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었던 회사를 떠나면서 그의 마음 속에는 ‘가화만사성’을 빗댄 ‘사화만사성’이라는 말이 새겨졌다. 아무리 매출이 좋고 PR을 잘해서 주목받는 기업이 돼도 내부 조직에 신뢰가 쌓이지 못하면 얼마 못 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PR은 외부로만 하는 게 아닙니다. 내부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통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이것을 확대 재생산하는 내부 작업이 선행돼야 진정한 PR효과가 나타납니다.”
엔틱스소프트 김세웅 홍보팀장(35)은 PR전문가 답게 대내홍보, 즉 내부 PR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꺼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당연한듯 여겨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척 새롭게 다가오는 말이다. 기업 PR과 기업이 생산한 상품 홍보에만 10년차인 전문 홍보맨이 사용한 말이다보니 그 어떤 무게와 연륜도 느껴진다.
96년 SK그룹에 입사한 후 줄 곳 PR 외길을 걸어온 김세웅 팀장. PR 외길이 그리 순탄하고 완만하지는 않았다. 자의반 타의반 4번이나 회사를 바꿨고, 그 때마다 경영진에서 일반 사원으로 역할도 달라졌다. 99년 SKC 게임사업부문이 독립해 위자드소프트로 새 출발할 때 10여명의 동료와 함께 옷을 벗고 벤처사업에 뛰어들었고, 2002년에는 다시 뜻 맞는 사람들과 C&G를 설립, 게임물 유통에 참여했다.
그간 위자드소프트의 코스닥 등록이라는 짜릿한 기쁨도 맛봤고 C&G 때는 10명이 채 안되는 임직원으로 반기 매출 20억원 이상을 올리는 돈 맛도 봤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창업 당시의 원대하고 순수한 목적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고 그는 또 다시 회사를 벗어날 수 밖에 없었다.
# PR 외길 걸어온 게임 PR 전문가
“창업자와의 약속, 즉 회사를 설립할 당시 뜻을 모았던 사람들과 같이 잘 해보자고 했던 약속이 깨졌기 때문이죠. 신뢰가 무너지고 이 때문에 정든 회사를 그만둬야 할 때가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때죠.”
사내 커뮤니케이션, 즉 내부 PR의 중요성을 절감한 것이 이 때부터다. 그의 마음 속에는 ‘가화만사성’을 빗댄 ‘사화만사성’이라는 말이 새겨졌다. 아무리 매출이 좋고 PR을 잘해 주목받는 기업이라도 내부 조직원 간에 신뢰가 무너지면 얼마 못 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위로는 CEO에게 비전을 만들도록 조언하고, 옆으로는 이것을 내부 전 직원에게 퍼트려 공유하게 만드는 중간 다리 역할이요. 때로는 직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고 때로는 경영진 입장에서 말하며 위아래로 이해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매개체랄까요.” 그는 자신의 임무를 이렇게 얘기했다.
그래서 C&G를 떠나 엔틱스소프트에 새로 입사했을 대 그가 주력한 것은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다. 임직원간 커뮤니케이션 및 공감대를 통해 회사 이름을 기존 ‘타프시스템’에서 ‘엔틱스소프트’로 바꿨다. 또 엔틱스소프트의 기대작 ‘요구르팅’이란 이름도 그의 손을 거쳐 재 탄생했다.
개명과 함께 게임 내용까지 180도로 바뀐 ‘요구르팅’은 당초 무거운 MMORPG에서 가볍고 산뜻한 캐주얼 게임으로 바뀌었고 엔틱스소프트의 희망이 됐다. 특히 대주주이자 퍼블리셔인 네오위즈와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통해 개발과 마케팅 역량을 한데로 결집시켰고, 지금 그 시너지 효과가 ‘요구르팅’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 루시아드에서 요구르팅으로
그는 무엇보다 대화를 중요하게 여기고 합리적인 토론을 거쳐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기를 좋아하지만 주어진 일에서 만큼은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스스로도 결벽증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정도로 꼼꼼하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 한국말이죠. PT자료든, 보도자료든 정말 조심스럽게 만들고 보내야 합니다.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요구하고요. 딱 맞는 타이밍에 세심하고 정확한 자료를 만들라고 말이죠. 요즘 시대에는 부풀린 통계나 과장된 자료는 안통합니다. PR이 너무 앞서 나가면 안돼요. 비즈니스의 현재 상황과 보조를 맞춰 함께 가야 좋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만날 때는 거리낌없이 대화를 나누고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가끔 내부 기밀 유출의 당사자로 오해 받기도 한다.
그가 가진 개인적인 비전은 기업 CCO(Chief of Communication Officer)가 되는 것이다. CCO는 기업내외부의 수직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담당 총괄이다. 국내 기업에서는 약간 생소할지 모르지만 선진 외국 기업에서는 의외로 많이 퍼진 중요 직책이다. 홍보 10년차로서 어쩌면 당연한 꿈같기도 하다.
“제가 가진 경험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떠오른 것이 CCO였어요. PR일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났고 나름의 노하우도 쌓았습니다. 소속 기업 내외부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의 꿈을 CCO로 펼쳐보고 싶습니다.”
<임동식기자 @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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