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제안 프로세스를 대대적으로 개편중인 위피(WIPI) 진영이 이통사와 삼성전자 간 의견 대립으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양측이 대립을 보이면서 표준화위원회 개편 논의도 한달째 제자리 걸음을 벗어나지 못해 결국 새로운 체제 가동이 하반기로 미뤄질 전망이다.
현재 논란의 핵심은 표준화위원회를 통과한 표준 스펙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이를 반려할 수 있는 권한을 이통사에 부여하는 문제다. 각종 표준을 서비스에 적용하는 이통사 입장에서 비용이나 비즈니스 모델 등이 현실과 맞지 않으면 이를 반려해 재심의를 거치게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플랫폼의 특허 이슈 사전대응을 위해서는 자신들도 반려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통사 대 삼성전자=최근 열린 몇 차례의 실무회의에서는 이통사와 단말제조사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통사들은 표준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때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면 이를 반려권을 통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플랫폼을 적용하는 것은 서비스뿐만 아니라 단말기도 포함되기 때문에 자신들도 반려권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측이 반려권 부여를 둘러싸고 이처럼 팽팽히 맞서는 이유는 새롭게 변경될 위피 표준 체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과도 무관하지 않다. 기존 표준화위원회는 정회원 8개사의 만장일치 체제로 운영했지만 바뀌는 체제에서는 10개 정회원이 다수결로 결정하기 때문에 이통사, 단말제조사 등 기존 정회원의 입지가 그만큼 줄어들었다. 개편 과정에서 반려권 이슈가 제기된 것도 표준안에 따라 사업에 큰 영향을 받는 이통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협상이 난항에 부딪혔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통사만 반려권을 가질 경우, 위피 표준화의 주도권이 지나치게 이통사 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벽에 부딪힌 표준 프로세스 개편=표준화위원회는 24일에도 확대회의를 갖고 반려권 문제 등을 추가로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이통사와 단말제조사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합의점을 쉽게 찾을지는 알 수 없다. 표준화위원회는 실무회의에서 결실을 얻지 못하면 상위 의결 기구인 운영위원회를 열어 다시 합의점을 찾을 계획지만 논의가 길어질 공산도 크다는 지적이다. 표준화위원회는 당초 프로세스 개편을 5월까지 마무리지을 계획이었으나 이미 한 달 이상 지연됐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3D 표준, DMB 플랫폼 등과의 연계 등 위피 발전을 위해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표준 개편이 더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표준화위원회 관계자는 “새로운 표준 프로세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찰이지만 시간이 너무 길어지는 것은 문제”라며 “실무회의에서 답을 찾지 못하면 운영위원회를 통해 해답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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