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워

지난 4월 28일 역사적인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길드워’는 5년의 산고를 거친 작품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 MMORPG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이 게임은 배틀넷과 ‘디아블로’로 유명한 아레나넷에서 개발했다. 경량화된 클라이언트와 세계 통합 서버, 전략시뮬레이션과 유사한 게임성 등 온라인게임에서 예상하기 힘든 파격을 시도했다.

 특히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미려한 그래픽은 초보 유저가 쉽게 게임을 떠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장본인이다. 캐릭터의 레벨이 불과 20으로 제한돼 있지만 이 작품은 아이템과 레벨이 변수로 작용할 뿐 유저와 길드의 전략이 승리를 좌우한다. 200가지가 넘는다는 스킬 중 유저는 몇 가지만 선택할 수 있어 처음부터 두뇌 플레이로 임해야만 한다. 또 이를 이용해 상대방과 전투를 벌여 승패를 기록하는 시스템은 최근 대전 격투게임과 다름이 없다.

 더게임스의 크로스리뷰팀은 ‘길드워’의 신선한 모습에 한 목소리로 찬사를 보냈으나 너무나 새로워 유저들이 적응하지 못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길드워’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2’를 잇기 위해 추진한 최대 야심작이다. 이 작품은 타 온라인게임들과 뚜렷한 차별화를 꾀하며 새로운 MMORPG의 시대를 여는 실험적 게임이다.

이 작품의 최대 특징은 다양한 대전방식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미션을 제작했는데 특히 경쟁 미션은 대전을 위한 전용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유저들은 PvP, 길드전, 토너먼트, 공성전 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또 ‘길드워’는 캐릭터의 레벨과 장비가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캐릭터별 특성과 습득한 스킬을 활용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스킬로 전투를 벌이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에 랭킹 시스템을 지원해 유저들의 경쟁 구도를 더욱 가열시키는 것도 포인트다.

또 전세계 통합서버를 지원한다. 서버가 달라 친구를 못 만난다거나 서버를 옮기기 위해 캐릭터를 처음부터 다시 키워야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구역 시스템이라는 것을 도입해 로그인 시 유저를 자동으로 여러 구역으로 분산시켜 랙 발행을 최소화했다.

그래픽은 온라인게임 최고 수준으로 구현했다. 신기술 형광효과 기법이 적용된 3D엔진을 도입해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그래픽을 지원한다. PC패키지 게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화려한 마법과 스킬, 한 폭의 그림같은 레벨 디자인은 유저들에게 감탄사를 자아낸다.

종합: 8.3 그래픽: 8.7 사운드: 8.7 조작성: 7.4 완성도: 8 흥행성: 8.7 엔씨소프트가 야심차게 투자한 ‘길드워’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여러 부분에서 특별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작품이다.

다운받아야 할 클라이언트가 고작 62KB에 불과하고 게임의 나머지 부분은 플레이 중 다운받는 형태(그러나 다운로드는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다)다. 거의 GOD(Game on Demand)에 가까운 형식인데 MMORPG의 성격을 띠고 있으면서도 요금은 PC패키지 판매와 유사하다. 마치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기 위해 게임을 구매하고 배틀넷은 무료로 즐길 수 있었던 사례와 흡사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게임 자체가 신선한 시스템으로 가득 차 있다.

‘길드워’는 일반 MMORPG처럼 퀘스트 중심의 레벨업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단계는 이 게임의 초반 준비단계 즉 게임에 익숙해지는 튜토리얼 단계와 같은 성격을 갖는다. 실제 이 작품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만레벨인 20을 만들고 나서, 여러 유저들이 팀을 짜 다른 게이머들과 ‘길드워’를 벌이는 것이다. 여기서 진정한 ‘길드워’가 시작된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이 밝혔던 것처럼 “길드워 한 판 해볼까?”라는 방식의 ‘판’으로 승패가 갈리는 경쟁 중심의 게임이 실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길드워’는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수없이 많은 스킬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파티를 구성하는 파티 구성원들이 어떻게 움직여주냐에 의해 게임의 승패가 결정하는 시스템이 매우 치밀하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불안 요소도 있다. 네트워크 지원 패키지 게임과 MMORPG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작품을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이해할지 의문이다. 퀘스트형 롤플레잉을 넘어 e스포츠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잘 잡는 것에도 생명이 걸려 있다. 과연 계획대로 10년간 20여 개의 확장팩을 만들어내는 대형 타이틀이 될 것인지….

종합: 8.2 그래픽 : 8 사운드 : 8 조작성: 7 완성도 : 9 흥행성 : 9엔씨소프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파격적이고 센세이션’한 게임이 될 순 없겠지만 ‘길드워’가 획일적인 MMORPG의 세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다. NPC 파티의 지원으로 홀로 여러 명의 파티원을 이끌고 다닌다든가, 스토리에 맞춰진 미션 전개방식 등 마치 패키지게임을 온라인으로 옮긴 듯한 느낌을 준다. ‘길드워’는 과거의 향수를 가진 사람들에게, 현재의 MMORPG에 신물을 느껴가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할만한 것은 기술적인 발전의 신기원이다. 저사양에서도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퀄리티의 그래픽은 물론, 클라이언트를 1메가 이하로 낮춰 구역을 이동할 때마다 다운로드 받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유저의 접근성을 높이는 기술은 ‘길드워’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접근성을 높이는 ‘길드워’ 만의 강점을 뒷받침해 줄 만한 게임콘텐츠가 만족스럽냐는 질문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우선 게임초반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기존의 수많은 게임을 즐겨온 사람이 아니라면 고행의 길(?)이 예고된 복잡한 시스템, 토너먼트 롤플레잉을 표방한다지만 최고 레벨 20이 달성된 이후에 대전을 추구하는 게임스타일에 이르기까지 ‘길드워’는 화려한 잔치상을 차려놓고도 손님을 오래도록 붙잡아 둘 만한 뒷심이 부족하다.

게이머의 콘텐츠 소비속도는 항상 제작사의 상상을 추월한다는 사실을 그 어느 누구보다도 유통사인 엔씨소프트가 잘 알고 있지 않겠는가. 그저 짧은 호흡의 게임성이 아쉬울 따름이다.

종합: 8.2 그래픽: 9 사운드: 9 조작성: 8 완성도: 7 흥행성: 8‘길드워’는 여러 가지 면에서 놀라운 작품이다.

우선 62KB에 불과한 클라이언트의 크기다. 이 정도 용량이라면 그 어떤 인터넷 툴로도 엔드 유저에게 쉽사리 전달할 수 있다. 심지어는 일반 메일로 보낼 수 있을 정도다. 이것은 너무나 비대한 클라이언트로 인해 유저가 다운로드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타 온라인 게임들에 비하면 천지차이다. 또 그래픽의 수준은 PC패키지를 넘어선다.

우수한 PC게임들이 국내에는 거의 출시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 이들의 그래픽은 이미 콘솔 타이틀을 넘어선지 오래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인 ‘길드워’가 상상을 초월하는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임 플레이도 마찬가지다. 한 명의 유저가 NPC 지원으로 파티 전체를 이끌며 전투를 치르는 방식은 실로 획기적이다. 패키지 게임에서야 당연한 내용이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유저가 파티를 몰고 다니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기 쉽다. 그러나 ‘길드워’는 이를 간단히 극복하고 레벨 중심의 지겨운 플레이도 단칼에 끊어 버렸다.

이를 위해 캐릭터 레벨의 한계도 20까지 설정하고 이후에는 PvP 방식으로 ‘대전’을 벌이도록 유도했다. 실로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한 발 더 나가 e스포츠의 정식 리그로 발돋움한다. ‘스타크래프트’ 등 블리자드 게임이 장악하고 있는 리그에 ‘길드워’가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이 게임의 관건은 딱 하나다. 엔씨소프트 자신들이 이룩한 왕국에서 안주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을 어떻게 이끌어 내는가다. 노가다 플레이방식에 절어 신선한 게임 플레이는 쳐다보지도 않고 아이템으로 부수입까지 올리고 있는 그들이야 말로 ‘길드워’의 가장 큰 고민꺼리일 것이다.

종합: 8.4 그래픽: 9 사운드: 9 조작성: 7 완성도: 8 흥행성: 9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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