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첫 인상은 이지적이다. 조용한 어투에 분석적인 화법은 듣는 이로 하여금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가 화이트보드에 도표를 그리며 설명하면 아무리 어려운 이론이라도 쉽게 귀에 들어온다.
이광훈 BEA시스템즈코리아 이사(CMO·40)는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업계의 업무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IT업계의 현황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CMO로서 최고의 덕목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는 연세대학교 전산과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 지난 92년 한국HP에 입사, IT업계에 입문했다. 98년에는 SGI코리아로 자리를 옮겼으며 2002년부터는 하드웨어 업계를 떠나 소프트웨어 업체인 BEA시스템즈코리아로 이동했다. 맡은 업무도 다양하다. 테크니컬 컨설턴트로 시작해 슈퍼컴퓨팅 영업대표를 맡기도 했다. 2000년부터는 마케팅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 기술 쪽에서 영업으로 옮기는 게 흔치 않지만 거기다 마케팅 부문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글로벌 IT 기업에서 기술, 영업, 마케팅의 영역을 순차적으로 겪어오면서 알차게 쌓아온 경험이 업무적인 측면에서 제 자산인 동시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SGI코리아나 BEA시스템즈코리아에서 CMO를 맡으며 마케팅팀의 역할과 역량을 키웠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마케팅 매니저로의 변신도 성공한 셈이다.
“지난 15년 동안 새로운 영역의 사업을 맡아서 하게 되거나 업무 영역을 확장시켜야 되는 과제를 받은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이 이사는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는 계속될 것이라 보고 늘 준비하고 있다. ‘신입사원’의 자세로 매일 국내외 IT e메일 뉴스레터를 점검하고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는 요즘 바쁘다. BEA시스템즈가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들웨어 업체에서 토털 솔루션 업체로의 변신도 그렇거니와 최근에는 ‘리퀴드 에셋(Liquid Asset)’ 비전도 내놓았다. 새로운 전략인만큼 이를 업계에 어떻게 전파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의 일에 충실해서 지금 일하고 있는 조직에 기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는 앞으로 개인 비전을 제시해 달라는 질문에 ‘현 업무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올해로 불혹(不惑)이다. 지천명의 나이가 됐을 때 어떻게 변해 있을지가 궁금하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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