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재벌 CJ그룹(회장 이재현)이 케이블 게임방송 사업을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확인돼 게임방송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CJ는 특히 얼마전 미국에서 폐막된 세계 최대 게임쇼 ‘E3’에서 차세대 X박스(X박스360) 유통을 포함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제휴를 선언하는 등 최근 게임산업에 전방위 배팅에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영화·음악 등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현재 총 8개 케이블 채널을 운영하는 ‘골리앗’ CJ가 게임방송 론칭에 성공한다면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양분해온 이 시장의 지각변동은 물론 게임산업 전반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CJ 게임방송 프로젝트는 당사자인 CJ측과 케이블 방송계 주변에서 추진 단계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CJ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와관련, “게임이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데다 계열사(CJ인터넷) 프로모션을 위해 게임산업이란 큰 테두리 속에서 (게임)방송을 매우 관심있게 검토하고 있다”며 추진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다만 “게임방송 시장 상황이 3개 채널이 공존할만한 지 미지수’라며 아직 검토단계일 뿐 프로젝트가 구체적인 액션에 들어간 것은 아니라며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게임방송계 주변의 생각은 다르다. 게임방송 진출을 오래전부터 검토해왔던 CJ가 최근엔 이재현 회장을 비롯한 그룹 고위층 까지 큰 관심을 보이며 세부 전략과 전술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
영화(XTM, 홈CGV)·음악(m-net, KMTV)·애미메이션(애니원)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운영하는 CJ가 케이블 시장에선 비교적 ‘노른자위’로 평가받는 게임쪽에 욕심을 내지 않을 리 만무하다는 분석이다. CJ인터넷의 관계자는 “(게임)방송사업은 그룹의 케이블사업 전담사인 CJ미디어쪽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방송계 한 소식통은 “이재현 CJ회장이 얼마전 제주도에서 MBC게임 사장과 골프를 치는 도중에 게임방송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면서 “CJ그룹 내에선 비교적 엔터테인먼트와 거리가 먼 계열사 고위층까지 게임방송이 화두일 정도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 ‘WEG2005’가 신호탄?
만약 CJ가 ‘구체적인 액션’에 돌입했다고 전제하면, 진출 시기는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 차원에서 e스포츠에 대한 집중 육성이 본격화되고 있는데다 통합리그 출범 등 게임방송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자칫하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MBC게임의 한 관계자는 “CJ가 게임방송 사업 진출 시나리오 아래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으며, 이르면 7∼8월경에 론칭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게임방송 사업의 전체 투자비용이 100억원에도 못미치는데다 CJ가 작년에 게임업체(플레너스) 인수에 800억원이란 뭉칫돈을 배팅한 것을 감안할때 그룹 차원의 의지만 있다면, 방송시장 진출에 아무런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기 진출의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는 또 다른 이유는 CJ미디어 음악채널 ‘KMTV’의 장르 변경 가능성 때문. CJ는 현재 m-net과 작년에 인수한 KMTV 등 두개의 음악채널을 보유하고 있어 장르 변경(음악→게임)을 통해 보다 게임방송 진출이 보다 용이한 상황이다.
온게임넷의 관계자는 “CJ가 만약 게임방송 시장에 뛰어든다면 (채널)신설보다는 시간적·경제적 투자 부담이 적은 장르변경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점에서 최근 KMTV가 온게임넷을 제치고 국제게임리그인 ‘WEG2005’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점이 주목된다.
올해 2회째를 맞은 WEG는 ‘카운터스트라이커’와 ‘워3’를 중심으로 한국·미국·중국·유럽 등이 참석하며, 작년에 e스포츠 사상 최대 관중인 10만명을 동원해 화제를 모았던 광안리에서 오는 7월 결승전을 갖는다. WEG가 CJ 게임방송 조기 진출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 게임 프로모션 위한 ‘다목적 카드’
CJ의 게임방송 추진은 케이블 장르 다변화를 넘어 그룹 차원의 전략적 측면이 깊게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케이블 채널을 하너 더 늘리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숨어 있다는 얘기.
온게임넷과 MBC게임의 양강체제가 탄탄한 현 게임방송 시장 환경을 누구보다 잘 아는 CJ가 후발 주자로 참여한다면 방송 자체의 사업성도 고려하겠지만, 그룹 차원에서 게임 분야 전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게임 밸류체인 강화라는 대의명분 속에서 움직일 것이란 의미이다.
CJ는 사실 신유통, 생명과학, 엔터테인먼트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중에서 영화 시장 석권에 이어 게임 시장 장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플레너스를 인수한 것이나 최근 MS와 X박스 부문에서 전략적으로 제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임방송이 게임사업 프로모션에 필수적인 마케팅 툴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CJ의 게임방송 추진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작년까지만해도 게임방송은 ‘스타크래프트’ 등 일부 외산게임 중심으로 경기가 진행된 탓에 한빛소프트 등 직접 이해 당사자 외엔 업계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상황은 급반전됐다. ‘카트라이더’ ‘스페셜포스’ ‘프리스타일’ 등 국산 빅히트 온라인게임이 e스포츠로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면서 게임업계와 게임방송의 접점이 크게 넓어졌다. CJ인터넷과 CJ조이큐브를 통해 온라인게임 콘텐츠 개발 및 퍼블리싱과 콘솔게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CJ로선 새로운 마케팅 채널은 게임방송의 필요성이 더 커진 셈이다.
# 게임방송 시장 지각변동 예고
‘디즈니’ ‘뉴스코프’ ‘타임워너’와 같은 미디어 재벌을 추구하는 CJ그룹의 게임방송 진출은 그 움직임만으로도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다. CJ는 지난 97년 음악채널 ‘m-net’을 합병한 이후 음악, 영화 등 총 8개의 케이블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2위의 멀티플프로그램프로바이더(MMP)인데다 게임사업에 대한 그룹차원의 관심과 투자가 매우 체계적이고,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CJ가 만약 게임방송에까지 손을 뻗친다면, 당장에 ‘온게임넷-MBC게임’이라는 양강구도에 균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게임방송 시장 파이가 아직은 3개 채널이 공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시장 경쟁이 가열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후발 사업자인 CJ가 차별화된 마케팅 포인트로 시장 접근할 시도할 경우 기존 ‘스타크래프트’ 중심의 방송 편성 변화와 함께 게임방송 콘텐츠가 크게 다변화할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케이블방송을 통한 게임마케팅과 프로모션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게임리그전을 통해 유저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기법은 최근 게임업체들의 대표적인 마케팅툴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게임채널이 한 개 더 늘어나 채널간 시청율 경쟁이 심화될 수록 온라인,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리그전이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나, 기존 채널들처럼 CJ 역시 스타리그 중심으로 방송을 편성하거나 차별화 포인트를 찾지 못한다면, 세 채널 모두에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J가 단순한 (게임방송)사업검토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우려반 기대반 속에 직접 진출할 것인가?’ CJ그룹은 현재 강력한 콘텐츠풀을 활용해 엔터테인먼트 사업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 아래 세부 마스터 플랜 수립에 들어갔다. 미디어계의 ‘큰 손’ CJ에 게임업계와 e스포츠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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