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마상소프트 강삼석 사장

‘우리가 남이가….’

마상소프트 강삼석 사장(40)은 ‘경상도 사나이’다. 게임보다 사람이 더 좋아 게임판에 뛰어든 ‘뜨거운 피’의 소유자다.

중공업 노동자에서 출발해 종금사 외환딜러, IT업체 CFO 등. 그가 게임판에 투신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처음 게임판에 투신하겠다고 했을 때 친구들도 하나같이 머리를 갸웃뚱거렸다.

하지만 그는 3년만에 ‘대형 사고’를 쳤다. 한국 게임업체로는 처음으로 일본 최대 인터넷 포털 라이브도어와 게임 수출계약을 체결한 것. 한 때 후지TV 경영권까지 넘보며 일본 열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라이브도어가 국내 유수업체를 제쳐두고 무명의 마상소프트와 손을 잡으면서 그는 하루 아침에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일본 수출을 계기로 온라인 비행슈팅게임 ‘스페이스 카우보이’를 새롭게 오픈하겠다는 그는 “게임판 투신은 ‘스페이스 카우보이’ 개발자들의 살아있는 눈빛 때문”이라며 “라이브도어가 선택한 것도 결국 마상의 우수한 개발진 때문”이라고 개발자들을 추켜세웠다.

강 사장이 라이브도어를 만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이 마련한 수출상담회에 노트북 하나 달랑 들고 뛰어든 것이 계기가 됐다.

“일단 부딪혀 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모든 것이 서툴지만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남는 것은 용감한 ‘무대포’ 정신밖에 없더라구요.”

하지만 상담회를 찾은 라이브도어 부사장은 온라인게임 ‘스페이스 카우보이’를 보자 마자 감탄사를 연발했다. 결국 수출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일본어에 능통한 직원을 급하게 구하고, 계약서 초안을 만들기 위해 게임산업개발원, 콘텐츠진흥원, 소프트웨어진흥원 등 관련 기관을 훑고 다녔다.

# 맨손으로 잡은 ‘라이브도어’

수출협상은 몇차례의 고비를 맞은 끝에 지난달 합의를 이끌어냈다. 계약금 50만달러에 매출 대비 러닝로열티 40%를 받는 조건이었다.

“러닝로열티 40%는 파격적이에요. 라이브도어측은 개발사의 수익이 보장돼야 좋은 게임이 나올 수 있다며 흔쾌히 40%를 주겠다고 했어요.”

그는 라이브도어 호리에 다카후미 사장과 계약서에 사인하고 악수하던 순간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일본 대학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CEO로 꼽은 호리에 사장은 바쁜 일정을 제쳐두고 강 사장을 맞을 정도로 ‘스페이스 카우보이’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라이브도어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현지화 작업을 거쳐 올 여름께 일본에서 본격 서비스될 예정이다.

# 파란만장 인생역정

라이브도어와 드라마틱한 수출계약을 성사시킨 강 사장의 인생도 한편의 드라마에 가깝다. 부산기계공고를 졸업한 그는 창원의 한 중공업 업체에서 병역특례 현장 노동자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학력 콤플렉스’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대졸 사원보다 직책이 낮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좌절했다.

이 때문에 그는 대학에 진학해도 공대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결국 그는 공고 출신이지만 경제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대학에서는 총학생회 부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종합금융회사 외환 딜러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보름동안 30억원을 벌기도 하고, 한시간에 3억원을 날리기도 하는 승부사의 세계였다.

하지만 잘 나가던 외환딜러 생활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때마침 찾아온 IMF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게임과 인연은 그 이후부터 시작됐다. VoIP업체 웹콜월드 CFO로 자리를 옮긴 그는 그곳에서 지금 마상소프트 개발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웹콜월드가 게임 개발에 뛰어들며 준비한 첫번째 프로젝트였다. 마상소프트는 지난해 초 웹콜월드에서 분사했고, 그는 게임업체 CEO로 명함을 또 바꿨다.

“게임은 잘 몰랐지만 사람은 잘 알았죠. 그래서 뛰어든 거죠.”

그는 인터뷰 자리에 권동혁 개발본부장과 권민철 개발팀장을 함께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게임 문외한인 그가 게임사업을 벌이게 된 것은 이들 ‘핵심 인력’ 때문이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 전도유망한 마상소프트

마상소프트는 최근 일본시장 진출을 계기로 사기가 한껏 올라있다.

사실 마상소프트는 ‘스페이스 카우보이’로 국내에서 약간의 좌절을 경험했다. 지난해 게임포털 ‘엠게임’을 통해 오픈 베타서비스에 돌입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임의 완성도를 떠나 국내 유저들은 익숙하지 않은 비행슈팅 장르를 외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상소프트의 기술력은 곳곳에서 인정받고 있다.

‘스페이스 카우보이’의 경우 2003년 게임산업개발원의 우수게임사전제작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스페이스 카우보이’에 처음 적용된 온라인게임상 음성통신 기술이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하는 기반기술활성화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시장 특성을 제대로 읽지 못한 측면이 강해요. 게임 완성도만 높으면 유저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착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일본에서는 다를 거에요. 라이브도어가 첫번째 온라인게임으로 ‘스페이스 카우보이’를 선정한 까닭도 이 때문이에요.”

강 사장은 일본 시장 진출에 맞춰 ‘스페이스 카우보이’를 올 여름 새롭게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치른 값비싼 수험료를 바탕으로 국내 비즈니스도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각오다.

“사실 차기작 개발도 시작됐어요. 일본 외에 곧 체결될 수출건도 있고요. 무엇이든 처음이 가장 어렵잖아요. 이제 개발도, 비즈니스도 탄력이 붙을 대로 붙은 거 같아요.”

그는 갈 마(磨)자에 서로 상(相)자를 합친 ‘마상’이라는 이름이 너무 좋지 않냐고 되물었다. 서로서로 톱니바퀴처럼 배워 발전해나가자는 뜻대로 마상소프트가 조금씩 궤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란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는 이제 제법 게임업계 생리에 적응한 듯이 보였다. 노동자에서 외환딜러, IT업체 CFO, 게임업체 사장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온 그의 다음 변신이 기대된다.1966년 경남 합천 출생

    부산기계공고 졸업

    영남대 경제학과 졸업

    효성중공업

1995년 영남종금 외환딜러

2000년 웹콜월드 CFO

2004년 마상소프트 설립

<장지영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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