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꿈이 아닌 `실감공간` 기술

50년 후에는 어떤 기업들이 세계의 경제를 주도하게 될까. 미래학자인 피터 슈와르츠는 지난해 발간된 포천지에서 2050년 가상의 세계 10대 기업을 예측했다. 여기에는 아마존베이, 도요타, 네슬레 등의 기업과 함께 ‘파텔코’라는 가상 기업이 미래의 10대 기업으로 포함됐다.

 ‘파텔코’는 통신기업과 TV 제조업체, 인터넷 기업 그리고 이동통신업체들이 연합해 구성한 회사로서 원격존재(Tele-Presence)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원격존재 기술은 현재의 전화나 PC처럼 곳곳에 설치되어, 시공간을 초월해 사용자가 원하는 어느 장소든지 가서 원하는 사람을 만나고 원하는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 가상현실 기술을 발전시킨 이 기술은 핵폭발 후 거대한 폭풍이 발생한 지역 등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한 환경에서도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도록 비행 시뮬레이터를 개발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 가상현실 기술은 인간이 지닌 5개 감각 중 주로 시각을 위주로 실제 존재하지 않는 영상을 만들어 보여줌으로써 실제감을 느끼도록 한다.

 그러나 인간이 실제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여러 감각에 필요한 자극이 동시에 부여되어야 한다. 시각·청각·촉각 등 복잡한 감각들이 서로 융합되어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인간의 오감을 모두 사용하여 가상현실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HCI(Human-Computer Interaction)로, 최근 기계공학·전자공학·전산학 등의 관련 학문 분야를 기반으로 기술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여기에는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가상공간뿐만 아니라 인간이 생활하는 실제 공간을 포함하는 ‘실감공간(Tangible Space)’을 구성하고, 가상공간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실제감과 실제 공간에서 여러 가지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느낄 수 없는 가상환경을 동시에 구현해 가상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실제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또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처럼 만들려는 것이다.

 이런 실감공간이 구현되면 TV 쇼핑몰의 물건을 마치 매장이나 원산지에 가서 만져보고, 사용해 보고,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거실에 앉아서 매장에 진열된 의류를 착용하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살펴보면서 원하는 의류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어서 만나기 어려운 가족과 친구를 마치 찻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이야기하듯 만나는 일도 이루어질 것이며, 나아가 과거의 사람을 불러내어 대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KIST에서도 올해 실제와 동일하게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실감공간의 창출과 구현을 목표로 대형연구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 기술은 21세기 디지털 라이프 구현은 물론이고 e러닝, e쇼핑, 텔레미팅 등 미래 생활산업 전반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상상 속의 생활이 실현되어 우리의 삶은 더욱 다양하고 윤택해질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니 지중해의 찬란한 햇빛 아래 상큼한 바다 내음을 느낄 수 있고 평생 가 볼 수 없는 화성, 목성 등 먼 우주로 날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개발되면 우리의 후손들이 현재 우리의 모습과 같은 조상을 실감공간에서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지 궁금하다.

◆김유승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yosekim@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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