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 돌풍 어디까지…

지난 2일 국내에 정식 발매된 휴대용 게임기 PSP(PlayStation Portable)에 대한 열기가 급격히 식고 있어 발매 초반 불었던 PSP의 인기가 결국 거품이 아니였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PSP는 소니 그룹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밀고 있는 멀티미디어 기기. 휴대용 게임기로서의 기능 뿐만 아니라 동영상, 음악, 무선 인터넷 등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고 있어 발매 전부터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이를 구입하기 위해 약 300여명의 유저들이 밤새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는 등 그 열기는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현재까지 국내에 출하된 PSP는 약 10만 대로 이 중 50%에 가까운 4만5000 대가 발매 1주일 만에 팔려 나갔다. 덩달아 동시에 발매된 PSP전용 게임 타이틀 ‘릿지 레이서’도 2만장이 모두 매진되는 등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을 얻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세계 최초로 무선 인터넷 기능을 이용한 네스팟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탑재돼 일반 게임 유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호기심도 크게 자극했다.

그러나 발매부터 약 20일이 지나면서 유저들의 PSP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으며 이를 구입한 유저들도 많은 불만을 토로하는 등 PSP 보급의 ‘불안 요소’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 가격대성능비 떨어져

우선, 가격이 문제다. PSP의 국내 판매가는 32만8000원이지만 일본 제품은 24만원 수준이다. 이 차이는 네스팟을 기본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PSP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각종 부가 장비가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이를 개별로 판매하지 않고 하나로 묶어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일본보다 대폭 상승한 요인이 됐다.

그러나 네스팟을 이용하지 않는 게임 유저에게는 쓸데없는 부담만 전가한 셈이고, 정작 네스팟 콘텐츠도 매우 부족하다는 불만이 많다. 또 현재 무료로 서비스되는 네스팟도 조만간 유료로 전환될 예정이다.

한 비디오 게임 전문가는 “어차피 게임 마니아들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PSP를 구입한다. 초반 열풍은 마니아들이 주도한 것”이라며 “이제 일반인들이 지갑을 열어야 하는데 비싼 가격에 포기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PSP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네스팟의 콘텐츠가 튼튼히 받쳐줘야 하지만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 보급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 PMP가 오히려 유리

한편 큰 강점으로 손꼽혔던 동영상 감상도 유저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동영상 파일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메모리 스틱 듀오’가 필요한데 최소한 1GB의 용량은 되야 무난히 사용할 수 있다. 1GB 메모리 스틱 듀오의 가격은 대략 24만원. 결국 영화 한편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약 50만원이 필요하며, 이는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의 가격과 차이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PMP는 탑재된 하드디스크가 최소한 20GB이기 때문에 최대 20편의 영화를 저장할 수 있어 더 유리하다. 게다가 메모리 스틱 듀오에 저장된 동영상 화질도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니는 PSP전용 UMD 영화를 발매했지만 타이틀 종류도 매우 적고 3∼4만원이라는 적지 않는 금액을 유저는 또 부담해야만 하는 것이다.

# PS3와 X360과도 경쟁

그동안 국내에서 휴대용 게임기가 맥을 못 췄던 것은 사실이다. 닌텐도의 게임보이나 게임보이어드밴스, 닌텐도 DS 등 세계적으로 히트한 게임기들이 정식 수입됐지만 큰 재미는 못 봤다.

대원C&I에서 야심차게 발매한 닌텐도 DS도 타이틀의 극심한 부재와 한글화 외면 등으로 유저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SCEK는 ‘모두의 골프: 포터블’ 등을 한글화해 출시하는 등 적어도 성의는 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타이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실속없는 네스팟, 부담 많은 영화 감상 등은 PSP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일 수 밖에 없다.

비디오 업체 한 관계자는 “초반 돌풍은 예상됐다. 그것이 소니의 마케팅이다. 타이틀이 없어도 제품을 구입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며 “적어도 일년은 지나야 콘텐츠가 넉넉히 확보될 것이며 그때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년 후면 소니는 차세대 게임기 PS3를 발매할 것이고 그보다 앞서 MS는 X360을 올 11월에 판매할 계획이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PSP의 콘텐츠는 확보되겠지만 콘솔 시장에서 PSP가 자리를 잡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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