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경의 스타리그 엿보기](4)프로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로 통한다

통합 프로리그가 개막하면서 스타리그나 MSL에서는 볼 수 없는 팀플레이와 아쉽게 개인전에서 탈락한 에이스급 선수들의 활약을 만끽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불과 2주동안 진행된 프로리그에서 개인전으로 치러진 총 15차례의 경기 가운데 절반이 넘는 8경기가 동일 종족 간의 싸움이었다. 물론 동일 종족 간의 경기가 재미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반찬이라도 너무 자주 먹으면 질리듯 동일 종족 간의 경기가 과도하게 자주 나오면 팬들의 흥미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예전에 벌어진 피망배 스타리그에 사용했던 ‘어너더 데이’라는 맵은 맵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테란맵’으로 낙인 찍힌 바 있다. 결과는 90%에 달하는 경기가 테란 대 테란으로 이루어지는 기현상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너무 획일적으로 벌어진 경기에 당연히 팬들의 지적이 쏟아졌고 온게임넷은 차기대회인 ‘2004 스카이 프로리그’에 동일맵에 동일종족 2회연속 출전금지 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통합 프로리그에서는 이 규정을 삭제했다. 각 팀 감독이 선수와 종족을 자유롭게 선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전략적인 종족과 선수기용을 통해 그야말로 전략적인 승리를 따내는 세련된 승부가 정착된 상태라만 이같은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렇지만 지난 2주간 동일 종족간의 경기가 많아짐에 따라 ‘어너더 데이’의 악몽을 기억하는 필자로서는 걱정이 앞선다. 이같은 걱정이 그져 기우로 그쳐야 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이로써 각 팀 감독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특정 맵에서 강한 종족, 그 중에서도 특히 강한 선수가 포진한 팀은 단조로운 오더를 제출할 가능성이 크다. 맵에 따른 특정 종족의 우세도 있지만, 종족간 상성에 따른 우세도 있다.

또 그러한 점을 극대화한 비밀 전략으로 무장한 히든카드가 등장할 수도 있다. 아마 프로리그에서의 가장 큰 재미는 바로 이런 전략에 의한 반전이 아닐까 싶다. MBC게임의 프로리그 오프닝 화면에 감독들까지 멋지게 등장하는 것도 감독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통합리그가 출범하면서 맵도 통합돼 선수들의 연습여건이 크게 좋아졌다. 그런만큼 각 팀은 보다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프로스포츠는 모두 엔터테인먼트로 통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프로게임은 진정한 지장이 나올 수 있는 아주 흥미진진한 전장이다.

<게임해설가 next_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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