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시대’가 가고, ‘MS시대’가 오나.
차세대 게임기 전쟁을 예고한 ‘E3 2005’를 시작으로 세계 비디오 콘솔 게임시장이 대변혁을 맞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게임기 전쟁 전초전으로 치러진 이번 E3에서 MS가 우세승을 거둔 것을 계기로 10년 동안 공고했던 소니의 비디오게임 왕국이 조금씩 균열이 갈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번 E3 현장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개발사 스퀘어에닉스가 ‘파이널 판타지11’을 X박스360으로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소니의 절대 카리스마가 구심력을 잃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요시키 오카모토, 테쯔야 미즈구치, 히로노부 사카구치 등 일본 거장 3인방과 엔씨소프트, 웹젠, 판타그램 등 한국 대표 게임업체들도 X박스360 타이틀 개발을 선언, ‘MS대세론’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차세대 게임기시장은 MS가 선점한다는 것. 시장 전문가들은 X박스360과 PS3의 성능 경쟁도 중요하지만 결국 PS2가 X박스를 압도했듯이, ‘선점효과’에 의해 시장 헤게모니가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S는 세계 최대 게임전시회 ‘E3’ 개막 직전 X박스360을 깜짝 공개했다. E3를 X박스360의 분위기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다분한 행동이었고 예상대로 전세계 유저들은 뛰어난 성능의 이 차세대 게임기에 열광했다. MS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X박스360 진영으로 합류한 일본 개발자들과 이들이 개발 중인 타이틀을 함께 발표했다. MS가 영입한 일본 개발자들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대가들이고 자국의 플랫폼이 아니면 손을 잘 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들이다.
특히 MS는 X박스360의 출시를 올 11월 경이라고 발표해 내년으로 예정된 소니의 PS3보다 최소 몇 개월 빨리 시장에 내놓을 뜻을 분명히 했다. 선점 효과가 매우 중요한 콘솔 시장에서 이러한 MS의 전략은 굉장히 효과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MS의 X박스 담당 이사인 로비 바흐는 “X박스360은 연말 휴가시즌에 선보이며 25~40개의 타이틀이 함께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시 출시될 타이틀은 ‘데드 오어 얼라이브 4’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온’ ‘니드 포 스피드: 모스트 원티드’ ‘대부’ 등 하나같이 대작들 뿐이다.
여기에, 오로지 PS용 게임만을 만들어온 일본의 스퀘어에닉스가 ‘파이널판타지 11’를 시작으로 X박스360용 게임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해 MS 진영에 힘을 실어 줬다. 스퀘어에닉스의 X박스360 게임 개발 선언은 지금까지 PS게임 개발만 고수해온 일본 개발사들이 시장논리에 의해 MS와 파트너십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MS의 피터 무어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X박스360의 판매는 5000만∼6000만 대로 전망하며 콘솔 시장에서 30% 수준까지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도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MS의 대반격은 비단 개발사 포섭에 머물지 않았다. 일본 유력 개발자들과 잇따라 손을 잡으며 ‘MS 대세론’ 확산에 나섰다.
‘스트리트 파이터’와 ‘레지던트 이블’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요시키 오카모토, ‘세가 랠리 챔피온쉽’ ‘스페이스 채널 5’로 유명한 테쯔야 미즈구치, ‘파이널 판타지’의 아버지 히로노부 사카구치 등 일본의 거장들이 모두 MS와 손잡고 X박스360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특히 히로노부 사카구치는 만화 ‘드래곤 볼’의 원작자 아키라 토리야마와 함께 ‘블루 드래곤’을 개발 중이며, 또 만화 ‘슬램덩크’의 원작자 타케히코 이노우에, 게임음악의 대가 노부오 우에마츠 등 각 분야의 거물들과 함께 ‘로스트 오디세이’도 함께 제작 중이다.
이 외에 세가도 ‘버추어 파이터’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등 자사의 차기작들을 X박스360 버전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가장 국수적인 태도를 보였던 스퀘어에닉스마저 “온라인게임 ‘파이널 판타지 11’를 X박스360으로 개발할 것이며 이 게임기의 성능이 판별되면 종합적인 관계를 쌓고 싶다”고 발표해 파장을 던졌다.X박스360에 대한 관심은 비단 해외 업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X박스360 타이틀을 몇 개 준비 중이며 이를 위해 MS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X박스360은 PS3에 비해 게임 개발이 수월하며 온라인게임에서도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고 밝혀 MS의 손을 들어줬다.
웹젠은 X박스360용 타이틀 ‘헉슬리’를 개발 중이며 판타그램도 ‘킹덤 언더 파이터: 히어로즈’를 준비 중이다. 또 CJ그룹은 MS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국내 X박스 사업의 유통 파트너사로 합류했다. 이번 계약으로 CJ그룹은 X박스와 X박스용 게임, 관련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X박스360의 유통도 담당할 계획이다.
CJ엔터테인먼트의 CFO겸 해외사업본부장 서상원 상무는 “X박스의 한국 파트너사로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 비디오게임 시장의 발전과 유저들이 더욱 즐겁고 편리하게 X박스를 즐길 수 있도록 유통 채널 확보 및 사용자 지원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발표했다.그러나 MS에 맞선 소니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다. MS의 X박스360 기습 공개로 허를 찔린 이 회사는 PS의 아버지로 불리는 구타라기 겐이 직접 나와 PS3를 “컴퓨터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수퍼컴퓨터”라며 “셀 프로세서가 기존 PS2의 (프로세싱 유닛인) 이모션 엔진에 비해 35배 빠르다”고 소개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PS3는 IBM과 공동개발한 셀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RSX라는 칩이 탑재되는데 이 두개의 칩은 무려 초당 2테라플롭스의 연산 능력을 갖췄다. PS3는 컨트롤러도 부머랑 모양으로 완전히 바뀌었는데 블루투스를 이용해 본체와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7명의 플레이어까지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세가의 드림캐스트와 소니의 PS2 대결에서 나타났듯이 콘솔 게임기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기기를 따라갈 수 없었던 사례가 있었다. 이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소니의 PS2와 MS의 X박스 대립 구도에서도 같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PS3가 성능면에서 X박스360을 압도할 순 있어도 올 11월에 출시될 예정인 X박스360이 좋은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또 X박스360은 다이렉트 엑스 기반으로 PC와 연계가 가능해 PC 사용자들에게도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라스베이거스위클리의 비디오게임 저널리스트인 매츄 헌터는 “X박스와 PS3가 모두 성능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 실물과 함께 개발중인 작품을 공개한 MS와 달리 소니는 극장을 마련해두고 이를 통해서만 PS3를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미 게임 플레이까지 가능한 타이틀을 전시한 MS가 소니를 추월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많이 본 뉴스
-
1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2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5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6
프랑스 기관사, 달리는 기차서 투신… 탑승객 400명 '크리스마스의 악몽'
-
7
“코로나19, 자연발생 아냐...실험실서 유출”
-
8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9
단통법, 10년만에 폐지…내년 6월부터 시행
-
10
권성동, 우원식에 “인민재판” 항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 성립으로 단정”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