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의 꽃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여름밤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통합리그인 스카이프로리그 2005 1라운드는 중반전으로 접어들면서 팀간 순위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에버 스타리그는 4강전을 거쳐 이달말 결승전이 열린다. 또한 최고 인기 선수 8명이 격돌 중인 스니커즈배 올스타리그 2라운드 결승전도 오는 18일에 열려 e스포츠 팬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만들고 있다.
20대 스타리그 마니아 L씨. 그는 지난 8일 밤 경기를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쿠웨이트의 월드컵 최종 예선전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한시간이 넘도록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명승부. 강민과 박태민이 KTF매직앤스와 SK텔레콤의 자존심을 걸고 벌인 프로리그 5주차 마지막 5경까지 이어진 팀간 에이스 결정전이었다.
# 월드컵 열기를 압도한 프로리그 열기
강민의 승리로 끝난 이 경기는 승부를 떠나 프로토스와 저그가 지닌 모든 고급 유닛과 펼쳐 보일 수 있는 전략, 전술, 그리고 빼어난 운영까지를 그대로 보여준 최고의 경기로 평가된다. 당시 경기를 중계한 게임방송사 캐스터와 아나운서까지 “이처럼 멋진 경기는 처음”이라며 격찬하고 나섰다. 서서히 열기를 더해가던 통합리그는 마치 기름 부은 장작처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한 경기 한 경기마다 놓칠 수 없는 빅이벤트가 되고 있다.
특히 이번 리그 들어 SK텔레콤 T1과 KTF 매직앤스가 처음으로 맞붙은 경기였기에 관심도 높았지만 e스포츠 팬들은 순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통합리그의 열기를 그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매 경기마다 1위부터 5위팀까지 순위가 재조정되고 명암이 엇갈린다. T1과 매직앤스의 경기 역시 1위에 오르느냐, 아니면 4위로 밀리느냐 기로에 선 시점이었다.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 속에 진행된 이 경기는 1시간 짜리 마지막 에이스 결정전을 포함해 무려 3시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표정에는 지루한 느낌이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시간이 마치 1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5경기 모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났기 때문이다. 오후 7시에 시작한 경기는 10시 가까이 돼 끝났고 경기장은 8월 한여름밤을 방불케 할 정도로 후끈거렸다.
# 순위 경쟁 스타리거 팀플 활약 등 관심 고조
5월 들어 시작한 ‘스카이프로리그 2005’의 열기는 6월로 접어들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본격적인 순위 경쟁에 돌입하면서 플레이오프 및 우승팀을 점치는 팬들이 등장하고 개인전과 팀플전에서 연승 행진 기록, 임요환과 홍진호 등 스타 플레이어의 팀플전 활약, 몰락한 팀플 및 화려하게 등장한 팀플조, 신예들의 막강 파워까지 모든 요인들이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SK텔레콤과 KTF매직앤스, 팬택앤큐리텔 큐리어스와 한빛스타즈라는 4강 체제에 전통 강호 GO가 가세한 5강 체제는 한 경기 이내 또는 승점 몇점 차이로 업치락 뒤치락 하고 있는 모습이며, 지난 대회 팀플전에 유난히 강한 모습으로 중상위권을 지키고 결국 3라운드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던 KOR의 몰락은 또 다른 관심사가 됐다. 개인전에 아무리 강해도 팀플전에서 무너지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지난 대회를 교훈 삼아 팀플전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명문팀들도 이번 프로리그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만들고 있다.
# 질주하는 저그 vs 명예 회복 벼르는 테란
지난 10일부터 4강전에 돌입, 오는 25일 결승전이 열리는 ‘에버 스타리그’는 한여름밤에 맛보는 e스포츠 식단의 또 다른 별미. 테란과 저그전으로 압축된 이번 대회는 스타리그 ‘양박 시대’를 열어제낀 박성준과 박태민이라는 걸출한 저그스타와 서지훈, 이병민이라는 현역 최고 기량의 테란 유저 2명의 대결로 압축됐다.
박대박 대결, 또는 테란 대 저그, 테란 대 테란전이라는 3가지 조합 중에서 결승전 조합은 어느 것으로 귀결될 지 알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어느 조합도 흥행성과 볼거리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그만큼 현재 4명의 우승 후보는 스타리그 뿐 아니라 팀리그에서도 에이스 및 팀플조로 활약하며 팀성적의 견인차 역할을 해내고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은 물오른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박태민과 박성준, 지난 대회 4강에서 탈락해 시드 배정도 받지 못한 한을 풀고자 절치부심해온 이병민, ‘올림푸스 스타리그’ 우승 이후 2년 여만에 4강에 진출한 서지훈의 한이 맞물려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은 최고조다. 그동안 개인리그를 휩쓸다시피 해온 4대 천왕이 한 명도 끼여있지 않다는 점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의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한편, 정규리그는 아니지만 ‘스니커즈배 올스타리그’도 재미있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2라운드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강민과 홍진호의 결승전이 오는 18일 열릴 예정이다. 임요환과 박성준을 각각 꺾고 올라온 프로토스와 저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 강민과 홍진호의 대결 역시 한여름밤을 달굴 빅이벤트임에 틀림없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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