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기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출범했다. 그 진용을 보면 상당히 일신했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새 인물이다.
그렇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법이다. 그래야 맛을 버리지 않고 새 맛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맛과 향을 얻기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질타와 외면으로 끝내 버려질 수 밖에 없다.
영등위는 문화의 안전망이다. 선진국 이든 후진국이든 그런 안전 장치들은 다 갖추고 있다. 그 것은 사회 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바람잘 날 없는 곳이 영등위가 돼 버렸다. 예컨대 완충 기능이 강하면 표현을 억압한다 하여 반발을 사고 그 반대로 약하면 무성의한 심의라는 이름으로 도마위에 오르는 곳이 바로 그 곳이다. 녹록한 곳이 아닌 셈이다. 그래서 어느 위원회보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제3기 영등위에 거는 기대는 여기에 있다. 그동안 영등위는 사회의 완충기능만을 강조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보면 역할에 아주 충실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요한 지혜를 짜 내지는 못했다. 과거 영등위가 내로라하는 사람들로 진용을 구축했지만 끝없는 잡음을 내며 오명을 뒤집어 쓴 것은 지혜의 머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문화의 시대다.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뿐 아니라 중국·대만 등 동남아 국가들 도 앞다퉈 문화산업 육성에 매달리고 있다. 더욱이 개도국인 중국의 움직임은 심상치가 않을 정도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작품들은 한류바람을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미르의 전설’ ‘라그나 로그’등 주요 온라인 게임은 동남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예술이라는 이름에 옴짝 달싹 못하던 문화계가 문화산업이란 혁명적 용어를 과감히 수용한 덕택이다. 따라서 이같은 바람에는 더 탄력을 붙여줘야 한다. 하지만 산업계의 시선은 싸늘 하기만 하다. 영등위가 늘 말썽이라는 것이다.
내수를 담보하지 않고 수출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영등위의 칼은 생명과도 같다. 이를테면 한 컷의 삭제여부가 흥행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전히 그들은 문화의 완충기능만 강조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낡은 규정과 시대에 걸맞지 않은 심의 기준을 마치 고전처럼 읽고 있어선 새 향과 새 맛을 제대로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에도 거듭나지 않으면 버려질 수 도 있다. 특히 ‘텔레반’들이 영등위를 접수했다는 웃지못할 농담의 실체를 영등위는 되새겨 봐야 한다.
이젠 변하고 진화해야 한다. 자리와 권위보다는 지혜를 짜내야 하며 낡은 탈은 내던져야 한다. 그래야 영등위가 불명예의 옷을 벗을 수 있다.
<편집국장 inm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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