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MSO 등 대책마련 비상
미국 매크로비전이 국내 통신·방송사업자들에 불법복제방지솔루션 로열티로 주문형비디오(VOD) 매출의 1%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매크로비전은 불법복제방지솔루션 분야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 올해 초 형성되기 시작한 국내 VOD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매크로비전은 최근 KT 등 거대 통신사업자 및 CJ케이블넷·씨앤앰커뮤니케이션 등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잇따라 접촉, ‘VOD 불법복제방지솔루션’ 로열티 협상을 진행중이다.
매크로비전은 협상에서 △10만달러 정도 초기 계약금 △사업자별 VOD 매출의 1%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어, 통신·방송 업계의 대응카드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매크로비전코리아(지사장 주백) 고위 관계자는 “전세계 VOD 사업자들과 동일한 표준 조건과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협상한다”며 “이미 미국 디렉TV, 영국 비스카이비, 일본 디지털비에스, 스위스 케이블컴 등과도 계약을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출 대비 1% 로열티와 10만달러 초기 계약금은 매크로비전 본사가 정한 사업자별 계약 조건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문제는 매크로비전이 VOD 불법복제방지솔루션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업체기 때문에 국내에서 VOD 서비스를 진행중이거나 준비중인 통신 및 방송사업자들이 협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데 있다.
CJ케이블넷 관계자는 “VOD 서비스 중 고객에게 돈을 받고 제공할 만한 콘텐츠는 대부분 미국 5대 메이저영화사의 영화인데 이들 5대 메이저는 자사 콘텐츠 보호를 위해 매크로비전 솔루션을 공인기술인증으로 삼고 있다”며 “매크로비전과의 계약 없이는 5대 메이저의 콘텐츠를 VOD에 공급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VOD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KT의 홈엔을 비롯해 MSO인 씨앤앰커뮤니케이션, 큐릭스, CJ케이블넷 등이 모두 상용서비스중이긴 하지만 미국 5대 메이저 킬러콘텐츠가 빠진 상황이다. 업계에선 5대 메이저의 콘텐츠 공급 시점이 마케팅 등의 사실상 ‘스타트라인’으로 인지하고 있다. 국내 VOD 사업자 중에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유일하게 지난 2002년 매크로비전과 계약을 하고 5대 영화사 콘텐츠를 공급중이다.
KT 고위 관계자는 “KT는 아직 국내 드라마 위주로 VOD를 제공하고 있으며, 5대 메이저 콘텐츠를 포함시킨 본격적인 VOD 서비스에는 나서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의 협상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