장은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핵심 기술을 가진 우리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첫 대면에서 하이얼사 담당자는 K사 사장에게 “하이얼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 담당자의 질문은 당돌했다. ‘하이얼’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를 묻는 게 아니라, ‘세계적인 하이얼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는 말투였다.
최근 기자가 만난 중국 공산당 한 간부는 난데없이 ‘CJK코퍼레이션’이라는 말을 꺼냈다. ‘CJK’는 ‘Chaina, Japan, Korea’의 첫 글자를 딴 명칭이다. 그 간부는 “CJK코퍼레이션은 중국과 일본, 한국이 합쳐 하나의 유기적인 법인체처럼 움직이자”는 내용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미 ‘CJK코퍼레이션’이라는 말이 산업계와 공산당 전체에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왜 ‘CJK코퍼레이션’에 주목할까. 중국 공산당 간부는 “중국 시장, 일본과 한국의 탁월한 기술력을 합치면 동북아 3국이 아시아, 세계 시장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이미 중국을 CJK코퍼레이션 중심에 두고 있었다. 그의 말을 빌자면 중국 공산당과 산업계는 이미 CJK코퍼레이션을 통해 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 시장 장악이라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는 셈이다. 자신들과 체제가 다른 자본주의 체제까지 ‘코퍼레이션’으로 묶어가면서.
코퍼레이션은 중국말로도 우리와 유사한 ‘법인(法人), 공사(公司)’ 등의 의미를 지닌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공산체제국가인 중국이 문화와 체제가 다른 자본주의 정보강국 한국과 일본을 ‘코퍼레이션’으로 묶어 버렸다. 우리가 동북아시대를 구상하고 있을 때 중국은 아예 자본주의 체제 냄새가 물씬나는 ‘CJK코퍼레이션’을 기획, 추진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독도와 신사참배로 냉각기를 갖고 있을 때 중국은 아예 자본주의보다 더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가 돼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중화(中華)사상이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