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업계 빅뱅이 시작됐다](중)중견기업들 새판짜기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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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세계든 사람의 세계든 싸움엔 법칙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체력, 선제공격 및 맷집이 승리를 결정짓는 공통 요소다. 팬택계열의 SK텔레텍 인수는 이 같은 정글의 법칙이 치열한 기업경쟁에서도 유효한 게임의 룰(Rule)로 작용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팬택­SK텔레텍 연합체 탄생은 몸집과 맷집을 불리지 않고서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선제 공격이 최선의 수비=이미 알다시피 세원텔레콤·텔슨전자 등 90년대 한국 휴대폰 산업을 이끌었던 중견 기업들이 지난해 발생한 중국발 재앙을 이겨내지 못하고 줄줄이 무너졌다. 스탠더드텔레콤·인터큐브·맥슨텔레콤 등도 휴대폰업계서 사라졌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의 경우 글로벌 4위 기업 지멘스가 시장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해 휴대폰 사업에서 손을 들었다.

 팬택계열이 국내 4위 휴대폰 기업 SK텔레텍마저 인수하면서 국내 휴대폰 사업의 허리를 떠받쳐 왔던 중견 기업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직면했다. 때문에 ‘규모의 경제 달성’과 ‘시장지배력 확보’라는 2가지 과제가 KTF테크놀로지·브이케이·벨웨이브·이지엠텍 등 신흥 중견 기업들이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이들 기업들은 그 동안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으나, 기업체질은 상당히 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세계 빅5 휴대폰 업체들이 중저가 단말기를 속속 출시, 전선을 급속히 팽창시키면서 틈새시장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휴대폰 업계 M&A, 시계제로?=기업들의 전력강화가 필수 생존전략 과제로 떠오르면서 휴대폰 업계에 벌써부터 새판짜기 움직임과 이에 대한 추측성 시나리오들이 난무하고 있다.

 팬택계열은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지멘스 인수설을 부인했지만, 제3의 기업인수 등 추가 인수합병(M&A) 가능성은 여전히 남겨두고 있다. 실제로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은 지난 5일 제 2, 제 3의 빅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중견 휴대폰 업체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등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인수한 맥슨텔레콤의 경우처럼 휴대폰 부품업체들의 완제품 시장진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근창 동원증권 연구원은 “휴대폰 비즈니스에서 시장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 확보여부에 따라 업체들의 명암이 엇갈릴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위험을 피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F, 어부지리 얻나=팬택-SK텔레텍 연합체 탄생은 단말기 제조사와 3대 이통사간의 관계에도 적잖은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각 회사별 이해관계에 따라 △팬택계열-SKT △삼성전자-KTF △LG전자-KTF·LGT 간의 관계가 더욱 공고해 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SKT와 당분간 밀월간계를 유지할 팬택계열 견제를 위해 KTF에 힘을 실어줄 개연성이 높고, LG전자도 고가 단말기 판매를 위해 기존 LGT와 함께 KTF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텔레텍의 SKT에 대한 120만대 셀룰러폰 내수규제 제한이 자연스럽게 풀리고, SK텔레텍이 올 하반기부터 KTF·LGT 등 2∼3위 이통사에 대한 PCS 영업에 본격 공급에 나선다면 팬택-SK텔레텍 연합체의 시장점유율은 올 연말 최대 40%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은 시장상황을 지켜보겠다며 겉으로는 태연한 표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 순간에 내수시장 2위 자리를 내준 LG전자와 시장점유율 60%를 향해 내달리는 삼성전자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