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기관장 선출 무더기 연기

지난 13일로 예정됐던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장 선출이 다시 무더기로 연기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보이지 않는 ‘바닥’을 향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 같이 기관장 선출 일정의 지연은 해당 기관의 업무 공백과 연구원들의 사기 저하로까지 이어지면서 출연연의 생산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15일 과학기술계 및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따르면 생명연, 기초연, 천문연(이상 기초기술연구회)과 전기연, 화학연(이상 산업기술연구회), 해양연(이상 공공기술연구회) 등 6개 출연연 기관장을 최종 선출키로 했던 연구회가 7∼10일 가량 일정을 연기했다.

 ◇공모 연기로 억측 난무=지난해부터 정부가 출연연 기관장 선출과정에서 재공모를 하는 등 갈팡질팡한 예는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처럼 무더기로 일정을 연기한 사례는 처음이다. 특히 이번에도 실험용 원숭이 떼죽음으로 기관장이 징계받은 생명연의 경우 재공모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 원장추천 위원회 위원들의 기관 유착 논란을 일으킨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은 재공모가 지난 3일에야 결정됐다.

 문제는 인사 지연에 따른 온갖 억측까지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인물이 없어 난항을 겪는 것이냐’라는 억측에서부터 ‘하자 없는 기관장 감이 그렇게 없나’, ‘자리 나눠먹기가 부른 폐해’, ‘내정된 인사와 새로운 지지기반을 확보한 인사간 헤게모니’, ‘투서’ 등으로 술렁이고 있다.

 ◇연구회 “정부지시 따를 뿐”=과기계 3개 연구회의 속앓이도 심하다. 처음 출연연 기관장 공모를 발표할 땐 나름대로 일정을 잡아 지난달 25일께 3배수 선발, 이달 13일께 최종 후보 결정을 하기로 했지만 정부의 연기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

 연구회 관계자는 “공모 공고가 나갈 때 이사회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 놓은 것은 맞다”면서도 “이번 공모 대상 기관이 6개나 돼 최종 인선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 공신력 끝없는 추락=출연연에서는 이제 더 이상 인사와 관련해 정부에 기대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최근까지 공공기술연구회나 에너지기술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 등에서 연속으로 공모절차 자체를 뒤집고 재공모한 것과 비교할 때 이번 기관장 공모 후보 최종 선정 전 연기가 그나마 나은 편이다.하지만 공신력은 이미 바닥에 이르렀다는 게 과기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3개 연구회는 이번 공모 연기에 따라 공석이 된 기관장 자리에는 선임부장이 대행으로 업무를 처리하던 관행을 깨고 임기 연장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출연연 관계자는 “재차 공모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인선을 택하느냐, 아니면 절차에 다소 하자가 있더라도 차후 고치기로 하고 정부의 공신력에 무게를 더 두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며 심각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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