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걸작 시리즈](8)디어사이드 3

세계가 인정한 X박스용 대작 게임 ‘킹덤언더파이어:더크루세이더즈’는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었다. 이 게임은 아직도 어드벤처게임 마니아들 사이에 회자되는 전설의 게임 ‘디어사이드 3’를 제작한 실력자 이현기 실장이 있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 실장이 스튜디오자코뱅을 통해 지난 97년 내놓았던 ‘디어사이드 3’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진 탄탄한 스토리와 세련된 컬트풍의 분위기 때문에 명작의 반열에 꼽히는 작품이다.

이 게임은 서기 2024년 냉소적이며 잔인한 성격의 시경 특수부대 출신 김창기가 공안부 폭동진압 특수기갑대의 과장으로 전근하면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진지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배경으로 존재론적 성찰과 염세적 무력감 등이 녹아든 이 게임은 게임이라기보다는 잘짜여진 한편의 컬트영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디어사이드 3’는 2D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절제된 색상과 어두운 거리, 추적추적 내리는 비 등은 느와르 영화에서 등장하는 영상물을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오래된 종로의 모습을 배경으로 표현했는데 과거와 현재가 교묘하게 공존하는 모습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스토리와 그래픽 못지 않게 사운드도 일품이다. 서정적인 피아노곡이 게임 전반을 지배하는 가운데 뉴에이지풍의 이같은 음악들은 게임의 어두운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려 독특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이 게임은 당시로서는 보기드물게 2장의 CD로 배포됐는데 이는 전 대사를 음성처리했기 때문에 볼륨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그런만큼 성우들의 음성연기도 게임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무엇하나 흠잡을 것이 없는 이 게임은 하지만 상업적으로는 철저히 외면받았다. 당시 패키지 시장 상황이 악화일로에 있는 데다 너무 무겁고 어려운 게임이어서 수요층이 워낙 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실장은 이 게임을 끝으로 스튜디오자코뱅을 정리하고 판타그램으로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디어사이드 3’가 세계적인 게임 ‘더크루세이더즈’를 탄생시킨 밑거름이 된 셈이다.

이 실장은 현재 ‘더크루세이더즈’ 후속편인 ‘킹덤언더파이어:히어로즈’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그가 다시 한번 전세계에 먹힐 국산 콘솔 명작을 내놓기를 기대해 본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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