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IT강국이지만 IT가 낳은 사회변동과 미래예측에 대한 연구는 왜 외국의 석학에 의지해야 하는가? 한국 학계의 고질적 문제점은 외국 학문에 귀가 얇고 ‘우리 것’이 없다는 것이다. 외국 첨단이론을 과도하게 신봉하고 한국적 상황은 국내용으로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정보통신(ICT)은 다르다.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링톤’이라는 휴대폰 벨소리서비스는 한국에서는 고전이 됐다. 휴대폰을 이용한 첨단 수능 컨닝 기법은 (다른 의미로)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한국은 IT인프라와 디지털 문화 모든 것이 앞서간다.
대통령직속 고령화및미래사회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주최하고 올해로 세 번째 해를 맞는 ‘국가벌전을 위한 미래연구추진전략’, 즉 디지털 한국 메가트랜드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미래학은 융합학문이다. 기술을 알아야 하고 사회변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메가트랜드는 ‘한국적 미래학’을 지향한다.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진행 중인 ‘메가트랜드’가 주목받는 이유다.
◇기술사회구성체 등장과 신(Neo) 기술사구체 형성= 사회구성체란 세계 경제사를 거시적으로 5단계로 나눠 각 단계의 사회적 유기체(有機體)를 뜻한다. 1980년대 ‘사구체 논쟁’으로 목숨을 건 이론 싸움을 벌인적이 있다.
기술사회구성체(Techno-Social Formation)란 IT기술의 발달로 상호침투 효과에 의해 사회체계의 근본적인 변화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잡종사회(Heterotopic Society)가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잡종사회는 이질적 요소가 공존하고(이질성) 교접하며(난교성), 새로운 성질을 지난 산물이 출현(혼성성)하고 존재상태의 위상이 변화(전이성)한다는 특징이 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 잡종사회보다 강화된 ‘신기술사구체’의 출현을 예고했다.
김 교수는 “신사구체는 창조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체계로 기술과 사회 시스템 간 긍정적 피드백에 의한 진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유목적 민주주의의 도래= 한국은 새로운 유목물품(휴대폰, MP3, 디카, 인터넷 등)이 매일 발명되고 음악과 TV사용의 유목화에 있어 세계 선두다. 또 한민족의 디아스포라(이산)가 빨라지고 있다. 한국은 고도로 이동성이 높은 사회다. 이를 네오 노마드, 즉 신유목사회라 부른다.
IT기술은 정치지형의 양상마저 바꿔놨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일상정치의 도구가 됐다. 국민의 요구에 빠르게 응답하는 속도의 정치가 요구되고 있으며 네트워크, 개방형 정치가 탄생하고 있다. 한국정치는 지난 50년간 지배했던 유교적 거버넌스가 비로소 퇴조하고 신유목적 거버넌스가 출현하게 됐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임혁백 교수는 “신유목적 민주주의에서는 국가와 시민, 시민사회의 협치(혼합지배) 거버넌스가 등장할 것”이라며 “시장경제도 통합된 사회 속에 안착해 뿌리 내리는 시민친화적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IT혁명은 “선진국 진입 7년 단축”= 과연 ‘IT’ 기술은 혁명인가? 사회과학자들은 IT기술의 영향력은 지대하지만 18세기 1차 산업혁명을 촉발했던 ‘증기기관’의 발명에 비견할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보통신은 3차 산업혁명을 촉발, 경제의 대변혁을 유인하고 있다.
실제로 IT로 인해 한국경제는 바뀌고 있다. 소비는 웰빙을 지향하고 있으며 생산 패러다임도 신축적이고 가변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현재 3∼4%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속도라면 선진국 수준인 국민소득 3만달러는 20년 후엔 2025년에 달성된다. 그러나 경제 패러다임이 크게 전환됐을 때의 잠재 성장률, 즉 성숙한 자유개방 경제로서 IT혁명이 크게 진척되는 경우에는 5∼6%를 달성, 13년 후인 2018년에 국민소득 3만달러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지순 교수는 “경제 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고 정부 주도의 관행으로 인해 IT혁명을 더디게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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