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는 두 사람이 대화하는 매체다. 전화기는 그 매개체다. 방송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매체다. TV는 이를 위한 매개체다. 90년대까지 성립한 이같은 등식은 올 5월로 종지부를 찍었다. 국내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사업자인 티유미디어(대표 서영길)는 5월 1일 위성DMB 본 방송을 시작했다. 전화를 위한 매개체인 휴대폰으로 매스미디어인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한, 이른바 ‘휴대형 이동방송시대’의 막이 올랐다. 티유미디어는 실외에서 TV를 볼 수 있다는 강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바로 휴대이동방송이 지향하는 세상인 셈이다.
우리나라가 초기 휴대형 이동방송 시장을 주도했다.
우리는 지난 5월 위성DMB 방송을 시작한데 이어 오는 7월에는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지상파DMB 본 방송도 막을 올릴 전망이다. 올 연말이면 지상파DMB 6개 사업자 본방송이 본격 막을 올릴 예정이어서, 세계에서 가장 먼저 ‘휴대이동방송 상용화 정착’을 실현시킬 전망이다.
DMB는 휴대폰이나 차량용 단말기 또는 휴대용 전용단말기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 디지털 TV방송을 볼 수 있게 할 수 있는 기술이자 서비스다. 흔히 ‘휴대이동방송’의 하나인 셈이다. 기존 방송이 흑백TV에서 컬러TV로 혁명적 변화를 한후, 아날로그 TV에서 디지털 TV로 대변혁을 겪고 있는 시점에 새로운 변화의 시작인 셈이다.
◇휴대이동방송시장을 이끄는 위성과 지상파DMB=전세계에서 휴대이동방송의 싹이 돋아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 규격이 바로 노키아진영이 이끄는 ‘DVB-H’와 미국 퀄컴이 주도하는 ‘미디어플로’ 규격이다.
노키아 진영은 유럽과 미국에서 내년 DVB-H 본 방송 스타트를 준비 중이며, 퀄컴은 이미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채널(주파수)을 확보하고 내년초 시범 방송에 나선다. 내년 10월께 본방송에 나선다. 또 하나의 변수로 일본의 디지털방송 규격인 ISDB-T가 있다. ISDB-T는 고정형 디지털 지상파방송 규격이면서 휴대방송이 가능해 내년께 일본에서 휴대이동방송 규격으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이들 경쟁 규격보다 한 발 앞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일단 위성DMB는 지난 5월 본 방송을 시작해 이미 4만∼5만명 가입자를 확보, 초기 시장 안착에 희망을 던져줬다. 사실 위성DMB는 애초 일본 도시바가 주도했으며, 일본 위성DMB(일본에선 이를 모바일방송으로 지칭)사업자인 MBCo가 지난해 10월 본 방송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본의 위성DMB는 NTT도코모 등 이동통신사업자와 협력 관계를 맺지 못해 휴대폰에서의 TV 시청하는 ‘킬러애플리케이션’ 확보에 실패했다. 현재 휴대전용 단말기와 차량용 단말기만으로 마케팅하며 사실상 정체 상태다.
국내 위성DMB사업자인 티유미디어가 휴대폰까지 포함시킨 ‘위성DMB 모델’의 선구자 위치를 차지한 상태다. 티유미디어는 한국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1대 주주며 단말기업체인 삼성전자 및 지상파방송사인 MBC, SBS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회사다. 또한 티유미디어는 3개 이동통신사업자와 모두 서비스 제공 계약을 맺어, 휴대폰을 통한 위성DMB 서비스 기반을 확고히 했다.
또 다른 한국 DMB의 축인 지상파DMB는 ‘한국형 DMB’로 자리매김했다. 본래 지상파DMB는 유럽의 디지털오디오방송(DAB)인 ‘유레카147’를 바탕으로 탄생한 기술 표준이다. 즉, 오디오 전송 규격 위에 비디오 전송을 가능케한 셈이다. 따라서 유럽 DAB 인프라 위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있다는 강점이 있다.
KBS·MBC·SBS·YTN DMB·한국DMB·KMMB 등 6개 사업자가 방송위원회로부터 사업자 선정됐다. 이중 지상파방송사이기도 한 KBS·MBC·SBS 등 3개사가 7월부터 기존 지상파방송 콘텐츠를 재송신하는 부분 본방송에 들어가며 올 연말께 6개 사업자가 모두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본방송을 시작한다.
지상파DMB가 자리잡을 경우 유럽지역에서 한국형DMB가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미 독일의 바이에른주에서는 내년 지상파DMB 시범사업을 진행키로 결정한 상황이다. 또한 중국에서도 휴대이동방송 도입 논의가 무르익고 있어, 중국 시장에서 지상파DMB가 힘을 얻을 시나리오 역시 무게감을 갖는다.
최근엔 KBS와 삼성전자가 중국 베이징지역 휴대이동방송 준비사업자인 웨룽디지털멀티미디어유한공사와, LG전자가 중국 광둥지역 웨광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유한공사와 각각 제휴를 체결했다.
◇초기 성공 요인=우리나라가 초기 휴대이동방송시장을 주도하는 원동력에는 △SK텔레콤이라는 거대 이통사의 참여(위성DMB의 경우) △지상파방송사의 지상파DMB 적극 참여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등정부 부처 및기관의 조기 도입 의지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계 최고의 첨단휴대폰 주도업체 보유 등을 꼽는다.
위성DMB는 사실 일본이 차량용 단말기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모델이지만 SK텔레콤이 이를 휴대폰에 접목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일본의 경우 MBCo가 휴대폰에서 위성DMB를 시청할 수있게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와 지리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상파DMB는 KBS 등 지상파방송사가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보안재로서 적극 고려하며 태동했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는 성장동력으로서 DMB를 조기에 인식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지원책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초기 성공을 이끈 주역이다. 위성DMB용 베이스밴드, 위성DMB폰, 지상파DMB용 베이스밴드, 지상파DMB폰 등을 속속 개발하며 서비스를 뒷받침했다. 특히 지상파DMB의 경우 지난해초까지만해도 휴대폰형태 단말기가 개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비등했으나 삼성과 LG가 하반기 개발에 성공하며 이를 불식시켰다.
◇DMB의 위기 요소=우리나라가 전세계 휴대이동방송 시장을 주도키엔 위기 요소 또한 많다. 위성DMB와 지상파DMB를 두 축으로 앞서나가고는 있으나 이같은 움직임이 향후 주도권 장악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우선 기술 규격의 우수성 문제다. 위성DMB는 본래 일본 도시바 주도 규격이다. 지상파DMB는 유럽 중심의 규격에 바탕한다. 두 기술 모두 우리나라 기술 규격이 아닌 셈. 또한 경쟁 표준인 노키아 진영의 DVB-H와 퀄컴의 미디어플로, 일본의 ISDB-T보다 먼저 만들어진 규격인 만큼, 후발 표준보다 주파수 효율성 측면에서 뒤처진다는 지적이 많다. 일례로 지상파DMB는 6MHz 대역폭에서 대략 6∼8개 비디오 채널과 12∼15개 오디오 채널이 가능한데 비해, 퀄컴의 미디어플로는 같은 대역폭에서 20개 비디오채널과 40여 오디오 채널이 가능하다.
두번째로 두 DMB가 세계적 규격으로 서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 안착이 필수적이지만 아직 100% 확신을 주지 못하는 형편이다. 위성DMB의 경우 강력한 킬러 콘텐츠인 지상파방송를 실시간 재송신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지상파방송사 콘텐츠가 시장을 완전 장악한 시장이다. 일례로 케이블방송의 시청률을 기준으로 볼때, 전체 시청률의 70%정도가 지상파 4사 콘텐츠에 집중됐으며 나머지가 180여 PP들의 몫이다. 그런데 위성DMB사업자인 티유미디어는 지상파 4사와 재송신 계약을 맺지 못해 킬러 콘텐츠를 갖추지 못했다. 티유미디어로선 신규 가입자를 흡입할 콘텐츠 보강이라는 절대명제를 고민 중이다. 티유미디어는 MBC, SBS, EBS 등 지상파방송사의 자회사 등을 통해 재편성된 콘텐츠를 받으며 부족한 골을 메꾸고 있다.
지상파DMB는 단일 사업자가 아닌 6개 사업자로 이뤄져, 마케팅면에서 불리하다. 특히 지하철 등 음영지역에서 지상파DMB를 수신토록할 중계망을 구축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6개 사업자가 독자적으로 중계망을 구축할만한 자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6개 사업자는 향후 지상파DMB폰, 지상파DMB 수신 전용 단말기(일테면 PMP+지상파DMB 겸용 단말기), 차량용 지상파DMB 단말기 등을 유통시킬 유통망 확보가 발등의 불이다.
지상파DMB폰의 경우 이동통신사업자와 계약을 맺어야하는데 협의만 진행 중이다. 이동통신사업자가 휴대폰 유통 시장을 거의 장악한 상황에서 이들과 합의 없이 지상파DMB폰을 시장에서 유통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망=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휴대이동방송’을 실험하고 있는 우리로선 위기 요소를 어떻게 돌파하는냐가 과제다. 특히 유례가 없는 만큼 휴대이동방송을 위한 단말기가 어떤 형태여야하는지, 어떤 콘텐츠가 휴대이동방송용(일테면 모바일 콘텐츠)으로 적합한지,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이 필요한지, 서비스 성공을 위해 방송사-이통사-단말기사업자-콘텐츠사업자간 어떤 협력모델을 갖춰할지 시행착오를 통해 얻어야한다. 이는 반대로, 우리가 이런문제를 풀어낼 경우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로 진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위성DMB폰, 지상파DMB폰, DVB-H폰 등을 개발해 선보인 상태며 미디어플로폰 역시 개발 중인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또한 규격에 따른 베이스밴드칩도 독자 개발하는 등 세계시장 주도를 위한 하드웨어적인 준비를 진행 중이다. LG전자 역시 4개 휴대이동방송표준에 맞춘 겸용 수신 휴대폰을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춘 휴대폰 개발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며 그 결정판이 휴대이동방송용 휴대폰이다. 삼성과 LG를 주축으로 중견업체들이 뛰어들 경우 세계 휴대이동방송용 단말기 시장주도권 장악도 가능하다. 이런 장미빛 전망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쯤이면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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