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제조-부품업체 `2인3각`

 중소기업들은 ‘슈퍼 갑’으로 불리는 대기업의 정책판단 여부에 따라 하루에도 수십 번 울고 웃는다. 특히 중소 부품업체 대부분은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약자인 ‘을’의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관계는 ‘가깝고도 먼’ 이웃의 전형으로 꼽힌다.

 과거 상당수 중소기업은 수직적 계열화를 근간으로 한 잘못된 거래 관행으로 하루아침에 회사 간판을 내려야 하는 운명에 처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최근 휴대폰 제조업체와 부품업체들이 짜고 있는 새 윈윈전략은 그래서 돋보인다. 단순한 시설투자자금 무이자 지원, 경영기법 교육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물리적 상생’ 수준을 뛰어넘어 핵심부품 공동개발, 해외 동반 진출 등 화학적 결합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부품 공동개발·공장혁신=삼성전자는 지난 2003년 이후 협력업체에 연간 총 1조원을 지원하고 있다. 휴대폰을 생산하는 정보통신총괄에 등록된 협력업체는 부품 505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업체 169개사 등 670여개에 달한다.

 휴대폰 충전기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알에프텍은 대기업과의 윈윈 관계를 추구한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꼽힌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로부터 테스트 장비와 개발 프로그램을 지원받아 외국에서 전량 수입해 오던 GSM 휴대폰 충전기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2001년 607억원이던 매출이 2002년 115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1000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이후 삼성전자와 윈윈 모델 개발실험을 지속해 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알에프텍은 흔히 말하는 하도급업체가 아니라 삼성전자 신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작업에 참여해 제 목소리를 내는 당당한 동반자”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높이기도 한다. 휴대폰 사출케이스를 생산하는 ㈜참테크는 지난해 10월까지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뒤 생산성 향상 및 품질개선 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 생산성은 22% 향상됐고 공정불량은 58% 개선하는 성과를 이뤘다.

 ◇LG전자, 동반 해외 진출=휴대폰 케이스를 LG전자에 납품하고 있는 진원전자는 LG전자와 동반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지난 96년부터 LG전자와 동고동락해 왔던 진원전자는 LG전자로부터 19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중국 현지공장을 설립, 지난 4월부터 휴대폰 케이스 현지 생산에 들어갔다.

 1만1500평 규모로 월 100만 세트 생산이 가능한 이 공장에서 나오는 휴대폰 케이스는 전량 LG전자에 납품된다.

 강인현 진원전자 사장은 “일찍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시장 진출을 꿈꿔 왔다”며 “자금 기술지원 등 LG전자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경영기법을 전수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LG전자의 이 같은 협력업체 사랑은 일방(One-way)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LG전자는 진원전자가 지속적인 금형기술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무서운 속도로 변하는 휴대폰 디자인 경쟁에서 LG의 경쟁력을 높여 준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팬택계열, 협력업체협의회 구성=팬택앤큐리텔은 엠텍비젼과의 동반자 관계 구축을 통해 카메라폰 시장에서 기선을 제압했다.

 세계 최초로 33만화소, 초당 33프레임을 구현하는 제품을 개발한 것은 물론이고 세계 최초로 내장형 USB PC 카메라 기능을 구현해 동영상 저장, 재생 및 MPEG 압축기능도 지원한다. 현재 양사가 공동개발한 모바일용 카메라 관련 특허 5건은 국내 및 국제특허 출원중이다.

 팬택계열 관계자는 “협력사와의 정보교류 및 공동기술 개발 등 수평적 관계 구축의 일환으로 협력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수직적 관계로 인해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불투명한 거래 관행을 없애기 위해 윤리규범을 제정, 투명하고 공정한 협력관계를 제도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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