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 4사가 최근 지상파DMB 서비스의 정상화 시점까지 위성DMB에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하지 않기로 합의함에 따라 이에 대한 배경과 파장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지상파방송사들이 내건 ‘정상화 시점’에 대한 해석에도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경=이번 지상파방송 4사의 결정은 지난달 방송위원회가 ‘방송사 자율 계약에 의한 위성DMB의 지상파 재송신 허용 방침’을 밝힌 지 한 달도 채 안돼 나왔다.
전문가들은 지상파방송 4사, 특히 위성DMB사업자인 티유미디어의 4대 주주인 MBC와 SBS가 재송신을 하지 않기로 방향을 잡은 근본적 원인을 여러 가지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방송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지상파방송사 내부의 위기의식 고조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김종규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방송위원회는 뉴미디어에만 신경쓰며 지상파방송사를 올드미디어 취급하고, 정보통신부는 통신재벌 입장만 대변하는 상황”이라며 “지상파방송사의 경영 환경이 매우 열악해졌다”고 말했다. 방송사들이 지난 20여년 간 규제 속에 안주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통신사업자들이 자본력으로 방송시장에 진입하자 이에 대한 위기의식을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모호한 재검토 시점=이번 지상파방송 4사 합의는 전면 불가가 아닌 ‘지상파DMB의 정상화 시점까지’ 시한부 불가다. 언론노조는 ‘정상화 시점’을 ‘지상파DMB가 전국서비스를 시작해 안정화될 때’로 설명했다. 언론노조가 이번 합의를 이끌어 낸 주요 동력인만큼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 부위원장은 “2년 이상 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엄민형 KBS DMB팀장도 “2년 정도 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처럼 위성DMB에 지상파방송 재송신 여부 재검토 시기가 오는 2007년 이후일 경우 티유미디어로선 사실상 지상파방송 콘텐츠 없이 자립하는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의 전례에서 보듯, 몇 년간 지상파방송 재송신에만 매달리다 결국 시간만 허비하고 콘텐츠 경쟁력 확보에는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지상파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에 송신소, 방송보조국(TVR) 등이 갖춰져 최소한의 지상파DMB 전파환경이 조성될 올 말께 이 문제를 재검토할 수 있지 않겠냐”고 언급했다.
◇파장=티유미디어 입장에선 콘텐츠 경쟁력 확보에 피할 수 없는 타격이 예상된다.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에서 지상파방송이 갖는 지위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티유미디어가 내세운 경영 목표인 ‘2008년 당기 손익분기점, 2010년 누적 손익분기점’은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전제로 한다. 티유미디어 관계자는 “재송신이 안 될 경우 경영 전망자료는 없지만, 가입자수가 50% 이상 줄어들 것이란 예측도 있다”고 말했다.
티유미디어의 보다 절실한 고민은 증자나 대규모 차입에 끼칠 악영향이다. 업계에선 지난해 중계망 설치와 방송국 구축 등에 들어간 비용이 이미 티유미디어의 초기 자본금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추가 중계망 설치와 콘텐츠 제작, 마케팅 등에 들어갈 자본 확보가 쉽지 않으리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경쟁매체인 지상파DMB 6개 사업자는 한숨 돌리게 됐다.
지상파DMB특별위원회 사무국장 내정자인 김윤섭 MBC 부장은 “지상파DMB가 전국망, 중계망 등이 열악한 상황에서 (위성DMB가 지상파방송 콘텐츠마저 가져가면)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지상파DMB가 대항마로 성장할 때까지 위성DMB 지상파방송 재송신 보류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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