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차승희 펜타비전 대표

게임업계엔 1세대 게임개발자들이 많이 남아 있다. 펜타비전의 차승희 사장(34)도 그중 한 사람이다. 게임 1세대들은 게임업계에서 일어났던 PC게임 흥망과 온라인게임의 태동 등 굵직한 사건들을 온 몸으로 겪으며 꿋꿋하게 버텨온 백전노장들.

지금 그들은 새로운 꿈을 꾸며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게임 개발자 1세대라 불리면서도 아직껏 대박 게임을 내놓지 못한 설움. 이 설움을 올해에는 기필코 없애야 겠다는 생각을 갖고 지금도 게임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펜타비젼의 차승희 사장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차 사장은 최근 ‘DJ 맥스’로 이달의 우수게임을 시상하며 한국 온라인게임사에 한 획을 그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게임개발자 1세대로써 자존심을 걸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 변화를 아는 것이 경쟁력

게임이 좋아 무작정 게임사업을 시작한 차 사장은 대학교에 다니던 지난 1992년에 처음으로 게임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게임개발이란 생소한 분야에 뛰어든 이유는 간단 명료하다. 자신이 만든 게임을 사람들이 즐거워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차 사장이 걸어야 할 길은 정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과감하게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다니던 인하대를 휴학하고 본격적인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저사양 컴퓨터와 전화선으로 연결해 사용하는 모뎀을 쓰던 시절이지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매료된 그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였다.

“게임을 개발하기에 무척이나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사람들이 내가 만든 게임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에 게임사업에 뛰어들었고 지금도 당시 그런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차 사장이 열정을 갖고 처음 만든 게임은 PC게임인 ‘피와기티’였다. 94년도에 출시된 이 게임은 당시 3만장이 넘는 판매실적을 올리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진화형 격투게임 장르로 기존 게임들에 비해 그래픽이나 게임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차 사장은 ‘피와기티’ 개발 이후 일년동안 5만장의 판매를 기록한 ‘스페셜 에디션’, 비행 슈팅게임 장르인 ‘일루션 블레이즈’,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인터럽트’ 등 무려 4편의 PC게임을 시장에 선보이며 뛰어난 개발자로 업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94년 한해동안 거의 12만장에 달하는 PC게임을 판매하며 주가를 올렸지만 그에게도 복병은 있었다.

PC게임을 사양길로 접어들게 만든 ‘복제’ 문제가 급격하게 부각되면서 이후 그가 만든 게임은 빛을 잃기 시작했다. 95년도에 선보였던 ‘샤키’와 ‘애올의 모험’ 등이 대표적인 불법복제의 희생양이다. 물론 그전에 개발했던 게임들도 점차 복제 바람을 타면서 판매가 시들해졌다.

차 사장은 불법복제 외에도 95년이후 변화의 바람을 읽지 못한 것이 사업이 어려워진 큰 이유였다고 회고했다.

95년부터 게임업계에 시작된 변화는 RPG장르의 도래였다. 이전에는 단순하게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액션게임이 주를 이뤘지만 이야기를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RPG가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지금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어스터니시아’가 대표적인 RPG였다.

RPG는 특히 복제가 어렵다는 장점도 갖고 있어 빠르게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장르의 게임은 경쟁력을 잃었다. 그러나 차 사장은 이런 변화에 편승하지 못했고 결국 시장에서 도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는 “너무 자만심에 빠졌던 것이 사실이며 당시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해 많은 것을 잃었다”며 “하지만 게임개발에만 전념하던 나에게 변화를 읽지 못하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다는 소중한 경험을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아케이드 게임에 출사 … 아픔

PC게임이 RPG 주류로 흐르자 차 사장은 플랫폼을 바꿔 게임 개발을 하기로 결정, 아케이드 게임 시장으로 개발방향을 선회했다.

비록 변화를 읽지 못한 아픔은 있었지만 자신이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와 게임 개발의 동기를 부여했던 ‘플레이는 쉬우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 하는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

96년 까지만 해도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국내 게임 산업의 주류로 성장하고 있었다.

차 사장은 그동안 PC게임을 판매하면서 벌었던 수입 10억원을 모두 털어 아케이드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하트 브레이커즈’가 탄생했다. ‘하트 브레이커즈’는 풀 3D를 국내 처음으로 사용했으며 모셥캡쳐 장비까지 동원돼 기존 게임과 차별됐다.

그러나 이 게임을 출시하고 차 사장은 또다시 엄청난 시련을 겪어야 했다. IMF가 시작된 것이다.

그는 눈물을 머금고 자신의 사업을 접어야 했고 아케이드 게임 개발사였던 어뮤즈월드에 입사했다. 어뮤즈월드에 입사하면서 차 사장은 음악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눈을 떴다. 그가 온라인게임 ‘DJ 맥스’를 개발하게 된 동기다.

# 새로운 시작 DJ 맥스 … 성공 자신

차 사장은 어뮤즈월드 재직ㅍ때 음악 아케이드 게임인 ‘EZ TO 댄스’와 ‘EZ TO 디제이’를 개발했다. 이때 경험이 현재 ‘DJ 맥스’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다. 차 사장이 처음 온라인게임을 시작하는 만큼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분야를 선택했다. 바로 음악이었다.

‘DJ 맥스’는 음악과 게임을 접목한 신장르의 온라인게임으로 그의 음악게임 개발의 노하우가 응축돼 있다. 지난해 3월 개발을 시작해 올초부터 오픈베타를 시작, 최근에는 유료화까지 실시했다.

오픈베타때 100만 회원수를 기록할 정도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지만 유료화를 단행하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무료로 제공되던 가요들을 유료로 전환하면서 유저들이 게임에서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자체적으로 만든 곡이 몇 개 안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곡들을 마스터한 유저들이 게임과 멀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아직 차 사장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있다.

차 사장은 “ ‘DJ 맥스’가 다른 온라인게임들처럼 사냥에 대한 싫증, 무료함 등의 원인때문에 유저들이 멀어진 것이 아니라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이라며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직접 제작한 곡들을 대거 패치할 예정이기 때문에 충분히 유저들이 다시 ‘DJ 맥스’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한 곡들의 패치와 함께 커뮤니티 시스템과 게임모드 도입 등 다양한 업그레이드도 실시, 유저들의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차 사장이 ‘DJ 맥스’에 거는 또다른 기대는 해외에서의 선전이다.

‘DJ 맥스’는 이미 일본에 진출해 가능성을 입증받았다. 동시접속자 1만명에 달할 정도로 일본에서는 온라인게임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이유때문에 차 사장은 아직 미개척지인 대만과 중국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 ‘DJ 맥스’에 거는 기대는 상당히 크다”며 “게임의 플랫폼을 다양화하기 위한 시도도 진행해 올 여름 PSP로도 출시되는 등 올 하반기는 ‘DJ 맥스’가 가장 부각되는 게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DJ 맥스’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차 사장은 새로운 비젼도 갖고 있다.

과거 처음 게임을 개발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사람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미 기획을 시작한 상태이며 새로운 시도와 함께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모두 동원해 게임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프로세스 제작과 투자의 집중력을 높여 게임개발자 1세대로서의 자존심을 찾을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안희찬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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