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이통3사 음악서비스]曲소리 `삼국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이통사 유무선 통합 음악서비스 개념도

‘격전!’

 이동통신 3사가 음악 서비스 시장에서 마침내 한판 승부를 시작했다. SK텔레콤의 ‘멜론’과 LG텔레콤의 ‘뮤직온’에 이어 KTF도 지난 25일 자체 음악 포털인 ‘도시락’을 내놓고 디지털 음악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미국에서는 애플의 아이튠스 뮤직스토어가 출시 2년 만에 3억곡을 팔아치우며 디지털 음악 시장을 장악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음악 서비스가 없는 것이 사실. 이 틈을 타고 자금력을 갖춘 이동통신사가 디지털 음악 서비스 시장의 패자를 노리고 있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너무도 적합한 서비스=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이통사의 가장 큰 강점은 최근 화두로 떠오른 유비쿼터스 환경에 가장 근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초기 음악 서비스가 PC를 기반으로 하는 ‘책상 앞 서비스’였다면 이통사 음악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유비쿼터스 서비스’를 표방한다.

 사용자는 자신의 PC로 음악을 내려받거나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휴대폰에 음악을 담아 듣거나 길거리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내려받아 들을 수 있다. MP3플레이어와 같은 제3의 기기로도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통신망이 발달하고 요금체계만 정립되면 휴대폰을 들고 다니면서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즐기는 시대도 멀지 않았다.

 유비쿼터스적 특성은 소비자에게 무료 P2P 서비스가 제공하지 못하는 편리함과 즐거움을 부여한다. 이는 평범한 기존 음악 서비스에 실망해 ‘음악은 무조건 공짜’라는 생각을 하던 소비자에게 ‘이 정도면 돈을 낼 만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는 충분한 매력요소가 된다.

 특히 휴대폰에 MP3 기능이 기본 장착되고 휴대폰 음악기능의 품질이 디지털 음악 전용 플레이어에 육박하면서 이통사 음악 서비스에 날개를 달아줬다. 휴대폰,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를 따로 들고 다니던 소비자들은 이제 휴대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

 ◇편리한 이용자 관리가 강점=사업적인 측면에서 이통사 음악 서비스는 이용자 관리가 편리하다는 강점이 있다. 휴대폰 사용자들이 매월 내는 전화요금에 음악요금을 덧붙여 청구하는 것은 너무나 쉽다. 또 이통사가 보유한 기본적인 사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기술적으로는 무선망을 통한 콘텐츠 관리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료 서비스에 적합하다.

 기존 이통 서비스와 연계한 음악상품을 출시해 다양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유료 음악 서비스를 좀 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통사만이 가진 특징이다.

 무엇보다 이통사 음악 서비스에서 마음에 드는 음악을 찾은 고객이 그 음악을 곧바로 통화연결음과 벨소리로 지정하거나 무선망을 통해 친구에게 선물하는 등 다른 수익으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이 서비스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액제’-시장 파괴적이지만 변화는 필수=어쩌면 현재 이통사 음악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정액제 음악 대여’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도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SK텔레콤 ‘멜론’이 처음 선보인 이 모델은 곡당 과금을 하던 기존 틀에서 벗어나 일정 금액만 내면 한 달 동안 곡 수 제한 없이 마음껏 음악을 내려받아 즐길 수 있게 한다. 소비자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정액제’는 이통사 음악 서비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어떤 음악 서비스 업체라도 ‘정액제’를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선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금까지는 이통사를 제외한 그 어떤 음악 서비스 업체도 ‘정액제’ 모델을 선보이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권리자들의 반발이다. 권리자들은 정액제 모델이 음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시장 파괴적 모델이라며 허락해 주지 않았다. 이통사의 힘이 발휘된 것은 바로 이때. 벨소리, 통화연결음 등 디지털 음악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음악 권리자들에게 수익을 안겨 주는 이통사이기에 ‘정액제’라는 새로운 모델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과정이야 어쨌든 ‘정액제’ 모델은 돈을 내고 음악을 듣는 데 인색했던 소비자들을 유료 시장으로 끌어오는 데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자금력을 갖춘 이통사들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면서 디지털 음악 유료화 분위기는 점차 무르익고 있다.

 ◇한국은 전세계 벤치마킹 대상=우리나라의 이통사 음악 서비스는 아직까지 수익을 내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이미 전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도 비슷한 ‘정액제’ 및 ‘휴대폰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발빠른 사업 전개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애플의 아이튠스 뮤직스토어라는 강력한 군주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국내 이통사들이 선보인 음악 서비스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월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음악박람회(MIDEM)’의 주요 화두는 모바일 음악이었다. 그 중심에는 물론 한국 업체들이 있었다. 전세계 디지털 음악 관계자들은 한국이 선보인 유무선 통합 음악 서비스에 큰 관심을 보였고 기술 도입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지난달 ‘아이팟 킬러는(iPod Killers?)’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SK텔레콤의 음악 서비스를 ‘이동통신사의 음악 서비스라는 최첨단 분야에서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하며 전세계 소비자가 CD 대신 매월 일정 금액을 내고 원하는 신곡을 모두 내려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격변에 싸인 세계 디지털 음악 시장=이통사 음악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전세계가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이통사가 보여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버라이즌아이어리스와 스프린트, 싱귤라와이어리스 등이 올해 말부터 휴대폰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고, 노키아도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튠스를 잡기 위한 관련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와 관련, 노키아의 프랭크 누오보 수석 디자이너는 “누구라도 휴대폰이 디지털 음악 영역으로 뛰어드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심지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아예 최근 독일의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애플 아이팟의 성공은 오래가지 않고 조만간 뮤직폰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게이츠 회장의 발언이 다분히 애플을 견제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세계 IT업계 대부의 관점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판매된 아이팟이 1000만대지만 전세계 인구 4분의 1인 14억명이 휴대폰 이용자라는 사실은 이통사 음악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다.

 위기감을 느낀 애플 역시 모토로라와 함께 아이팟폰을 개발하고 이통사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등 이통사 음악 시장에 대한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이통사들의 견제에 밀려 별 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통사 음악 서비스에도 고민은 있다. 이통사 음악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PC와 연결해서 음악을 내려받는 형태를 띠면서 ‘네트워크 트래픽 발생’이라는 전통적인 수익모델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통사가 가입자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이미 ‘트래픽 발생’ 수익모델로는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무선망 고도화가 자연스럽게 무선 음악 서비스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은 관련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