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로스엔젤레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의 게임쇼 E3 2005가 지난 20일(현지시각) 성황리에 폐막됐다. 이번 E3 2005는 특히 엔씨소프트와 웹젠 등 국내 유수의 게임 업체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 일렉트로닉아츠(EA) 등 세계적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 게임의 위상을 떨쳐 그 어느 때보다도 뜻 깊은 행사였다.
이외에도 한국공동관이 처음으로 주 전시장인 사우스홀에 입성해 참여 업체들이 예년 수준을 넘는 941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 실적을 거둬 게임 한류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보다 전시진행 과정에서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고 지나친 흥미위주의 전시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유혹하는 등 아직도 성숙치 못한 운영이 문제로 지적됐다.
# 온라인 게임 관심 고조
어쩌면 세계적인 게임 한류는 이미 시작됐는지 모른다. 이번 E3 2005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한국이 원조인 MMORPG가 예년과 달리 크게 부각됐다는 것이다. E3는 콘솔을 위주로 게임 시장이 형성된 미국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그동안 콘솔게임 일색이었다.
하지만 이번 E3 2005에서는 엔씨소프트와 웹젠 등의 대규모 전광판에서 행사 내내 돌아갔던 각사의 ‘길드워’ ‘타뷸라라사’ ‘시티오브빌런’, ‘썬’ ‘헉슬리’ ‘위키’ 등의 온라인 게임을 주제로한 동영상이 구름과 같은 관중을 불러모았다.
관람객들은 화끈한 액션과 강렬한 사운드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강렬한 느낌을 주는 동영상을 구경하면서 ‘아! 이런 게임도 있었구나’하는 감탄을 쏟아냈다. 국내 업체들이 주전시홀의 목좋은 곳에 진출한 덕에 더욱 주목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이번 행사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이외에도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의 ‘에버퀘스트 2’ 역시 관람객들로 붐비기는 마찬가지여서 이제 MMORPG가 당당히 주류 게임으로 자리잡았음을 입증했다.
MMORPG가 전세계 게이머들의 관심사로 떠오름에 따라 이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 한국의 업체들의 글로벌화가 앞으로 더욱 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 언론 집중 스포트라이트
한국 게임에 대한 현지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도 이어졌다. MSNBC는 ‘한국의 성공스토리’라는 소제목을 단 기사를 통해 엔씨소프트가 북미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는 게임을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며 엔시소프트의 부스가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방송은 아시아 국가보다 인터넷 보급이 늦은 미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이 이 회사의 게임 라인업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됐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외에도 AP통신은 엔씨소프트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으며 드디어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에 안착해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고 비즈니스위크, ABC뉴스, CNN 등의 여러매체가 이를 받아 보도했다.
이번 행사에 앞서 미국의 유명 게임 전문지 PC게이머는 엔씨소프트가 출품한 ‘오토어썰트’ ‘시티오브빌런’ ‘타뷸라라사’ 등 3게임을 E3 첫날 확인해야할 게임 리스트에 올리며 엔씨소프트의 부스를 꼭 들러봐야할 부스로 소개하기도 했다.
# 한국공동관 예년 2배의 실적
관람객들의 대대적인 관심은 곧바로 계약 실적의 급상승으로 이뤄졌다. 한국공동관을 운영한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한빛소프트, 제이씨엔터테인먼트 등 17개 업체가 참여한 공동관은 5640만달러의 수출상담실적과 941만달러의 수출계약 체결 성과를 거뒀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보다 각각 25%와 102% 늘어난 것으로 특히 최종적으로 계약이 이뤄진 액수가 2배나 늘어났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업체별로는 한빛소프트가 골프온라인게임인 ‘팡야’와 ‘탄트라’를 미국과 브라질에 총 250만달러에 수출키로 했다. 또 비디오게임주변기기인 ‘게임존V’를 생산하는 아이티피아는 미국 유통사인 매드캣츠와 ‘게임존V’ 외 3종의 비디오게임 주변기기를 OEM으로 생산하는 것을 골자로 한 4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이밖에 이쓰리넷은 미국의 모바일게임사인 젠플라이닷컴과 ‘동전쌓기’ 게임을 미 전역에 수출키로 했다.
이에 대해 이쓰리넷의 정지연 마케팅팀장은 “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수출계약이 보여주듯 이번 E3쇼에서 한국의 게임은 세계 수준에 전혀 뒤쳐지지 않았다”며 “매년 한국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5만여명 공동관 찾아
미래의 고객인 관람객들과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점은 돈에 비할 수 없는 성과다.
한국공동관을 운영한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공동관에는 예년의 수배에 달하는 5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실적에 대해 개발원측은 ▲게임의 높은 작품성 ▲인기 온라인 게임의 출품 ▲주전시관인 사우스홀 입성 ▲사전 바이어 비즈니스 미팅주선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어모은 공연 ▲다양한 홍보물 등의 덕으로 풀이했다.
이에 대해 개발원의 우종식 원장은 “MS, 소니 등 세계적 게임업체 관계자들이 한국온라인게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올 해부터 국산 온라인게임의 미주, 유럽시장 진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개별업체 부스와 공동관이 모두 사우스홀에 입성했다는 점도 주요했다. 이쓰리넷의 정 팀장은 “공동관이 사우스홀에 위치해서 그런지 많은 바이어들이 왔다갔다”며 “특히 미국 현지 회사들이 많이 찾았는데 다른 회사들도 수출 상담이 잘 진행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철저한 사전준비 아쉬워
이번 E3 2005에서는 많은 업체들이 관람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경쟁을 벌이면서 부스마다 볼만한 공연이 이어졌다. 엔씨소프트와 웹젠도 뒤질새라 각각 서커스에서나 볼만한 불쇼, 즉석 게임 대회 등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일단 붙잡아 두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관람객들은 공연이 끝난뒤 곧바로 뿔뿔이 흩어졌다. 어렵게 끌어모은 관람객들의 관심이 출품한 게임에 대해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한 준비가 아쉬웠다.
또 한국공동관에 참여한 씨엠넷은 도가지나친 ‘쓰리필’의 동영상을 모르고 내보냈다가 E3 주최측으로부터 경고를 받아 모처럼 달아 오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해프닝은 사소한 실수 하나가 한국게임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교훈으로 남겼다.
많은 관람객들이 몰리다보니 각사가 준비한 브로셔등의 홍보자료가 행사중간에 동이 나는 막막한 상황도 연출됐다. 이에 따라 공동관에 참여한 업체들은 나중에는 개발원이 마련한 종합홍보자료를 이용하기도 했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한 철저한 사전준비가 없었다는 점이 아쉬움을 준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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