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IT 교류협력의 실질적인 시작점인 ‘6·15 남북 공동성명’이 발표된 것도 이제 얼마 있으면 5주년이 된다. 그동안 여러 IT분야의 협력사업은 북한의 풍부한 기술 잠재력을 활용하려는 남한과 기술·노동 집약적인 IT산업으로 경제발전을 꾀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맞물려 추진되어 왔지만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사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미미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IT 패러다임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IT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열악한 남북 간 통신 커뮤니케이션 환경에도 일정 부분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남북 통신회선은 당국 간 연락·회담용 30여 회선과 경수로지구, 금강산관광지구, 개성공업지구 등 특정 지역에서 국제위성을 통한 일본 경유 국제전화 등으로 남한과 연결되는 30여 회선만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남한의 사업자가 특구지역 이외의 평양 등에 소재한 북한의 사업 파트너와 업무 협의를 하기 위해서는 중국 단둥의 민경련 대표부를 경유하여 팩스 등으로 북쪽에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밖에 없다. 또한 소요기간도 이틀에서 길게는 1주일 이상 걸려 남북 협력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욱이 체제 안정을 우선시하는 북한의 정책으로 인해 통신 개방 및 북한지역의 통신망 현대화 사업 추진 역시 힘든 상황이다.
민간 남북 경협 사업자들은 이런 난제를 풀어가는 차원에서 북한 당국자 및 사업 파트너들에게 열악한 남북 간 통신 인프라 때문에 협력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북한 당국이 IT산업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남북 간 통신 인프라 개선과 통신망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또한 남북 경협 사업자들은 사업 분야에만 집중하지 말고 남과 북이 함께하는 심포지엄이나 세미나 등 다양한 학술활동을 전개하고 IT 분야의 SW 공동 연구개발, 남북 IT 표준화 공동 연구, IT 국제행사에 북한 관련인사를 초대하는 등 다양한 남북 IT 교류행사를 추진해 전문지식을 교환하고 상호 신뢰를 쌓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막대한 초기 투자비에 비해 수익성이 불투명한 대북 통신사업의 리스크 감소 차원에서 우리 정부도 남북협력기금 지원 등 다양한 정책적 배려를 통해 통신 사업자들이 좀 더 쉽게 대북 통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할 것이다.
KT는 지난 3월 24일 조선체신회사와 개성공단 통신 부속합의서를 교환하고 통신망 구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공사는 작년부터 시작된 지루한 협상 및 13차례에 걸쳐 만나면서 쌓인 상호 신뢰의 결과였다. 어렵게 협상 날짜를 정했으나 정작 회의장에는 나타나지 않아 이틀 동안 마냥 기다리다가 그냥 서울로 돌아오는 경우도 몇 번 있었고 서울로 돌아와야 할 시간 20∼30분 전에 나타나 자기들 입장만 일방적으로 말하고는 가버리는 등 말 못할 어려움이 있었다. 또 이해관계 상충으로 서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결국 타협에 이르기도 했다. 이것은 막연한 협조관계 개념에서 사업적 관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통신망 구축공사는 지난 1945년 소련군에 의해 서울∼해주 간 전화선이 단절된 이래 60년 만에 민간 차원에서는 최초로 남북 간 전화선이 다시 이어진다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또한 남북한 통합의 첫 시험무대가 될 것이며, 남북한 IT 교류협력의 수준을 몇 단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도착했을 때 “이것은 나 한 사람이 내딛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 전체에 있어서는 위대한 발걸음이다”라고 말했던 의미를 여기에 똑같이 부여하고 싶다. 그것은 남북교류에서 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며, 남북 통신협력의 첫 걸음인 개성공단 통신망 구축이 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통신망은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성공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김병주 KT 사업협력실 남북협력담당 상무 kkbj@k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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