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원. ‘미르의 전설 2’의 중국 유통사 샨다가 올해 5월까지 지급한 로열티 금액이다. 하나의 게임으로, 한 나라에서 이렇게 엄청난 금액이 전달된 사례는 ‘미르의 전설 2’ 외에 세계 게임역사적으로도 극히 드물다.
이 게임은 70만 명이 넘는 동시접속자 기록을 갖고 있으며 계정만 1억개가 넘는다. 계정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인구의 두 배 정도가 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가 중국의 총 인구를 집계하지 못하고 추정만 하는 것처럼 ‘미르의 전설 2’의 계정을 면밀히 관리하는 것도 힘들 정도라고 한다.
이는 전략의 성공이었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장악한 ‘리니지’를 피해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 적중했다. ‘미르의 전설 2’는 온라인게임 자체가 낯설었던 중국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이 게임의 유통사 샨다는 나스닥에 등록됐으며 천텐쵸 회장은 중국 제 1의 신흥갑부로 떠올랐으며 한국 온라인게임들의 중국행 러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광활한 중국 대륙을 호령하며 사실상 최초의 ‘게임한류’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 군대에서 시작된 ‘미르의 전설’
‘미르의 전설 2’를 개발한 인물은 위메이드의 박관호 사장(33)이다. 그가 ‘미르의 전설’ 1편을 처음 생각한 것은 군대에서 근무할 때였다. 김일성이 사망한 시기에 최전방에서 근무한 박사장은 매일매일 힘든 훈련을 소화해야만 했다.
정신없는 와중에 박사장은 ‘앞으로 뭘 먹고 사나’ 고민했다. 경영학과를 다녔지만 컴퓨터 동아리에서 프로그래밍만 열심히 해 프로그래머로서 자신은 있었지만 전산 계통에는 흥미가 없었다. 무엇인가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것을 찾았다. 막연히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때의 게임산업은 미래가 너무 불분명했다.
그러다 그는 김용의 무협 소설 ‘영웅문’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게임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단군의 땅’이라는 머드 게임이 공개됐고 박사장은 온라인게임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근무하면서 틈틈히 기획서를 만들었다.
95년에 군대를 제대하고 게임 개발에 대한 꿈을 간직하고 있던 박사장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친구들과 선·후배들을 설득해 함께 게임을 만들자고 결의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회사가 바로 액토즈소프트다.
박사장의 목표는 ‘영웅문’이었는데 태울에서 먼저 ‘영웅문’을 개발해 발표하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그래서 무협에 팬터지를 가미한 ‘미르의 전설’로 방향을 전환했다. 4명이 만든 이 게임은 시장에서 반응이 좋았고 돈도 좀 벌었다.
# ‘미르의 전설 2’는 미쳐서 만들었다
2000년에 액토즈소프트에서 위메이드로 분사한 박사장은 ‘미르의 전설 2’의 마지막 개발을 마무리했다. 열명이 조금 넘는 직원이었지만 패키지 게임을 개발했던 경력자들을 모아 열정을 불살랐다. 1편에서 얻었던 경험을 제로로 만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박 사장은 “정말 미친듯이 일을 했어요. ‘미르의 전설 2’를 만든 일년 동안은 꿈에서도 게임을 만들 정도였습니다. 완전히 몰입해서 게임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요.”라며 그 당시를 회고했다.
개발진들은 ‘미르의 전설 2’의 나무 한 그루를 만드는데 무려 3개월이나 걸렸다. 매일 밤을 새며 일을 했지만 최고를 지향했기 때문에 작업은 느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드디어 2001년 3월 ‘미르의 전설 2’를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2001년 9월부터 오픈 베타 테스트에 들어갔으며 11월부터는 상용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었다. 중국 유저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매주 5만 명의 새로운 유저가 유입됐다. 게임 서버를 만들면 즉시 꽉 채워져 끊임없이 새로운 서버를 설치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2년 11월에 중국 동시접속자수가 70만 명을 돌파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 성공의 이유는 타이밍과 게임성
샨다가 중국 유통사로 선택된 이유도 재미있다. 당시 샨다는 직원이 5명 정도에 불과한 아주 작은 회사였다. 하지만 천텐쵸 사장은 분명하고 세부적인 사업계획으로 액토즈소프트와 박 사장을 설득했다.
놀랍게도 천 사장은 이미 온라인게임에 대한 영업과 유통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관계자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천 사장의 열정과 안목에 결국 넘어가고 말았다. 그렇게 샨다의 신화는 시작된 것이다.
‘미르의 전설 2’가 중국에서 성공한 이유는 선점 효과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에서 ‘리니지’가 ‘디아블로’의 열풍에 편승해 온라인게임 시장을 석권한 것처럼 ‘미르의 전설 2’도 같은 전략을 구사했다. 그렇다고 게임의 수준이 낮았는데 순전히 운이 좋았다는 것은 아니다.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 작품은 2D 그래픽에 탑 뷰 방식, 무협을 토대로 한 팬터지, 변화무쌍한 스토리가 특징이다. 몬스터와 벌이는 레벨 노가다가 주를 이뤘지만 유저에게 협력, 동맹, 경쟁, 협상 등 다양한 역할을 부여해 흥미를 배가 시켰다.
또 간편한 조작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개성있는 캐릭터, 다양한 스킬 등 지금의 온라인게임이라면 당연한 요소지만 당시에는 구현하기 힘들었던 부분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러한 것들이 다듬어지고 안정화되면서 더 많은 유저를 끌어 들일 수 있었다. 결국 ‘미르의 전설 2’의 성공은 적절한 타이밍과 게임성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후속작 ‘미르의 전설 3’는 2편에 비해 큰 호응을 얻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들 게임들은 중국에 온라인게임 시장을 만들고 대한민국 게임 업체들이 해외 수출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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