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FTTH 특구`

광주가 ‘통신 특구’로 떠오르고 있다. 집안까지 깔린 광케이블을 통해 통신·방송 융합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댁내 광가입자망(FTTH·Fiber To The Home)이 속속 구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FTTH는 전송속도가 기존 전화선보다 20배 이상 빠른 초당 100Mbps여서 고화질(HD)급 인터넷 TV와 주문형 비디오(VOD), 쌍방향 교육 서비스가 가능해 ‘꿈의 통신망’으로 불린다.

 이미 KT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파장분할 다중방식의 수동 광네트워크(WDM-PON) 시스템 기반의 FTTH 서비스를 지난 1월부터 광주 상무지구 아파트 80가구와 서구 화정동 주택가 20가구 등 총 100가구에서 실시중이다.

 특히 광주시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광통신연구센터는 올 하반기부터 2009년까지 총 1194억원을 투입해 광주시내 2만 가구에 FTTH를 추가 구축할 예정이어서 광주지역에는 전국 어느 곳보다 ‘최첨단 가구’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이를 앞두고 지난 1월부터 KT의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는 한 가정을 통해 ‘첨단 e-라이프’를 들여다 봤다.

 광주시 서구 치평동 쌍용금호아파트에 사는 주부 고경희(42)씨는 아침이면 말 그대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큰딸 황현영(13·초등 6년) 양과 작은딸 지성(10·〃3년) 양의 아침 식사를 챙겨주고 학교에 보낸 뒤 자영업을 하는 남편의 출근 뒷바라지까지 하고 나면 9시가 훌쩍 넘는다. 대충 집안 청소와 설거지를 하고 나면 10시.

 그러나 이때부터 고씨의 시계는 1시간 전으로 되돌아간다. 시간 이동방송(Time-Shifted TV) 서비스를 통해 9시에 시작한 MBC 아침드라마 ‘김약국의 딸들’을 본다. 최대 1시간 전에 방송된 TV 프로를 다시 볼 수 있는 이 서비스를 통해 고씨는 아침과 일일드라마를 마치 녹화해 둔 비디오처럼 보고 있다. 적어도 TV에서만큼은 다른 아파트에 살 때보다 1시간이 더 여유 있는 셈이다.

 고씨는 “이는 5개월 전 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최근에는 깜박 드라마를 놓친 주변 친구들과 종종 함께 시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 등 600여 편의 비디오를 골라 볼 수 있는 VOD와 인터넷 TV를 통해 고화질 화면을 시청하는 것은 이제 일상의 묘미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성격이 급해 건망증이 심하다는 그녀는 또 깜박 잊고 가스밸브를 열어둔 채 가족여행을 갔다가 인터넷을 이용해 가스 밸브를 잠그거나 집에 아이들만 두고 외출할 경우에도 외부에서 수시로 인터넷을 통해 안전 여부를 살피는 등 ‘최첨단 시설’의 경험을 만끽하고 있다.

 비단 고씨뿐만이 아니다. 큰딸 현영 양과 작은 딸 지성 양은 오후 7시가 되면 차례로 ‘대화형 e러닝’ 서비스를 이용해 1주일에 3번씩 캐나다 원어민 강사와 일대일 영어공부를 한다. 두 사람은 카메라와 마이크가 설치된 컴퓨터 앞에 앉아 강사로부터 발음 지도를 받고 영어작문 숙제도 지도받는다. 비록 지금은 시범 서비스가 끝났지만 직접 학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무료로 자녀들에게 영어 회화 공부를 시킬 수 있는 이 서비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게 고씨의 설명.

 고씨는 “처음 FTTH 서비스를 신청하라고 할 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될 줄은 몰랐다”면서 “앞으로 정식 개통돼 더 많은 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그동안의 삶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 같다”면서 상용화가 빨리 이뤄지길 학수고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KT전남본부가 FTTH 시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화형 e러닝 서비스(28%)를 가장 선호하고 있으며 VOD 서비스(22%), 인터넷 TV(16%), 시간이동방송(12%), 홈 뷰어 서비스(10%) 순으로 나타났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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