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벤큐(BenQ)가 독일 지멘스 휴대폰 사업을 인수키로 하면서 동북아 IT제조업계에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휴대폰사업만 떼어놓고 보면 중국 TCL과 프랑스 알카텔 합작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하지만 TCL과 달리 모기업 벤큐그룹의 부품 사업 기반이 탄탄하다. LCD 자회사인 AU옵트로닉스를 비롯한 그룹 관계회사의 부품 제조 능력을 덧붙이면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외형상으론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에 버금가는 IT제조업체로 우뚝 설 수 있다. 휴대폰만 놓고 보면 LG전자는 물론 소니에릭슨까지 훌쩍 뛰어넘었다.
◇글로벌 전략 시동=벤큐의 글로벌 전략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벤큐는 LCD모니터와 TV,DVD 등과 스캐너,저장장치,마우스,키보드 등을 생산하는 정보가전업체다. 최근엔 휴대폰을 비롯해 디지털카메라,PDA,노트PC 등 모바일 및 휴대기기 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올초엔 디지털카메라를 출시했으며, 여름께 노트PC도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글로벌 휴대폰 사업을 강화했다. 개발자주문생산(ODM)을 탈피해 자체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3년내 중국 휴대폰 시장 10% 점유하고 세계 10대 휴대폰 업체로 도약한다는 전략도 마련했다. 지난달엔 중국 현지 판매 허가도 받았다.
홀로 넘기엔 벽이 아직 높다. 자가브랜드로 가려다 모토로라를 잃기도 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고작 2%대다. 디자인 등 휴대폰 경쟁력도 10대 업체에 뒤진다.
지멘스 휴대폰 사업 인수와 브랜드 사용으로 벤큐는 장애물을 단숨에 돌파했다.
◇한국업체 따라가기?=벤큐는 당장 휴대폰 사업 확장에 주력하겠지만 이것만으로 만족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벤큐가 세계 LCD모니터 시장을 선도하는 것도 LCD 관계사인 AU옵트로닉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벤큐그룹은 반도체와 LCD 사업을 기반으로 휴대폰 사업에 성공해 일류 IT대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를 ‘벤치마킹’한 흔적이 뚜렷하다. LCD사업을 집중 육성해 변방에서 ‘톱 3’로 끌어올린 것이 그렇고, 이번 휴대폰 사업 승부수도 마찬가지다.
벤큐의 이번 인수는 이러한 이유로 단순한 휴대폰 사업 강화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삼성전자,LG전자와 견줄만한 IT제조업체가 동북아지역에 새로 등장하는 셈이다.
GSM 분야 글로벌 경쟁력은 당장 한국 업체들을 앞선다. 지멘스 브랜드는 유럽과 아프리카는 물론 아시아와 중남미 등 유망시장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TCL과 알카텔 합작 결렬에 미소를 지었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새 강적을 만나게 됐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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