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게임업계 지존을 가리는 승부전이 김택진-김정주 두 CEO간의 운명적 대결로 확전됐다.
국내 게임업계 판도를 가름할 양사의 승부가 창업자이자 오너 CEO인 두사람의 격돌로 발전하면서 이제 어느쪽도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의 칼날 끝 승부가 전개될 전망이다. 넥슨은 그동안 경영 2선에서 전략적으로 회사를 이끌왔던 김정주 창업주가 지난 3일부터 대표이사 사장이라는 직함으로 전면 부상함으로써 총공세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3일 게임포털 서비스 계획 발표회에 김택진 사장이 직접 나서, 넥슨의 주력인 캐주얼 게임시장에 대한 직접 공략을 선언했다.
◇선후배에서 숙명의 라이벌로=김택진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85학번으로 역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인 김정주 사장의 1년 선배다. 그러나 게임사업은 김정주 사장이 한발 앞섰다. 94년 세계최초의 그래픽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면서 그해 넥슨을 창업했다.
두 사람의 악연은 97년 김택진 사장이 엔씨소프트를 창업하면서 시작됐다. 김정주 사장과 함께 넥슨을 창업했던 송재경씨(현 XL게임즈 대표)를 김택진사장이 데려가 ‘리니지’개발에 참여시킨 것. 이후 김택진 사장은 김정주 사장을 멀찍이 앞서 달려나가지만, 이제 그 간격이 거의 없어졌다. 지난 1일 넥슨이 야심작 ‘제라’로 엔씨소프트의 안방인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시장 공략을 선언하자, 3일 엔씨소프트는 캐주얼게임으로 맞받아쳤다.
◇김정주 사장 직접 ‘총대’=94년 창업이후 11년간 김교창, 이민교, 정상원, 서원일-데이비드 리씨 등을 대표이사로 선임해오면서 한번도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김정주 사장이 이번에 일선에 나선 것은 그만큼 넥슨으로선 중차대한 시점을 맞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1년간 외형 매출을 2배 이상 키워놓은 서원일 대표를 자신의 대표이사 취임과 함께 뒤로 물린 결정에서도 긴박감은 묻어난다. 그에게는 국내적으로는 엔씨소프트라는 벽을 넘어서는 것이고, 해외에선 일본시장 안착과 미국 진출이라는 과제가 놓여있다.
김정주 사장은 “나스닥 상장은 넥슨 글로벌화의 중요한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로 의욕이 높다. 넥슨은 현재 25개 안팎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11년간의 전문경영인 체제 전체가 얌전히 성장해온 ‘넥슨 1기’ 였다면 김정주 대표하의 ‘넥슨 2기’는 갖가지 내외적인 승부요소를 정면돌파하는 정공법을 쓸 공산이 크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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