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新서비스]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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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 265조원, 수출 854억 달러’

 정부가 IT 분야에서 올해 달성하기로 설정한 계량적 목표다. 지난해 우리나라 IT 산업은 수출이 전년도 대비 30% 이상 증가해 750억 달러를 돌파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무역수지도 전년 대비 60% 가량 증가한 340억 달러를 넘었다. 3년새 3배나 급증했다. 물론 이는 휴대폰과 반도체라는 탁월한 효자 상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성장폭이 다소 감소하겠지만 성장세는 유지할 전망이다.

 반면 지난 200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해온 통신서비스 시장은 시장 포화와 신성장 동력 부족으로 이미 4년째 성장이 급감, 연평균 성장률은 2%대까지 떨어졌다. 올해도 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생산과 수출은 늘어나는데 서비스 시장은 여전히 나락을 걷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IT839의 ‘가치사슬’ 체계가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3대 인프라를 갖추고 8가지의 신서비스를 제공하면 9가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우리 경제를 먹여살릴 수 있다는 체계가 아직 서비스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 대표적인 신규 서비스인 WCDMA(HSDPA)와 와이브로, DMB, 인터넷전화 등도 이제 걸음마 단계여서 시장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문제는 향후 2∼3년내 이같은 서비스들이 본궤도에 올라 당초 예상과 같이 IT 가치사슬의 구조가 작동할 것인가다. ‘블루 오션’ 전략처럼 신규 서비스가 포화된 시장에서의 출혈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형태근 정통부 정책국장은 “신규 서비스를 우리 시장에서 검증한 뒤 이를 바탕으로 부품과 시스템, 콘텐츠를 개발해 해외 시장에 내놓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 확보와 인력 양성, 중소기업의 체질 개선 등이 이뤄져 우리의 경쟁력이 다시 높아지는 선순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학계·연구계, 국회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 지향적 정책으로 보완해야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열린우리당 변재일 의원은 “‘IT839’의 8대 신규 서비스가 상호 경쟁 또는 대체제적인 성격을 가진 것이 많다”면서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들 서비스중 한두가지를 고르거나 통합한 것들을 선택할 가능성이 많아 각 서비스가 시장에서 고스란히 살아남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변 의원은 또 “이는 결국 9대 성장 동력 육성 계획에도 차질을 빚어 예상한 산업 유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방한한 데렉 리도우 아이서플라이 사장은 와이브로를 예로 들며 “한국은 시장이 작기 때문에 표준화를 하더라도 후발 주자들이 한국의 표준을 따르는 게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역기능(Dark Side) 측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동안 정보화 추진을 통해 사회 전반에 그 혜택이 확산됐지만 동시에 정보격차 심화, 스팸과 바이러스 확산, 해킹, 개인정보 유출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을 위해 뛰고 있는 법무법인 지평의 이은우 변호사는 “개인정보는 모집하는 것부터가 유출과 사이버 폭력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지 않는다면 이후 벌어질 역기능적 사태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결국 IT839를 이루고 있는 각 요소들의 상호 연관성과 성공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작업을 통해 보다 실질적인 시장 전망과 기업·소비자 중심의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질적으로 IT839 전략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떠안을 곳은 바로 서비스 사업자, 장비 업체, 그리고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역기능과 개인정보 보호, 정보격차 해소까지 포함하는 ‘따뜻한 디지털 전략’이 요구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포스트 IT839’ 전략의 일환으로 미래 한국 사회의 변화를 예측, 정책에 반영하는 ‘향후 10년의 IT비전(IT Vision for Next Decade)’ 연구 작업을 시작했다. IT로 인한 미래의 국내외 정치·경제·사회·문화·산업의 변화를 예측해 정책 수립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단순히 산업 육성에만 집중해 IT 정책을 수립한다는 근시안적 시각을 벗어나 역기능적 측면과 미래 사회 예측까지 반영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살아 숨쉬는 IT839 전략’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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