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를 이야기할 때 흔히 나오는 소재중 하나가 ‘밸런스(Balance)’다. 그냥 밸런스라고 말하면 뜬금없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종족(種族)간 밸런스’다.
‘종족간 밸런스’라는 것은 테란과 저그, 프로토스 등 세 종족의 역량이 균형잡힌 상태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말한다.
얼마전 필자는 ‘스타크래프트’의 밸런스는 ‘완벽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나의 논리에 반박하면서 동시에 동감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저그는 테란에게 약해 손해를 보지만 그만큼 프로토스에게 강하다는 점으로 그러한 손해를 상쇄하고, 프로토스는 테란에게 상성상 우위를 점한다.
이렇게 세 종족은 먹고 먹히는 관계인데, 그러나 얻는 만큼 잃는 제로섬은 아니며 특정 종족은 약간 더 손해를 본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바로, 프로토스가 저그에게 약한 만큼 테란에게 강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이 점에는 동감하는 편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밸런스는 더욱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쪽이기도 하다.
최근 벌어진 두번의 경기에서 이같은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첫 경기는 박정석과 박태민 간의 ‘에버 2005 스타리그’ 8강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박정석은 초반을 잘 진행하고도 중반 이후 모든 면에서 프로토스를 조금씩 앞서 있는 저그에게 지고 말았다.
원래 상성상 저그가 프로토스를 앞서는데 박태민처럼 저그를 완벽하게 운영하면 프로토스가 무슨 수로 저그를 이길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경기였다. 이들 2종족간의 밸런스는 완전히 무너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수요일 강민이 그런 박태민을 꺾으며 프로토스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다. 경기 내용도 박정석 대 박태민의 경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양상으로 진행해 1시간 가까운 장기전을 펼쳤다. 하지만 결과는 강민의 역전승.
서로 완벽하게 한다면 프로토스로는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저그, 그것도 박태민의 저그를 이겼다. 경기맵도 박정석의 경기와 같은 포르테(Forte)였다. 완벽하게 해도 이길 수 없다면, 그보다 더 잘하면 된다. 꿈같은 소리겠지만 그런 경기를 보고 팬들은 환호한다.
‘스타크래프트’의 종족간 밸런스는 결국 각 종족이 상성으로 얽혀 있는 쪽이 훨씬 재미있다. 특히 이같은 상성도 약간의 불균형과 비대칭을 이루고 있는 쪽이 더욱 아름답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불완전한 것을 더욱 아름답게 여기는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는 바로 그런 점 덕분에 이렇게 기대 밖의 드라마 같은 경기가 나오기도 한다.
<게임해설가 엄재경 next_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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