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모태펀드에 바란다

권상희

문화산업 모태펀드가 중기청 모태펀드와 통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현재 조율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문화콘텐츠 업계가 기대하던 독자적인 문화산업 모태펀드는 무산됐지만 문화산업진흥기금 폐지로 우려됐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게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관계기관들이 서로 양보함으로써 절충안을 이뤄냈다는 점에서도 부처이기주의가 만연하던 구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료시스템 정착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통합이라는 대전제에만 합의했을 뿐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문화산업펀드를 별도 계정으로 만드는 문제에서 운용관리 주체 문제에 이르기까지 별도의 펀드를 만들 경우 고민하지 않아도 될 걱정거리를 떠안게 된 것이다.

 문화산업계가 통합에 동의하면서도 가장 우려하는 바는 문화산업이 투자대상에서 배제되는 상황이다. 펀드의 속성상 투자 안정성이 높은 제조업 중심으로 투자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은 특히 여러 가지 리스크가 많아 기존 벤처캐피털의 심사 기준으로 투자 적합성 평가가 이뤄진다면 이러한 결과는 눈에 보듯 뻔하다. 문화관광부와 문화산업계가 독자적인 모태펀드 운용을 주장했던 것도 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제조업의 투자대상 선정 등에서는 탁월한 노하우를 갖고 있지만 문화산업은 제조업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제조업의 투자패턴과 같이 안정성 위주로 간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문화콘텐츠 벤처기업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문화산업의 속성을 잘 아는 기관과 인사들이 모태펀드 운영위원회에 참여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존의 문화산업진흥기금 등을 운용하면서 투자 노하우를 축적해온 기관들의 활용이 필요하다. 아무쪼록 부처 이기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통합을 이끌어 낸 취지를 거울삼아 산업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기를 기대해 본다.

  디지털문화부=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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