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기업 제도모순에 파행

실패때 책임은 고스란히 참여교수 몫

정부가 산·학 협력 차원에서 추진하는 ‘학교기업제도’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대학들이 최근 학교기업을 잇달아 설립하고 있지만 제도상 불합리성으로 이미 참여한 대학들조차 포기를 검토하는 등 파행이 우려되고 있다.

 16일 관련 대학과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132개의 2·4년제 대학이 학교기업을 설립했거나 준비중이지만 △학교기업이 비영리 사업으로 시행되고 △복잡한 회계 처리 △교수 업무 가중 등으로 인해 대학들의 사업 참여 기피, 중도 포기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비영리 사업의 한계성=가장 큰 걸림돌은 학교기업이 제도상 ‘비영리 사업’으로 추진된다는 점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대학기업이 형식상 ‘말’만 기업일 뿐, 대학 산학협력단의 일개 행정 부서로 설립돼 실질적으로 수익 활동이 불가능한 ‘절름발이 기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과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 부처에서 추진하는 연구개발 과제에도 대학기업이 ‘주관 기관’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원천봉쇄돼 있는 실정이다.

 A대학 관계자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참여 구성원에게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구조”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적극적으로 사업활동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학교기업 대표는 총·학장=현행 제도상으로 학교기업의 대표는 4년제 대학의 경우 총장이, 2년제 대학은 학장이 맡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기업활동에 필요한 부품을 구입하거나 대외활동을 하려면 총·학장의 결재를 맡는 데 3∼4주씩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참여 교수들에 대한 처우도 시비거리다. 대부분의 대학이 강의 시간을 사업 참여 전과 거의 동일하게 책정하고 있다. 또 사업 추진시 실패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해당교수에게 돌아간다.

 C대학 관계자는 “제도상으로 손과 발을 다 묶어 놓고 어떻게 기업활동을 하라는 것이냐”며 “지금에 와선 왜 사업에 참여했는지 정말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향후 과제=대학들은 정부의 제도 개선 없이는 ‘학교기업제도’가 뿌리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현재 ‘비영리법인’ 형태를 ‘독립법인’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실패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현행 2년 위주로 된 교육부의 과제 지원 기간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K대학 관계자는 “보다 좋은 성과물이 나오려면 적어도 3∼4년으로 지원 기간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당초 학교기업제도 도입시 학생들의 현장 실습과 교수 연구 등 교육 목적으로 설립하도록 했다”며 “사업이 시작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은만큼 성과를 지켜본 후 실태조사를 거쳐 점차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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