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재도약을 꿈꾼다](9)뉴 비즈니스와 e비즈니스의 미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통합화 및 대형화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B2B모델 방향

‘원자재 재고가 3일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 추가로 배송 예정입니다. 승낙하시겠습니까?’

 ‘A사가 부품 300개 구매를 요청했습니다. 승인하시겠습니까?’

 ‘미국 B사가 샘플을 요청했습니다. 보내시겠습니까?’

 ‘귀사가 신청한 설비 공개입찰 결과, C사가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약하시겠습니까?’

 직원 10여명의 벤처 부품업체인 D사 김 과장이 아침 출근과 동시에 PC를 켜자마자 화면에 나타난 메시지다.

 김과장은 이 메시지에 대해 일일이 ‘예’를 클릭한다. 비록 구매에서부터 조달, 국내외 마케팅, 판매, 수출 등 과거 10여명이 담당해야 할 업무지만 그에게는 결코 부담스럽지 않다. A사는 전사적자원관리(ERP)·공급망관리(SCM) 등 내부 e비즈니스 시스템에 정부가 구축한 e비즈니스 인프라 그리고 민간 e마켓플레이스를 활용하고 있어 과거처럼 각 업무에 대해 구차하게 고심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미래를 가정해 봤다. 그러나 결코 먼 미래는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짧게는 2∼3년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이미 정부 그리고 민간에서 이 같은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인프라를 깔아 놓았고 또한 지금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기 때문이다.

 e비즈니스의 미래는 이처럼 매우 밝다. 또한 희망적이다.

 지난 1990년대 후반 열풍처럼 불던 ‘e비즈니스’의 긍정적 미래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동안 인터넷 그리고 벤처 거품이 사라지면서 e비즈니스에 대한 실망감도 팽배해 있었지만 어느새 90년대에 그렸던 긍정적 미래상이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다.

 김동훈 전자거래협회 부회장은 “일부에서 ‘e비즈니스는 끝났다’라는 말을 하지만 실상은 이제 제대로 시작하는 것”이라며 확신감을 감추지 않는다.

 실제로 의지가 있는 기업들은 이미 상당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대기업 KT는 전직원 누구나 소모성 자재(MRO)를 구매과·회계과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PC에서 주문해 이르면 당일에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또 일부 중소업체는 신용보증을 e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온라인에서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산학연은 ‘e비즈는 이제부터’라고 시각이다.

 정부 그리고 민간이 막대한 예산 그리고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쌓은 e비즈니스 인프라 상당부문이 아직 제대로 활용되고 않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 전후 정부가 장기계획을 바탕으로 수립한 인프라들이 서로간의 연계를 통해 본격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시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인식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는 정부의 의지, 그리고 민간의 지속적인 경영혁신 노력 필요성 등으로 요약된다.

 정부가 자칫 ‘이쯤에서 됐다. 이제는 민간의 몫이다.’라며 발을 떼는 순간 그동안 쌓은 탑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기도 하다.

 LGCNS의 유영민 부사장은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매년 20∼30%의 원가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으로 이를 위해서는 e비즈니스화가 필수인 만큼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비즈니스업계는 특히 정부의 갑작스런 지원 중단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특히 유비쿼터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연구계의 한 관계자는 “유비쿼터스가 마치 당장 이뤄질 것 같이 포장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이를 위해서는 e비즈니스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비즈니스는 기업이 글로벌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분명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바탕으로 e비즈니스 수준 역시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계 학계와 e비즈 지원협단체들은 이처럼 세계최고로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e비즈니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 △학계의 꾸준한 연구 △업계의 혁신 노력 등 3박자를 강조하고 있다.

◆e비즈니스 산업의 미래화

 e비즈니스는 어느새 단순한 전자상거래 차원을 넘어서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다. e비즈니스는 e러닝·e헬스 등 다양한 파생산업을 낳으면서 미래 산업구도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e러닝=e비즈니스는 e러닝과 결합되면서 교육 현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앞으로 더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교실에는 칠판 대신 전자보드가 사용되고 가상공간을 통한 학습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e러닝 역시 단순한 공공 교육서비스 수단에서 벗어나 독립된 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e러닝에 필요한 콘텐츠·솔루션·네트워크·단말기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기업체들이 하나의 산업군을 형성, 미래 e비즈니스 산업의 한 축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e헬스=e병원시스템·원격 의료서비스·모바일 헬스서비스 등 여러 갈래로 나뉘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의료서비스 개념에서 벗어나 하나의 산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향후 e헬스는 다양한 시범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면서 ‘융합형 산업’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의료기기·의료솔루션·의료서비스 등 다양한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함께 하면서 복합적인 기술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제=새로운 e비즈니스가 ‘아이디어’를 넘어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e헬스의 경우 초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기업의 투자가 지체되면서 산업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e러닝은 교육정보 네트워크화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이 논란의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부처간 협력을 통해 미래 산업화를 지원하는 한편, e비즈니스 기업들은 시장의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희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e비즈니스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 주체들간에 상호 신뢰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e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해도 언제든지 신뢰를 갖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고 - 컨버전스 시대의 e비즈 역할

 2000년까지 e비즈니스는 과도한 기대의 정점에 놓여 있었다. 전통적인 기업들은 e비즈니스에서 일확천금을 꿈꾸고, 디지털 경제는 살아남은 몇 개 회사의 높은 투자대비수익률(ROI)을 기대하며, ‘클릭 비즈니스’에 투자했다. 많은 기업에 이 새로운 개념의 ‘e’를 목표로 한 경쟁은 실패했고 이것은 불충분한 전략, 빈약한 계획 입안, 과도하게 장기간에 걸친 실험 실증 등이 쌓인 결과다. 이로 인해 ‘인터넷 버블(Net Bubble)’의 붕괴와 함께 전통적인 기업과 닷컴 기업의 사업 실패를 불과 최근까지 목도하며, e기업으로의 변혁인 e트랜스포메이션에 환멸을 느끼며 e비즈니스의 무용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근본적인 문제로서 그동안 추진해온 e비즈니스가 기업의 경쟁력을 실제로 가져왔는가를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경쟁우위를 점하는 것은 원가 우위이거나, 차별화, 집중화 등이 있을 수 있다. 그 중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원가 우위이다. 대량생산을 토대로 한 규모의 경제에 의한 원가 절감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제는 e비즈니스를 통한 산·학·연이 함께 참가하는 최고의 학습조직을 탄생시켜 원가절감에 기업들이 임하여야 한다. 또한, e비즈니스를 통해 실시간 경영이 가능해져야 한다. 실시간 기반의 경영이 가능해지면 기업의 생산성 증대는 물론이고, 시간에 따른 가격경쟁력이 기업들에게 생기게 되며,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어 스피드 시대에 있어서 높은 성공률을 나타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e비즈니스를 새로운 시대에 나타나는 인터넷 등의 다양한 신 도구들로만 무장된 비즈니스라고 생각할 때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진정한 e비즈니스란 ‘기업의 컨버전스와 윈윈(Win-Win) 철학을 기반으로 협업을 통해 탈 자본, 그리고 브랜드 위주이며 고부가가치의 여러 공동체들이 서로가 엮여져 있으며 지금까지의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키는 소위 메타 캐피털리즘(Meta Capitalism)의 세상이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의 형태’를 말한다고 본다.

 몇 주 전 MIT의 미디어랩(Media lab)을 방문해 네그로폰테 교수에게 어떻게 40여명의 교수와 150여명의 학생들이 350여 가지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조직을 만들었는가 질문한 적이 있다. 그는 이에 대해 “20여 년 전 향후의 세계가 컨버전스 시대가 될 것이라고 설립 초기에 예견했으며, 지금 또 똑같은 질문을 나에게 한다 해도 여전히 향후의 세계는 컨버전스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e비즈니스 세상도 분명한 것은 산학연의 서로의 벽을 없애고 서로의 상생의 정신으로 파이를 키워나가는 정신의 컨버전스 철학이 있어야 한다.

 ◇ 김성희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seekim@kgs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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