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기자의 스타크래프트 고수에게 배운다]테란<하>전상욱 편

마지막 승부다! 상대는 최근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약관 20살의 프로게이머 전상욱. 지난 2주 동안 ‘황제’ 임요환과 ‘괴물’ 최연성에게 한 수 배운 것을 토대로 피를 토하며 연습한 이상 마음 한 구석엔 은근히 욕심이 생겼다. 황제는 기본을 강조했고 괴물은 전략과 전술에 대한 다양한 요령을 알려줬다.

하지만 그들은 프로게이머다. 기본기는 물론 최고 전술까지 완벽하게 파악한 상태라, 그들의 지적에 따라 연습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웠다. 일단 마우스 콘트롤부터 다르다. 오른손과 왼손이 쉴새없이 움직이며 화면을 계속 전환한다. 클릭과 드래그의 속도와 정확성은 국제 기능사 대회에 나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 하지만 히딩크처럼 수비를 튼튼히 하고 적극적인 공격을 감행하면 통하지 않을까?

SK 텔레콤 T1 숙소에서 만난 전상욱 선수는 느릿느릿한 말투에 표정의 변화가 별로 없는 소위 포커페이스였다. 항상 미소를 머금는 임요환 선수와 뭔가 부족한 듯한 최연성 선수와는 또다른 매력이 넘쳐났다. 그래서 일단 심리전부터 들어갔다. 작전은 엄살이다.

“전 정말 못합니다. 한 10분만 버티게 해주세요∼. 일천한 아마추어가 당대 최고 프로게이머에게 감히 이길 수 있겠습니까? 좀 봐주시면서 살살 부탁합니다. 사실 저녁도 못 먹고 왔어요.”

비굴하다고? 모르는 소리. 이거야 말로 최고 수준의 심리전이며 결국 경기는 결과가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전상욱 선수는 들은 척도 안 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만지작거리며 손만 푸는게 아닌가. 결국 심리전에서부터 지고 들어가고 말았다.간단한 스트레칭과 워밍업을 거쳐 머릿속에 나름대로의 작전을 구상하고,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나의 본진은 9시. 우선 일꾼(SCV)을 열심히 생산했다. 초반 빌드오더는 ‘패스트 메카닉’. 땀나는 연습을 통해 완벽히 수학공식처럼 외워둔 상태다.

지금까지 경기한 어떤 플레이보다 빠르게 팩토리 건설에 들어갔다. 그 사이 SCV로 정찰을 명령했다. 일대일의 싸움은 정찰을 어느 방향으로 하느냐가 아주 중요한 법. 시계 방향으로 돌렸는데 결국 본진 바로 옆에 반시계 방향에 상대가 있다면 큰 낭비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시계 반대 방향. 아뿔사! 불행하게도 전상욱 선수는 11시에 위치했고 많은 시간을 소요한 끝에 적 본진을 겨우 발견했다.

그런데 갑자기 전상욱 선수의 SCV가 한 마리 나타나는게 아닌가. 본진 입구에서 잠시 서성거리던 SCV는 입구를 막아 둔 서플라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니, 저 SCV가 돌았나.

자원이나 캐지 여기서 왠 공격?.’ 할 수 없이 마린을 한 마리 생산해 SCV를 파괴했지만 서플라이에는 불이 붙고 있었다. 짜증이 몰려 왔지만 오로지 탱크를 만들기 위한 투지를 살렸다. ‘탱크로 너의 기지를 밟아 주마! 이번 작전명이었다.탱크 생산 공정이 절반쯤 지났을까 이번엔 전상욱 선수의 마린 한 명이 나타나더니 입구를 막아둔 배럭에 총질을 가하기 시작했다. 마린을 생산해서 대응할까 했으나 그냥 작전대로 탱크 생산을 기다리기로 했다.

마린쯤이야 탱크하나면 끝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탱크가 막 생산될 무렵 전상욱 선수의 벌쳐 2대가 쳐들어 왔다. ‘어, 이런. 이거 큰일났군. 지는 건 확실했지만 너무 빨리 끝나는 거 아냐? 열받네 이거.’

배럭과 서플라이가 간신히 진입하는 것은 막고 있었지만 폭발 일보지경이었다. 팩토리에서 탱크 한 대가 생산됐고 재빨리 입구로 이동시켜 벌쳐를 상대했다. 하지만 벌쳐는 2대였고 느리게 움직이는 탱크는 한 대. 시즈 모드가 개발되지 않아 원거리 사격도 불가능했다.

최대한 시간을 벌기 위해 탱크 컨트롤을 하며 움직였지만 배럭이 폭발하면서 입구가 뚫리고 말았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상욱 선수의 벌쳐는 빠른 움직임으로 기지 내부로 들어왔고 아군 탱크는 끝까지 저항하다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그 사이 탱크를 한 대 더 만들기 위해 ‘T’키를 눌렀으나 전상욱 선수의 탱크 2대가 더 투입된 상태였다. 완패였다. 모든 SCV는 힘없이 무너졌고 모든 건물은 불길에 휩싸여 화염을 토해냈다.“GG요.” “수고하셨습니다.” 버티기 신공에 들어가 끝까지 도망칠까 생각도 했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경기시간은 단 7분56초였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후회 없는 한판이었다. 어차피 프로게이머를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경기를 끝내고 전상욱 선수에게 리플레이 화면을 보며 한 수 지도를 부탁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문제네요. 연습이 더 필요합니다.” 이렇게 냉정할 수가….

“만약 실력이 비슷하면 어디서 승패가 갈라져요?”

“콘트롤 싸움이죠. 일점사를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하느냐가 승부입니다. 프로게이머들의 전투는 콘트롤에서 좌우됩니다.” 사실 수준이 비슷한 스타크래프 유저들 간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유닛 콘트롤 능력이라는 것은 상식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개는 빌드오더와 전략에만 매달릴뿐 유닛 콘트롤에 대한 연구와 노력에 집중하기 어렵다.

“자,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야. 유닛 콘트롤 연습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순간 수준급 테란 유저로 가는길이 참 멀고도 험하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스쳤다.대전 후 전상욱선수는 자신의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테란종족의 실력을 쌓는 법을 자세히 알려줬다. 일종의 특별 보너스를 준 것. 그의 필승 팁은 6개 기본 전략이다.

1.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

자신이 즐겨하는 전술은 분명 존재한다. 고수에게 배워 몇 번 이기면 그 전술이 정형화된다. 그러면 상대방에게 약점을 쉽게 간파 당한다. 항상 실험 정신을 가지고 색다른 전략을 구사해야만 실력을 높일 수 있다. 실험을 통해 얻어진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높이 도약하라.

2. 초반 빌드 오더는 외워라.

테란은 타 종족과 달리 초반 유닛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를 극복하고 최대한 빠른 유닛을 생산하기 위한 빌드 오더는 반드시 존재한다. 프로게이머들의 경기 모습을 보고 빌드 오더를 외우는 것은 실력 향상의 지름길이다.

3. 콘트롤 연습을 하라.

실력이 비슷한 상대를 만나면 결국 유닛 콘트롤 싸움이다. 미세한 콘트롤 하나가 승패를 좌우한다. 빠른 손놀림과 정확한 클릭을 위해 연습하라.

4. 정찰을 게을리하지 마라.

정찰은 전투의 기본.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건물을 짓고 있는지 파악하면 대응 전술이 저절로 나온다. 정찰없이 무대포(?) 정신으로 돌격하면 아군의 희생만 늘어난다.

5. 멀티는 공격하면서

멀티 확장 기지는 유한 맵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멀티 타이밍은 공격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감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면 일단 상대방은 방어에 치중하게 되고 자신의 멀티 기지가 기습당할 염려가 적다. 또 과감히 적 기지 바로 옆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자살행위다. 자원 채취는 가장 안전한 상황에서 수행돼야 한다.

6. 상대방을 짜증나게 하라

심리전은 가장 고도의 전술이다. 상대방을 괴롭히면서 짜증나게 만들면 절반은 이기고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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