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LG필립스디스플레이 "다시 손잡는다"

세계 브라운관 1, 2위 업체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와 삼성SDI가 다시 손잡았다.

양사는 올해 연말까지 17인치 모니터용 브라운관(CDT) 부품에 대해 완전 공용키로 합의했으며 29인치 슬림 브라운관 제품에 대해서도 개발 스펙 공유, 부품 공용화를 추진키로 했다. 또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기존에 생산중인 21인치 슬림 브라운관용 후면 유리를 삼성SDI에 제공하는 등 전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LCD의 전방위적인 위협이 다시 양사의 협력을 이끌어낸 셈이다.

◇갈등에서 화해로 = 삼성SDI,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CRT 세계시장 점유율이 각각 30%로 세계 1, 2위를 다투며 그동안 양보 없는 경쟁을 벌여왔다. 양사는 지난해 초 LCD 시장 진입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 브라운관 개발 및 부품 공용화에 대해 합의했지만 32인치 슬림 브라운관 개발 시점 발표를 둘러싼 자존심 싸움으로 한 때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SDI의 김순택 사장, LG필립스디스플레이의 손정일 사장이 공조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시하고 LCD의 시장 진입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다시 손을 잡게 됐다. 삼성SDI의 한 관계자는 “개발 파트에서는 매달 만나서 향후 제품 개발 및 부품 공용화 부분에 대해 협의를 진행해왔다”며 “17인치의 CDT의 경우 연말쯤이면 양사 제품의 부품이 완전히 공용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4대 3 비율의 29인치 브라운관을 교체할 수 있는 초슬림 브라운관 개발에도 공조를 하고 있다. 32인치 초슬림 브라운관의 경우 삼성SDI는 틴트 유리를,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클리어 타입의 유리를 사용했지만 29인치 부문에서는 아예 대부분의 스펙을 공용토록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자사가 개발한 21인치 슬림 브라운관의 후면 유리를 삼성SDI에 제공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LCD경쟁 우위 확보 노려 = 양사는 이러한 협력을 통해 최근 LCD의 TV 시장 진입 속도를 최대한 늦춰보겠다는 전략이다. 양사가 올해 초 양산한 32인치 초슬림 브라운관의 경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29인치, 34인치 등의 사이즈도 양사가 공조를 통해 빠른 시일내 출시함으로써 LCD의 시장 진입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러한 공조를 통해 향후 발생한 브라운관 업체 구조조정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모니터용 브라운관은 전세계에서 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삼성SDI, LG필립스디스플레이, 중화영관 등 3개사에 불과할 정도로 구조조정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TV용 브라운관은 양사외에도 마쓰시타, 소니, 톰슨, 이리코(중), 중화영관 등 여전히 다수의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의 협조는 조만간 닥칠 TV용 브라운관(CPT) 구조조정 시기에 국내 업체들의 생존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며 “CPT 시장이 줄어들더라도 CPT 기업들이 줄어들게 되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동안 이 부문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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