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소재 업계 금녀의 벽 무너진다
김미경 이오에스 사장
신미남 퓨얼셀파워 사장
윤송자 청음전자의 경영총괄 상무
최은경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섬유소재본부장
김유미 삼성SDI 상무보
이미희 삼성전기 미국 주재원
금녀의 땅으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부품·소재 업계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여성 CEO가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대기업에서도 최초로 여성 본부장과 임원이, 또 첫 여성 해외 주재원이 탄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부품업체인 삼성전기의 대졸 여성 직원 수는 2001년 85명에서 2005년 339명으로 4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난 것만 보더라도 부품·소재 업계에서 금녀(禁女)의 벽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금융권에서 여성 인력의 진출이 두드러진 데 이어 이 흐름이 작년에 철강과 조선 분야로 이어지더니 올 들어서는 보수성이 짙은 부품·소재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부품·소재 업계의 경영인은 더는 남성 일색이 아니다. 특유의 섬세함을 앞세워 여성 경영인들은 정밀도와 신뢰성이 생명인 부품·소재 업계를 이끌고 있다.
김미경 이오에스 사장(33)은 부품·소재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여성 경영인 중 한 사람이다. 중장년 남자 사장 일색인 인쇄회로기판(PCB) 업계에서 김 사장은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PCB 설계회사인 이오에스아이(EOSI)를 세운 후 30대 초반인 작년 PCB 제조업체인 하이텍의 생산라인을 인수하며 사명을 이오에스로 바꾸고 PCB 토털 서비스 업체로 키워냈다.
연료전지 업체인 퓨얼셀파워의 신미남 사장(45)도 부품·소재 분야의 대표적인 여성 경영인이다. 한양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과 삼성종합기술원, 맥킨지컨설팅 등을 거친 신 사장은 지난 2001년 퓨얼셀파워를 설립했다. 국내 기술로 연료전지 이용 가정용 열병합 발전 시스템을 개발, 업계를 놀라게 했다.
휴대폰 스피커 전문업체인 청음전자의 윤송자 경영총괄 상무(41)도 곧 부품·소재 분야 여성 경영인의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윤 상무는 지난 96년 입사한 후 2002년부터 1년 만에 부장, 이사, 상무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진영안 청음전자 사장은 “회사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만들 계획인데 가장 유력한 후보가 윤 상무”라고 밝힐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경영자는 아니지만 자기 분야에서 최초를 기록하는 부품·소재 분야의 여성들도 적지 않다. 최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조직 개편에서는 미래 핵심 소재 분야 가운데 하나인 섬유소재본부장으로 최은경 박사(45)가 선임돼 눈길을 끌었다. 신임 최 본부장은 정부출연 연구기관 출범 이래 최초의 여성 본부장이며, 최단 기간인 11년 만에 본부장에 오르는 기록도 함께 세웠다.
올해 초 단행된 삼성SDI 임원 인사에서는 2차전지 개발팀 김유미 부장(46)이 상무보로 승진, 35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임원이 나왔다. 충남대학교 화학 석사인 김 상무는 남성 박사가 즐비한 80여명의 2차전지 개발팀 내에서 ‘국보급 연구원’으로도 통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삼성전기에서는 창업 32년 만에 이미희 대리(29)가 처음으로 여성 해외 주재원이 됐다. 광주과기원에서 신소재를 전공한 재원인 이 대리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얼바인에 위치한 삼성전기 미국법인으로 나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부문 기술영업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부품소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