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수상’ 신경전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국내외 시장 조사기관이 발표한 시장 판매와 품질 우수 평가 1위 자리를 놓고 양측이 서로 앞섰다고 주장한 것이 올 들어서만 4∼5차례나 된다. 이달 들어서만 호주 시장 점유율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을 포함해 2건이 넘는다. 한쪽에서 1위 수상 자료를 내면 상대방 측은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반박자료를 내놓을 정도다. 심지어 상대방에 대해 해외 시장 조사기관과 짜고 조작을 한 것 같다는 ‘확신(?)에 찬’ 의심까지도 서슴치 않고 있다. 지난달 국내 디스플레이 기관에서 LCD TV에 대한 벤치마킹 자료를 발표하자 평가가 다소 뒤처진 쪽에서 심사 자체가 공정치 못했다며 반박했다. 또 이달에는 호주 시장 판매량 조사를 발표한 해외 조사기관 결과에 대해 점유율이 낮게 나온 쪽에서 실상과 다르다며 자체 입수한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양측의 과민반응은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 1월 중고 드럼세탁기 보상판매를 시작으로 에어컨 예약 판매에서도 양측이 서로 앞섰다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2월 초 몇 시간 차이로 발표한 슬림 브라운관TV 개발 소식에서도 한치의 양보가 없었다.
그러나 실제 양측이 주장하는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크게 차이는 없다. 판매 순위 1위를 품목별로 나눠 갖거나 품질 평가에서도 소수점 이하의 미묘한 차이뿐이다. 물론 당사자들에게는 ‘자존심’을 유지하는 큰 문제일 수 있으나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에게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 ‘소모전’에 불과하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시장에서 선두권 경쟁을 벌이는 두 업체가 궁극적으로 얻어야 할 것은 ‘소비자의 신뢰’다. 더 많이 판매한 것과 품질이 우수하다는 외부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만큼 자신들의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해 주는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양사는 수년째 ‘글로벌화’를 외치며 해외 정보가전 시장에서 기치를 올리고 있다. 이제 사소한 경쟁보다는 글로벌 수준에 맞는 큰 그릇을 갖출 때다.
디지털산업부·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